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와 용의 대결에서 하나님은 아기 예수와 마리아를 안전한 옥좌와 광야로 옮기신 후 미가엘 천사장에게 붉은 용의 무리를 하늘에서 추방하도록 명하셨다.

용(사탄)과 그의 부하인 짐승(마귀)의 세력도 강력하므로 이제 제12장에서는 천사가 용과 대결하는 넷째 환상까지 계속되고 제13장에서는 짐승과 대결하는 나머지 세 환상을 요한은 목도하고 이를 기록하였다.

중세 필사본 중에서 요한묵시록에 관한 내용을 가장 소상하고 성경내용대로 표현하여 가장 표준이 된 도상학 싸이클을 보여준 것이 '1313년 명 요한묵시록 (The Apocalypse of 1313)' 이다.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있는 이 묵시록은 채식화가인 꼴랭 샤더베(Colin Chadewe)가 1313년이라고 연대를 쓰고 서명한 금빛 삽화로 가득한 필사본이다.

■ 둘째 환상 : 용을 추락시킨 천사장 마가엘

"그 때 하늘에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미가엘과 미가엘의 천사들은 용과 맞서서 싸웠습니다. 용과 용의 부하들이 이에 맞서 싸웠지만, 당해 내지 못하였으므로, 하늘에서는 더 이상 그들이 발붙일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큰 용, 곧 그 옛 뱀은 땅으로 내 쫓겼습니다. 그 큰 용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데, 온 세계를 미혹하던 자입니다."(표준새번역 계12:7-9)

▲꼴랭 샤더베(Colin Chadewe)ㅣ하늘에서의 큰 전쟁(Agreat battle in heaven)ㅣ1313년 경 요한묵시록(The Apocalypse of 1313)ㅣ양피지에 채식(illumination on parchment)ㅣ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Paris)

​​1313년명 요한묵시록의 삽화인 <하늘에서의 큰 전쟁>은 천사들을 거느린 천사장 미가엘이 십자가가 달린 긴 창으로 열 뿔 달린 용(사탄)과 그의 부하인 새까만 짐승들(마귀)을 무찔러 땅으로 떨어지게 한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미가엘은 수호하는 임무를 맡은 천사장이다.유다서 (1:9)에서는 미카엘에게 특별히 '천사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으며, 그가 모세의 주검을 놓고 사탄과 다투며 논쟁했다고 서술하고 있다.천사장(Archangel)은 성경에는 미가엘 뿐이나 누가복음서의 가브리엘도 대천사(천사장)로 취급 받는다. 누가 복음서에서는 스가랴와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타나 각자에게 세례자 요한과 예수가 탄생할 것이라는 소식을 알려 주었는데 특별히 그를 가리켜 '주님의 천사'(1:11)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제2경전인 토빗서에서 언급한 라파엘을 포함한 3대 천사장을 인정한다.

성서에서 천사는 하나님이 창조한 영체이며 하나님의 군대요 그리스도를 섬기고 사도들에게 봉사한다. 고대 말기의 디오니시오(Dionysius Areopagita)는 천사의 아홉 등급, 곧 스랍(세라핌) · 그룹(케루빔) · 좌품 · 주품 · 역품 · 능품 · 권품 · 대천사 · 천사로 나누고 있으나 이 9품 천사론은 교회의 교리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이 중 성경에는 하늘보좌를 수호하는 스랍(Seraphim)과 에덴동산과 언약궤를 지키는 그룹(Cherubim), 그리고 천사장(대천사)과 천사만 기록되어 있다.

▲라파엘(Raphael)ㅣ사탄을 무찌른 성 미가엘(Saint Michael Vanquishing Satan)ㅣ1518년 268 × 160 cmㅣ루브르박물관(Louvre Museum)

사탄의 첫 번째 추방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지만 둘째 추방은 땅에서 깊은 구렁(무저갱)에 가두고, 셋째 추방은 불과 유황의 바다로 던져 진다 (20:3,10)

요한은 큰 용을 악마와 사탄(Satan)이라고도 하며 세계를 속여서 어지럽히던 늙은 뱀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사탄은 히브리말로는 "대적자"를 뜻한다. 사탄의 별명은 바알세블, 벨리알, 옛 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마귀(디아볼로스)는 "중상자"를 뜻하는데 바울은 하와가 마귀의 꾐에 빠져 죄를 지었고, 예수를 판 가룟 유다와 베드로의 세 번 부인도 마귀의 유혹 때문이다.

사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 유대인들은 사탄은 하늘에서 추방된 천사장 가운데 하나로서 그 이름은 루시퍼(Lucifer)였다고 생각하였다. 이사야서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웬일이냐 너 아침의 아들, 새벽별아, 네가 하늘에서 떨어지다니! (중략) '내가 저 구름 위에 올라가서 가장 높으신 분과 같아지겠다' 하더니, 그렇게 말하던 네가 스올로, 땅 밑 구덩이에서도 맨 밑바닥으로 떨어졌구나."(사14:12.14)

새벽하늘에 빛나는 금성(비너스)이 곧 타락한 천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새벽별은 당시의 로마제국을 상징하는 용어였으며 새벽별은 빛 되시는 메시야 즉 아침 해가 뜨면 사라질 존재라는 뜻이다.

■ 셋째 환상 : 어린 양의 승리와 하늘의 찬미

사탄(용)이 땅으로 추방되어 어린 양이 승리한 하늘의 찬미 장면을 요한은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 하나님의 구원과 권능과 통치와 그분이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중략) 우리의 동료들은 어린 양이 흘린 피와 자기들이 증언한 말씀을 힘입어서 그 악마를 이겨 냈다"(계12:10-11)

하늘의 전쟁에서 승리한 원인은 십자가에서 흘리신 그리스도의 대속의 피와 성도들이 그리스도를 충성스럽게 증거하였기 때문이란 것이다.

■ 넷째 환상 : 여인의 남은 자손들을 박해하는 사탄

"그 용은 자기가 땅으로 내쫓겼음을 알고, 남자 아이를 낳은 그 여자를 쫓아갔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는 큰 독수리의 두 날개를 받아 가지고 광야에 있는 자기 은신처로 날아가서, 거기에서 한 때와 두 때와 반 때 동안 부양을 받았습니다."(계12:13-14)

사탄은 굴복하지 않고 끈질기게 박해를 가한다. 여기서도 여인의 남은 자손인 교회가 극렬한 박해를 받는 <후 3년 반>을 나타내는 암호 같은 "한 때 두 때 반 때"라는 숫자가 나온다.

그것은 7년 대환난으로 교회가 박해받는 근본 원인이 메시야 출현을 방해하려는 사탄의 저항이란 점과 환난 중에도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묵시록을 읽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깨닫도록 하려는 것이다.

▲강정훈 교수(전 조달청장)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정훈교수 #성서화칼럼 #성서화탐구 #요한계시록 #요한묵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