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쉬지 않고 꾸준히 밀고 나가면 목적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의 심정으로…'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6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로서는 '큰 산'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이후 발부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법적 절차가 남아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친형에 대해 본격적으로 사법처리 수순에 돌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공교롭게도 이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대검 중수부는 현 정부 초기인 2008년 12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한 적이 있다.

전직 대통령의 형은 현 정부 초기에, 현직 대통령의 형은 정권 말기에 사법처리하는 형국이 됐다.

이 전 의원은 현 정권 창업을 이끈 원로자문그룹인 '6인회의'의 핵심 멤버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이라는 중량감 때문에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린 인물이다. 아무리 정권 말기라 해도 노건평씨 사법처리 때와는 부담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전 의원을 소환하기에 앞서 검찰 관계자가 "굉장히 큰 산이어서 전력투구하고 있다", "소환했는데 혐의 입증을 못 하면 우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검찰의 중압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의원 소환 당일인 지난 3일 '우공이산'을 언급하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조사를 마친 이후에는 "바위가 나왔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바위라고 뚫으면 안 뚫리겠나"라며 사법처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여기다 이명박 정부의 또 다른 창업공신인 정두언(55) 의원까지 동시에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검찰이 현 정권 실세들을 줄줄이 무너뜨리는 모양새다.

정권 실세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지난 3월 이 전 의원에 대한 의혹을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으로 일원화한 이후 4개월간 한 발짝씩 앞으로 내디딘 결과물이란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5월 'MB 멘토'로 불렸던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복합유통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나란히 구속기소하면서 정권 실세들을 정조준해왔다.

검찰이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저축은행 비리 수사의 정점을 찍었지만 관건은 지금부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관계 로비 수사가 더욱 광범위해질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당장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박지원(70)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망이 좁혀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정관계 인사들이 적게는 5명에서 최대 20명에 이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자칫 17대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6개월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지는 권력 핵심부를 조준한 검찰 수사는 연말 대선 구도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논란과 함께 검찰 수뇌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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