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덕 집사
김홍덕 집사

아무도 예상치 않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말만 많고 행함이 적은 우리들의 입을 막으시려고 마스크를 선물로 주신 게 아닌가 하는 되돌아봄을 가지면서도 어떻게든 이 난국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해쳐나갈 방안을 강구해봅니다.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리던 봄에는 “이제 일요일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온통 기독교인들뿐이다”라는 자조와 비아냥거림도 있었지만 일상 생활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은 어찌 보면 당연히 그랬었어야 할 위생 수칙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교회 밖으로의 야외 활동이 조심스럽지만 그렇다고 개개인의 생활로 보자면 전혀 나들이와 여행을 안할 수도 없는 일이죠. 답답해진 마음을 기도원에 가서 풀려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교회의 지체들에게 어디로 좀 바람 쐬러 가자는 권유도 쉽게 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2, 3명 단위의 야외 나들이 정도는 그래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요즘, 산과 숲과 섬이 안전한 여행지로 꼽히고 있어 그나마 숨을 좀 쉴 것 같습니다. 평소에 안 하던 등산을 하자니 힘들 것 같고 운동 삼아 걷는 여행을 하자니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분들을 위한 ‘쉼 여행’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올 초에 개장을 한 전라남도 신안군의 12사도길은 크리스천들이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한 번 정도 걸어볼 만 한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별히 운동을 안해도 무리가 가지 않는 평지길이면서 시원한 바람과 작은 동산들이 있어 힐링 여행지로도 괜찮은 곳이죠.

이 길은 신안군의 병풍도,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이렇게 5개의 섬을 잇는 길에 예수님의 12제자 이름을 따서 건축한 작은 예배당들이 있습니다. 5개의 섬들이 하루 두 차례의 밀물 썰물에 따라 연결되는 노둣길을 특징으로 하는 이 12사도길에 있는 예배당들은 여러 나라에 산재해 있는 건축 양식들이 현대화된 모습과 색감으로 놓여 있어서 방문객들을 우선 시각적으로 놀라게 합니다.

김홍덕 집사

5개 섬들에 있는 노둣길을 다 연결하면 국내에서 최장의 길이 된다는 이 코스를 걷다가 지루할 만 할 때쯤에 예배당이 하나씩 나타납니다. 그 이국적인 멋에 한 번 끌린 후 12사도들의 이름을 생각하면서 성경 속의 사건과 교훈들을 음미하다 보면 ‘아, 이것이야말로 진짜 순례길이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답니다. 그래서인지 이 길을 스페인에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이름을 따서 ‘순례자의 섬’, ‘한국의 산티아고’, ‘섬티아고’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각 예배당의 내부와 사도들의 이름들이 우리 개신교에서 말하는 명칭이 아니라 카톨릭에서 부르는 명칭이라 좀 낯선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 길이 생긴 배경으로는 개신교 최초의 여성 순교자인 문준경(1891~1950) 전도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신안 출신인 문 전도사는 1년에 고무신 8켤레를 바꿔 신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걸어 다니며 전도를 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섬 주민의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고 합니다.

문 전도사는 당시의 여성으로선 드물게 경성성서학원에서 공부한 후 고향인 증도로 돌아와서 인근의 섬 여러 곳들을 돌아다니며 무려 11개의 교회를 개척하는 놀라운 사역을 했으나 625전쟁 중 좌익 세력에 의해 피살당했습니다. 증도면 사무소 인근에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이 있으니 이 참에 국내 성지 순례를 하는 마음으로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홍덕 집사

12사도길의 작은 예배당들은 저마다 다른 분위기의 기도 공간이기도 합니다. 12사도의 이름에 걸맞게 건강·생각·그리움·평화·생명·감사·인연·기쁨·소원·칭찬·사랑·지혜의 집이라는 설명도 붙어있으니 잠시 우리 믿음 생활을 이런 주제로 연관 지어 묵상해보면 어떨까요?

12사도길이 있는 5개의 섬에는 320여 명이 거주하는데 숙박 시설로는 민박집 한 곳과 신안군에서 위탁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한 곳만이 있고 그 흔한 팬션, 카페, 식당들이 없으니 요즘 같은 때에는 아주 호젓하고 오롯한 힐링 도보 여행지로서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이틀에 나누어서 총 18km의 구간을 모두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데요, 그래도 걷기가 힘든 분이시라면 현지에서 전기 자전거를 대여해서 좀 더 편하고 낭만스럽게 여행을 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김홍덕 안수집사

35년 간의 외신기자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시니어 성도들을 공기 좋고 안전한 외국에서 선교사 섬김이로 주선하는 사역을 꿈꾸며 국내에서 트레킹과 도보 여행을 주최하고 있다. 전국의 작은 교회와 걷기 좋은 길을 함께 다니며 선교사들과의 소박한 대화 시간도 마련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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