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모 교수
류현모 교수

세계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정과 부모이다. 개인이 태어난 가정의 환경과 부모의 세계관이 자녀의 선글라스 렌즈에 강력한 바탕색을 칠하게 된다. 자녀들은 부모의 선글라스로 세상을 바라보듯이 부모와 형제들의 행동을 흉내내며 스펀지처럼 가정의 세계관을 받아들인다. 기독교 가정에 태어난 아이는 자연스럽게 성경적 세계관을 받아들인다. 이슬람 국가에서 태어난 아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날의 세상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세계관들이 경쟁하는 치열한 전쟁터이다. 인류로부터 영혼과 마음의 추종자들을 얻기 위해 싸우는 이 세계관의 대 격돌지에서 각 가정은 자녀들의 세계관을 선점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는다.

가정은 하나님이 임명하신 첫 사회기관이며 교회이다. 가정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하고 땅을 정복하라”는 하나님의 문화명령을 수행해야 한다. 가정은 예수님의 제자로서 “땅 끝까지 가서 전하라”는 그분의 지상명령도 이루어야 한다. 부모는 하나님이 주신 자녀에게 신앙을 전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라는 말씀은 우리가 모르는 사람에게 전도를 할 때보다 더 정성을 들여 자녀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들이 강제로 주입한 신앙은 자녀들이 성장하여 스스로의 신앙을 선택할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버려 진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에게 이념이나 지식이 아닌 마땅히 행할 길을 가르쳐야 한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잠22:6” 자녀는 부모의 말이나 손가락이 아니라 부모의 등 뒤에서 그들의 행동을 보고 그들을 따라가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는 영적 관계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두 자녀를 주셨고 이제 장성 하였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매 순간 자녀가 부모의 영적 거울임을! 물이 사람의 얼굴을 비춰주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이 사람을 비춰준다는 말씀이 얼마나 진리인지! 깨닫게 되었다.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너무나 정확하게 드러내고 비춰주기에 지금도 주님을 경외함으로 기도하며 자녀들을 대하지 않을 수 없다.

‘배움의 발견’이라는 책은 미국 아이다호 주의 몰몬교 가정에서 태어난 타라 웨스트오버의 자서전적 이야기다. 그녀는 기초교육과정을 모두 건너뛴 채로 대입자격시험을 통해 17세에 대학에 입학하고 2014년 케임브리지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학교교육이 자녀를 망친다는 생각과 정부가 자신들을 위협하는 세력이라는 망상 때문에 자녀들의 학교교육을 차단했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몰몬교의 전통에 따라 비정상적인 아버지의 의견이지만 전적으로 가장의 의견에 순종하였다. 이 책은 편향된 종교적 배경의 부모가 자녀에게 미친 악영향과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충돌하는 세계관”을 번역하고 저자를 만나기 위해 그의 사역단체인 “써밋 미니스트리(Summit Ministries)”에서 주최하는 세계관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미국 중서부의 기독교 세계관으로 교육하는 중-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 교사,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들이 참석하고 있었다. 일주일간의 세미나 동안 식사 때마다 그들의 자녀교육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그 중 가장 기억나는 사람은 콜로라도 주의 시골에 살면서 자녀들을 홈스쿨링 하던 부부였다. 남편은 배관공으로 미국에서는 안정된 전문직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일이 없는 시간에는 집에서 정해진 학습을 해 나간다. 이들은 기독교 세계관으로 짜여 진 교과과정과 교재를 주변의 기독학교로부터 제공받고, 신앙과 직업교육 그리고 신앙을 삶에 적용하는 세계관 교육을 실생활 속에서 부모로부터 받는다. 아이들이 성년이 될 때쯤이면 아버지의 조수로서 5~6년 이상의 경력으로 수습 배관공의 자격을 부여받는다. 하나님을 아는 신앙과 세상을 이해하는 세계관과 그곳에서 살아갈 직업까지 부모의 등으로 가르치는 좋은 사례가 되겠다.

몇 해 전부터 근무하는 학교에 세계관 강좌를 개설하여 강의하고 있다. 수강 학생들의 종교적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학생들의 가정 중 25~30%의 종교가 기독교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기독교인이라 답한 학생은 5%정도에 불과했다. 기숙학교 생활 동안 신앙을 잃거나, 입시가 더 중요하니 대학입학까지 신앙의 의무를 면제받다가 필요성을 잃거나,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에서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등 원인은 다양했다. 부모에게 독점적으로 허락하신 선점의 기회를 좋은 대학 입학이라는 다른 복음을 전함으로 놓쳐버린 것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신앙을 잘 지켜온 아이들도 대학에서 만난 하나님을 부정하는 무신론적 교수나 선배의 말에, 또 세상 풍조에 무너져 방황하다가 신앙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신실한 신앙을 가진 부모의 자녀들은 탕자처럼 아버지의 집을 기억하고 돌이켜 반드시 신앙을 회복한다. 까닭에 각 가정은 하늘 아버지의 집을 이 땅에서 보여주는 교회이어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자녀들의 세계관 선점의 기회를 강요와 억지가 아니라 온유와 두려움으로 감당해야할 것이다

묵상: 나의 부모님의 세계관은 어떤 것이었으며, 아직도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하나씩)

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약리학교실 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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