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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루이스의 주요 작품을 번역한 홍종락 번역가가 24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좋은나무'에 '『로빈슨 크루소』, 무인도에서 살아남기'이란 제목의 서평글을 기고했다. ©ⓒ기윤실 홈페이지 갈무리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을 때가 있다. 고립무원(孤立無援, 고립되어 도움 받을 데가 없음)이 바로 내 얘기 같을 때가 있다. 무인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순간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런 외로움과 막막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때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서 로빈슨 크루소를 모셔왔다. 그가 누구인가. 무인도에서 수십 년, 정확히 말하면 28년 두 달 19일을 살았고, 그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살아남은 사람. 혼자 살기의 달인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그 긴 세월을 혼자 살아남은 비법을 배워볼까 한다." (본문 중)

C.S 루이스의 주요 작품을 번역한 홍종락 번역가가 24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좋은나무'에 '『로빈슨 크루소』, 무인도에서 살아남기'이란 제목의 서평글을 기고했다. 홍 작가는 이 책을 서평한 데에 인생의 외로움과 막막함을 견디는 인생의 지혜를 배워보기 위함이었음을 서두에 알렸다.

그는 먼저 "자신이 가진 것, 받은 것을 생각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로빈슨은 오락가락한다. 살아남은 것에 감사했다가, 그래도 '이게 뭔가, 혼자서 어쩌라는 말인가' 하고 불평했다가, '그래도 이렇게 많은 것을 받았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이렇게도 생각한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물자가 다 떨어질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한다. 그러다 자신의 처지를 나쁜 점과 좋은 점으로 나눠서 따져본다. 이런 객관적 상황 분석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근거를 제공한다"고 했다.

이어 "좋기만 한 일도 없지만, 나쁘기만 한 일도 드물다. 자신에게 있는 것, 자신이 받은 것을 돌아볼 일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섬 생활이 안정된 후, 자체 제작 카누를 타고 섬을 둘러보다가 조류에 휘말려 먼 바다로 밀려나 다시는 섬으로 못 돌아올 뻔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이전까지 감옥이라 부르던 섬을 '사랑스러운 섬'이라고 부르고, 그리로 돌아가려고 사력을 다한다. 섬과 거기 담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서야 로빈슨은 자신이 누렸던 것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자기가 가진 것을 잃기 전에 그 가치를 알아본다면, 세상이 훨씬 밝게 보일 것이다"라고 했다.

다음으로 "기록하기"를 권고했다. 그는 "로빈슨 크루소는 배에서 가져온 잉크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본다는 것. 글을 쓰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상황을 좀 객관화시켜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반려동물을 두라고 했다. 그는 "시종들에게 둘러싸여 혼자 제왕처럼 만찬을 즐기는 내 모습을 보자. 유일하게 내게 말을 걸 수 있는 앵무새 폴은 가장 총애 받는 신하처럼 보였다. 개는 함께 후세를 남길 동족을 찾지 못한 채 이제 나이가 너무 많아 정신마저 오락가락했으며, 늘 내 오른편을 지켰다. 고양이 두 마리는 각각 탁자 양쪽에서 내가 특별히 예뻐한다는 표시로 건네줄지도 모르는 먹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저절로 생기지 않았다. 앵무새에게는 로빈슨 크루소가 열심히 말을 가르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고, 개는 배에 있던 녀석을 로빈슨이 구해낸 것이었으며, 고양이는 섬에 야생하던 것을 길들인 것이었다. 반려동물들을 돌보고 키우는 수고는 큰 보람을 안겨주었다"고 했다.

아울러 "해야 할 일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홍종락 번역가는 "일이 있으면 외로움을 더는 데 도움이 된다. 열심히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은 몸과 마음 모두에 활력을 준다. 꼭 해야 할 일, 또는 굳이 안 해도 될 일까지 만들어서라도 바쁘게 살아가면 외로움을 상당히 덜 수 있다"고 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능이 드러날 때 대처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그는 "모든 것이 안 통할 때가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먹고 사는 일에 힘을 다하고, 흥미를 끄는 일에 열을 내다보면 외로울 새도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다 건강할 때 이야기다. 몸이 아프고 드러누우면 답이 없다. 자신의 실존, 고립무원의 처지에 대한 자각이 해일처럼 밀려온다"고 했다.

그는 "로빈슨도 그러했다. 그는 좀처럼 낙담할 줄 모르는 굳은 의지의 사나이다. 한때 노예 신세가 되었을 때도 꿋꿋하게 견디다 탈출했고, 브라질에서 농장주로 성공했던 사람이다. 혼자 무인도에 떨어져서도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물자를 구하고 거처를 마련한다. 자신이 쓸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여 혼자 살기에 적응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비를 맞은 탓인지 몸져눕는다. 지금까지 통했던 방법을 하나도 쓸 수 없는 진정한 한계 상황에 이른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로빈슨 크루소의 절박한 외침은 배에서 건진 궤짝 속 성경에서 찾은 다음 구절에 힘입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시 50:12). 이전까지 그의 '기도'가 자신의 절박함에서 나온, 그래서 응답을 기대할 근거가 없는 외침이었다면, 이제 이 구절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다른 가능성을 엿본다. 그날 그는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힘든 날에 그분을 찾으면 구해주시리라 하신 약속을 지켜달라고 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꿈에서 들었던 참회의 촉구는 로빈슨 크루소를 계속 괴롭혔다. 그리고 참회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그의 눈에 들어온 성경구절 하나. "회개케 하사 죄 사함을 얻게 하시려고 그를 오른손으로 높이사 임금과 구주를 삼으셨느니라"(행 5:31). 이 말씀에 힘입어 그는 이렇게 외친다.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이시여! 임금과 구주이신 예수님이시여, 절 참회케 하소서." 그리고 '처음으로'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한다. "태어난 후 처음으로 제대로 기도를 올린 게 그날인 것 같다. 그때 했던 기도야말로 내 상황을 이해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얻은 용기를 바탕으로, 성경에서 말하는 소망을 품고 진정으로 올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시리라는 소망을 품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홍 번역가는 "혼자 살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혼자 살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망감과 무력감과 두려움 가운데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고독의 무인도에서 신을 만나고 소망과 위로와 확신을 찾은 로빈슨 크루소의 경험을 눈여겨볼 일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회심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감옥에 갇혀 독방에서 신앙적 각성을 경험했던 저자 대니얼 디포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되었다고 하니 더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로빈슨 크루소의 빵 만들기가 가리키는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빵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른다. 빵을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로빈슨 크루소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그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빵은 평소에 우리가 돈만 주면 쉽게 살 수 있는 것이라, 빵 하나가 나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필요한 수많은 도구와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하기 어렵다. 어디 빵뿐이겠는가.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도 노동을 하는 당사자가 내가 아닐 뿐, 다시 말해, 그 수고를 '내가 안할 뿐' 수많은 누군가에 의해 똑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는 "언택트 시대다. 앱만 사용하면 뭐든지 주문할 수 있으니까, 마치 혼자 살 수 있는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 모든 앱과 배달 시스템은 물론이고, 그 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게 전달되고 우리 손에 간편하게 들어오는 모든 것은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수고와 노력의 산물이다. 나는 오롯이 다른 사람들의 수고에 기대어 사는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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