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님의 은혜를 어떻게 깨닫고 누릴 수 있나요? 하나님께서 내게 베푸신 은혜들을 헤아려보고 잊지 않으면 되나요?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 모든 은택을 잊지 말찌어다”(시103:2) 또 “내가 옛날을 기억하고 주의 모든 행하신 것을 묵상하며 주의 손의 행사를 생각하고”(시143:5)의 말씀대로 따르면 되나요? 특별히 십자가의 은혜를 묵상하면 될까요? 성경을 읽을 때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읽고 묵상하면 될까요? 제게 구원의 감격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저의 죄를 더욱 깨달아야 할까요? 그리고 골로새서 1장 6절의 “은혜를 깨달은 날로부터”란 말도 궁금합니다.

[답변]

박진호 목사
박진호 목사

한국인들은 대체로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인데다 한국말 표현법도 분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리적인 대화나 토론의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거의 모든 상황에 두리뭉실한 설명이 많습니다. 불행하게도 성경의 용어에 대해서도 그렇게 가르치고 배우니까 원래 뜻에 합당하지 않거나 사용해선 안 될 경우에 틀리게 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단어가 은혜입니다. 일종의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신앙상의 문제를 이 단어 하나로 해결해버립니다. 흔히들 “은혜로 이겨내십시오, 힘들지만 은혜로 겨우겨우 살아갑니다, 저 교인은 은혜가 없으니 세상 방식대로 살아간다,” 등등으로 말합니다. 넓은 뜻에선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그렇게 말하는 본인에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설명해 달라고 하면 과연 답할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요?

하나님과 교제 동행하여 얻은 유익과 결과도 전부 은혜 한 단어로 표현합니다. 설교나 간증에 조금만 감동받아도“은혜 많이 받았습니다.”라고 감사 칭찬합니다. 심지어 교회 분쟁이나 목사 스캔들이나 성도들 간에 다툼이 생겨도 “은혜로 덮어주고 그냥 넘어가자.”고 합니다. 하나님이 하늘에서 보시고 심히 통탄 분개하실 노릇입니다.

은혜의 정확한 뜻

하나님은 타락한 인간들의 죄는 죽기까지 저주하지만 그 당사자 죄인은 죽기까지 사랑하십니다.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완전한 제물로 바쳐져서 인간이 치룰 죄의 값을 대신 전부 갚음으로써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었습니다. 또 그런 은혜를 전심으로 받아들이고 예수님을 자신의 구주로 영접하면 하나님의 아들로 삼고 영생을 선물로 주십니다. 하나님의 사랑도 십자가에서 공의와 함께 완벽히 실현되었습니다.

모든 신자가 은혜에 대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항은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 죽음과 부활에서 시작되고 연결되지 않으면 은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은혜는 엄밀히 말해서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정확히 둘로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마땅히 받아야만 할 죽음의 형벌을 인간 쪽의 아무런 조건 자격 공로 노력 없이도 오직 하나님만의 선의로 영벌에서 면제해주는 자비(慈悲, mercy)인데 하나님의 공의의 측면입니다. 이것으로만 그치면 죽기 직전에 혹은 죽은 후에 당신께서 택한 자를 구원으로 인도만 하면 됩니다.

십자가에는 말씀드린 대로 하나님의 사랑의 측면이 있습니다. 자신이 받을만한 어떤 조건 자격 공로 노력 없는데도 영생을 얻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서 그분과 함께 교제 동행할 수 있고 그래서 이 땅에서부터 그분의 나라를 실현시키는 동역자로 세움 받는 은혜(恩惠, grace)입니다. 한마디로 자비는 마땅히 받아야만 할 형벌에서 공로 없이 면제되는 것이고, 은혜는 받을 자격 전혀 없는데도 영생을 얻는 것입니다.

우리말 어법이 불명확하기에 둘 다 하나님에게 받은 좋은 선물이라는 차원에서 십자가 복음을 단순히 은혜로 통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비는 신자가 되기 전에 이미 실현된 반면에 은혜는 신자가 된 후에도 계속해서 실현되어야 하므로 은혜로만 말해도 됩니다.

그럼에도 은혜가 정말로 은혜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에 합당해야 합니다. 반드시 하나님에게서만 받아야 합니다. 은혜를 아무 일에나, 그것도 인간에게 적용시켜선 안 됩니다. 하나님께 받되 반드시 선해야, 정확히 말해 그분께로 오는 것 모두가 당연히 선하므로 신자 본인이 그렇게 확신 감사 경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신자의 죄가 씻어져서 거룩하게 자라게 하고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실현하는 일에 기여를 해야만 은혜인 것입니다.

다지 강조하지만 은혜는 아무 자격 없는데도 하나님께 공짜로 받은 그분만의 선하신 것입니다. 예컨대 주의 종을 통해 전해지는 말씀이 정말로 성경의 진리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인간 목사에게 들은 것이라도 은혜가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신자의 현실 삶에서 하나님의 역사가 아니고는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은, 그것이 고난 연단 불행 재앙이라도 신자의 유익과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기에 은혜인 것입니다.

은혜는 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은혜를 어떻게 깨닫고 누릴 수 있느냐고 질문하셨습니다. 먼저 성령의 간섭으로 거듭나서 예수님을 믿었을 때에 십자가에 실현된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는 이미 다 받아 누렸습니다. 구원을 얻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은혜는 더 이상 받을 것이 없습니다. 예수님을 처음 믿었을 때의 그 감격을 묵상하고 되새기며 그 때 결단하고 헌신했던 대로 다시 새롭게 다짐하시면 됩니다.

예수님을 진정으로 영접한 후로는 성령님이 평생토록 내주하여서 그분과 교제 동행할 일만 남았습니다. 신자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던 또 불시에 어떤 사건이나 환경에 빠지든 예수님이 하늘과 땅의 권세를 갖고 세상 끝 날까지 세상 땅 끝까지 함께 해주십니다. 신자의 존재와 삶과 일생 전부가 하나님의 은혜 안에 잠겨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실상 신자에게 일어나는 범사가 그분의 은혜입니다. 의도적으로 그분의 은혜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벌써 인간 신자 쪽의 자격과 공로가 됩니다. 그분이 신자에게 항상 선물로 베풀어주시는 선한 것들 즉, 은혜를 발견해야 합니다. 감사함으로 그 은혜 안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자신의 삶에 그대로 반영 실현해야 합니다.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 모든 은택을 잊지 말찌어다”(시103:2) 또 “내가 옛날을 기억하고 주의 모든 행하신 것을 묵상하며 주의 손의 행사를 생각하고”(시143:5)의 말씀대로 따르면 되는지 물었습니다. 예,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 모든 은택”과 “주의 모든 행하신 것”과 “주의 손의 행사”라는 표현은 전부 하나님 쪽에서 주도적 선도적 능동적 적극적으로 선물로 주셨다는 뜻입니다. 매사에 하나님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분의 관점에서 분별 판단 결심 시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말씀드린 대로 고난 불행 재앙 중에도 그분의 은혜가 있음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신자가 볼 때에 자기 마음에 합당하여서 좋고 행복한 일만이 은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은 광명한 천사가 넘어뜨리려고 준 것일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듯이 고난이 하나님의 위장된 축복임을 알고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오묘하고 풍성한 은혜를 발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성경 말씀을 통해 그분의 성품과 속성에 대해서 깊이 알아야 합니다. 또 그렇게 알게 된 것이 실제로 삶에 실현되는지 매사를 기도하며 그 진리와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그분의 은혜를 스스로 체험하지 않고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성경의 진리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결국 말씀과 기도에 전념하면서 주님의 뜻대로 순종하지 않고선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지도 누리지도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 또한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믿음으로 서 있는 이 은혜에 들어감을 얻었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하느니라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롬5:1-6) 지금껏 설명 드린 내용을 정확히 계시하고 있고 이 질문의 정답이 되는 말씀입니다.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습니다.” 신자 쪽의 공로 자격 없이 믿음으로 구원받는 은혜는 이미 받았습니다. 신자가 행할 일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생각하며 하나님과 언제 어디서나 순전하고도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야 합니다. 하나님이 자기로 어떤 환경과 사건과 사람을 만나게 할지라도 죽기까지 사랑하신 그 마음과 계획에서 행한 일이므로 그분을 의심 원망 불평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자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결국은 신자의 유익을 위하는 것이며 더 정확하게는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일이므로 어떤 환난 가운데도 즐거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서 있는 이 은혜에 들어감을 얻었으며”라고 합니다. “서 있는”이란 하나님의 자녀로 그 위치 신분 소속이 완전히 바뀌었고 그분의 자녀만이 받을 수 있는 권능과 사랑을 계속해서 은혜로(공짜로 선한 것을) 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누리는 방법은 바로 이것입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5:16-18)

은혜는 나눠야 한다

“이 복음이 이미 너희에게 이르매 너희가 듣고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날부터 너희 중에서와 같이 또한 온 천하에서도 열매를 맺어 자라는도다.”(골1:6) “은혜를 깨달은 날”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성경의 뜻은 항상 본문이 말하는 바를 문맥 안에서 해석해내어야 합니다. 한 단어나 한 구절만 따로 떼어서 해석해선 안 됩니다. 상기 본문에서 깨달은 은혜란 아주 간단하고 본문 안에 이미 해답이 있습니다.

이 복음이 너희에게 전해지고 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럼 그 복음 안에 들어있는 은혜 즉, 서두에 설명한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 구원에 드러난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를 정확히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여 구원을 받은 날입니다. 바로 앞 구절에서 그런 뜻을 이미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너희의 믿음과 모든 성도에 대한 사랑을 들었음이요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쌓아 둔 소망으로 말미암음이니 곧 너희가 전에 복음 진리의 말씀을 들은 것이라.”(1:4,5)

주목할 것은 “그 복음이 너희 중에서와 온 천하에서 열매를 맺어 자라고 있다”고 바울이 골로새 교회교인들을 칭찬한 점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그들이 구원의 은혜를 이미 받았고 또 그 은혜 안에 서 있기에 복음을 주변에 번져나가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는 그 은혜를 주변에 나누면서 아직도 그 은혜를 모르는 자들을 십자가 구원의 은혜로 초대해야하고 그것이 은혜를 바르게 누리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 이 글은 미국 남침례교단 소속 박진호 목사(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 담임)가 그의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올린 것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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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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