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대표 오른쪽은 권은희·이태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대표 오른쪽은 권은희·이태규 의원.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다가오는 총선에서 지역 선거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공천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지역 선거구에는 야권 후보에게 표를, 정당 투표에선 '국민의당'을 찍어달라는 것이다. 사실상의 야권 선거 연대라는 평이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253개 지역 선거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며 "비례 공천을 통해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개척하고 야권은 물론 전체 정당간의 혁신경쟁, 정책경쟁을 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역구 공천을 하지 않는 희생적 결단"을 하는 대신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투표 대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지역구에서 야권 표 분산 가능성을 교통정리한 행보인 만큼, 사실상의 '선거 연대'로 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안 대표가 잇단 안철수계 인사들의 이탈, 끊임없는 보수통합 러브콜 등 '국민의당 흔들기'에 현실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한 달 전 귀국할 때만 해도 창당을 준비 중이었던 안철수계 원내 인사는 7명이었으나, 최근 김중로·이동섭 의원이 미래통합당행을 택했고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도 통합당 합류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원외인사들의 이탈도 이어졌다. 핵심 측근으로 분류됐던 장환진 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집행부위원장, 김철근 전 창준위 공보단장 등이 통합당에 입당하며 안 대표를 떠났다.

안 대표는 끊임없이 보수 진영의 구애를 받아왔고 내부에서도 당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서 2~3%에 그치는 등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불투명하단 불안감이 커져왔다. 이에 '야권 연대 또는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안 대표는 연신 보수통합에 선을 그으며 '중도실용' 정치의 길을 가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잇단 이탈로 인한 내부 동요와 국민의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통합 참여' 여부로만 모아지자 중대 결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야권 표 분산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단 분석이다.

안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이 정권의 심각한 무능과 안이함 앞에서 '정권심판이 우선이니 힘을 합쳐 달라'는 요청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며 "정치공학적인 보수통합과 '묻지마 반문연대'는 처음부터 반대했지만 대안을 만들고 제대로 일하는 정당 하나 정도는 살아남아야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제 많은 분이 걱정하시던 야권 분열과 여당의 어부지리 가능성은 사라졌다. 대신 혁신 경쟁과 정책 경쟁의 새로운 씨앗이 뿌려졌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당 사무총장인 이태규 의원도 "이런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지역구 후보를 내더라도 계속해서 연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실질적으로 당이 추구하고자 하는 비전을 제대로 알릴 수 없겠다(는 판단)"이라며 "논란의 싹을 여기서 잘라야겠다는 결심"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앞으로 총선 과정에서 당의 '중도실용' 정치 비전과 '정책 경쟁'에 포커스를 맞추고 미래한국당 등의 위성정당을 '꼼수'로 규정하며 정당 투표에서 표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개척하고 야권은 물론 전체 정당간의 혁신 경쟁, 정책 경쟁을 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겨냥한 듯 "비례대표에 대한 법과 제도의 취지를 농락하는 위성정당의 먹잇감이 되지 않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만들어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다만 당분간 정치권의 관심은 기존 국민의당 인사들의 '비례정당' 합류 여부에 쏠릴 전망이다.

안 대표는 "정치인들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여러가지 고민이 있을 수 있으니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일하게 국민의당 입당을 선언한 권은희 의원이 전날 광주 광산을 출마를 선언했던 만큼,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유자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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