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훈 원장
백광훈 원장이 문선연 TV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유튜브 문선연 TV 채널 영상 캡쳐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이 최근 문화선교연구원 홈페이지에 ‘고립의 시대를 건너가려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백 원장은 “유튜브 인기 콘텐츠 중에 ‘먹방’(mukbang)이라는 것이 있다. 먹방은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즐기는 콘셉을 가지고 있다”며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을 먹는 방송인데, 수만, 수백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유튜브를 그렇게 즐겨하지 않는 세대들에겐 먹방 같은 콘텐츠에 열광하는 수많은 구독자들이 있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고립의 시대」라는 책을 통해 고립에 대해 연구한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의 분석을 접하며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우리가 사는 시대를 이른바 ‘단절의 시대’로 정의하고 있는 저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유튜브 먹방 콘텐츠를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인 가구의 증가로 이른바 혼자 생활하는 ‘혼밥족’이 늘게 되었고, 이로 인한 단절감을 온라인상의 경험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먹방을 진행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방송 중에 별풍선 기부자의 이름을 호명하며 다정히 말을 걸기도 함으로써, 구독자들로 하여금 순간은 외롭지 않게 밥을 먹고 있다는 유대의 경험을 제공한다”며 “이 모습이야말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단절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른바 ‘고립의 세계’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했던 2020년 상반기 이후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며 “사실 오래전부터 원자화된 무한 경쟁이 뒤따르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공동체 약화에 따른 각자도생의 상황은 누구도 단절과 고립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인간에게 외로움을 더해주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라며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우리 도시의 문화가 외로움을 가속화시킨다. 단지 내 사람과 단지 밖 사람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아파트들, 도시의 가게엔 ‘키오스크(무인 판매기)’가 늘어나면서 손님은 직원들과 대화할 일조차 점점 없어진다. 도시의 속도는 더 이상 타인들과 교류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전 세계 32개 도시에서 1990년대 초반과 2007년의 걷는 속도를 비교해보니 중국 광저우는 삶의 속도가 20% 이상, 싱가포르는 30%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머물고 함께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흥미롭게도 우리 시대의 연결의 플랫폼인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개인을 더 넓은 세계로 연결시켜준다고 하지만, 고립감을 더욱 부채질한다”며 “우리는 24시간 늘 연결되어 있지만 항상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사람들은 일종의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에 시달린다. 이는 나만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이라고 했다.

또한 “소셜 미디어상의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우리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기보단 유사 접촉만을 경험할 뿐이다. 소셜 미디어 사용량이 많은 청소년일수록 우울감이 더 심해진다는 연구조사도 있다. SNS는 정작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빼앗아 버린다”며 “다양한 세상의 이야기들을 접하고 소통함으로 성숙해지기보다는, 특유의 검색 알고리즘으로 인해 자기를 더 가두기 쉽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뭉치고, 생각이 다른 이들을 미워하고 혐오하는 이른바 ‘종족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전체주의는 외로움을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소통의 단절은 민주주의에 가장 큰 위협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백 원장은 “우리 시대의 고립의 문화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라며 “「고립의 시대」의 저자 허츠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해서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가 지닌 폐해들을 줄이기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각자도생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돌봄의 시스템을 더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시대의 과제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신앙과 교회의 자리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 자신과 교회가 간직한 복음은 하나님과 인간, 이웃, 모든 피조물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증언하고, 이를 통해 평화를 누려야 함을 선언한다”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는 하나님으로부터 단절된 세상을 하나님께 연결시켜주시기 위해 오셨다. 죄인들이 하나님과 연결되었고, 주님의 공동체에선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모두가 다 하나로 연결된다(갈 3:28)”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회는 고립의 시대 속에서 시대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의 예배가 하나님과 단절된 영혼을 이어주는 사건이 되고, 교회 속에서, 그리고 교회를 통하여, 세상은 연대를 경험해야 할 것이다. 가정과 교회에서 ‘자기’라는 경계를 넘어서 이웃과 세상으로 건너가기를 연습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세대, 성별, 교육 수준, 문화, 이념, 경제적 조건들을 뛰어넘어 복음 안에서 하나 됨을 배워가는 공동체, 외로운 이들이 두려움 없이 나아와 ‘함께’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교회, 바로 그것이야말로 고립의 시대, 또 하나의 문화선교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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