문재인 정부 때 발간된 현행 한국사 교과서들이 북한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데 치중하는 등 역사 왜곡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가 10일 보도한 데 따르면 고교 검정 한국사 교과서 9종 대부분이 북한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잘못된 내용을 담고 있어 바로잡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최근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는 건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고등학생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들은 “김정은 이후 북한은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더욱 확대했다” “일부 산업 설비를 자체 생산할 정도로 경제가 안정세를 보였다” “경제 특구를 확대하여 개방 정책을 펼쳤다”는 식으로 북한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은 김정은 이후 더 나빠졌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주민들의 삶이 사지에 몰리고 있다는 게 북한 사정을 너무나 잘 아는 탈북민들의 증언이다.

실제로 북한은 최악의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은 그다지 새로운 뉴스가 아니지만 굶어 죽는 주민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는 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북한의 경제가 얼마나 악화일로인지 알 수 있다.

국회 정보위에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북한에서 비교적 부촌으로 알려진 개성에서 하루에도 수십 명씩 아사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실태 파악을 위해 동생 김여정을 급파했으나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김일성 100회 생일날이던 2012년 4월 15일 김일성광장에 운집한 평양 시민들 앞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약속한 부귀영화 대신 아사자 속출이라는 비참한 현실을 안겨주고 있다.

그래놓고 그해 말 열린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겠다”고 완전히 말을 바꾸었다. 이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표방하며 경제 발전보단 핵무력 강화에 집중한 당연한 결과였다.

북한의 현실이 이런데도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가 사실과 전혀 다르게 기술한 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오류가 진실을 가려 왜곡이 되고 왜곡은 진실을 거짓으로 둔갑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일회성 가짜뉴스가 아닌 역사 인식의 왜곡으로 머릿속에 자리잡을 수 있어 위험하다.

현행 교과서가 지난 문 정부 시절에 편찬됐기 때문에 지금과는 약간의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 사정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정부의 대북 굴종 기조가 교과서 집필에까지 스며든 게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고 기술한 부분도 그렇다. 북한은 남한의 어느 정부와도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문 정부 때 판문점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한 것이 이런 평가의 근거라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뭐라 할 건가. 그때 북한이 핵을 포기했어야 맞다.

북한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미사일을 쏘며 핵무장 완성에 주력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재산인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하기도 했다. 서해 바다에 실족한 공무원을 북한 병사가 총으로 쏴 살해하고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는데 빚이 많아 월북했다고 뒤집어씌운 게 지난 정부다.

더 심각한 건 북한이 김정은 이후 경제는 좋아졌고 북 사회에 긍정적 변화가 있다는 식으로 기술하면서 최악의 북 인권 실상을 제대로 다룬 교과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는 점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지구상에서 가장 악독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지적하며 유엔이 인권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데 이런 사실에 비춰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않는 건 차라리 죄악이다.

현행 고교 교과서 9종은 2019년 11월 검정 심사를 완료해 2020년부터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다. 검정 심사를 완료한 2019년 11월 이전인 2월에 있었던 하노이 미북 회담이 실패로 끝나자 북한은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아무리 정권의 치적을 내세우고 싶었더라도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며 대남 위협을 일삼은 북한을 그토록 미화했다는 건 처음부터 작정하지 않은 이상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라도 정권의 정치적 업적을 치장하고 싶었을 거라고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정부 홍보물이 아닌 고교 교과서가 아닌가. 역사의 진실을 가리면 후대가 그 모든 짐을 짊어져야 한다. 현재 집필 중인 새 교과서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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