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혁신학회가 15일 오전 신반포중앙교회에서 제107차 정기학술발표회를 진행한 가운데 이동영(왼쪽 두 번째)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동윤 기자

종말론은 한국교회가 잘 다루지 않는 민감한 주제로, 지금까지 교회가 외면하는 동안 이단·사이비의 전유물이 돼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독일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은 이 쉽지 않은 주제인 '종말론'을 다루며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내용과 삼위일체론적 공간이해의 결합으로 해석했다.

웨신대 이동영 교수(조직신학)는 15일 신반포중앙교회(담임목사 김성봉)에서 열린 한국개혁신학회 제107차 정기 학술 발표회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몰트만의 삼위일체론적 종말론과 그 구성을 위한 조건들'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독일 개혁교회 출신의 신학자 몰트만은 서방 신학 안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종말론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신 시키는 일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동영 교수는 먼저 종말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리스도교는 전적으로 종말론적인 종교"라면서 그 이유에 대해 "예수에게 붙여진 그리스도(메시아) 호칭 자체가 유대 종교사적으로 볼 때 종말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임박한 재림에 대한 기대가 기약 없이 연기되고, 로마제국의 혹독한 박해의 기간이 지나고 나서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의 제국 종교가 된 순간부터 종말론은 냉대와 무관심의 교리가 됐다. 서방 신학의 전통 속에서 교의학 말미의 마지막 항목으로 하찮게 취급돼 오늘날에 이르렀다"면서 종말론의 가치가 격하됐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몰트만은 전통적 종말론과 현대적 종말론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종말론의 특징을 첨예화하고 있다"며 "몰트만의 종말론 내용과 의도를 파악해 사이비 종말론의 폐해를 치료하고 교정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통적 종말론의 문제점에 대해 "종말론이 서방교회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미래적 도래 내지는 새 창조를 향한 희망의 교리로써 파악되지 못하고, 유대인의 망상으로써 일관되게 배척됐다"면서 "원래의 종말론의 체제 변혁적인 역동적 에너지는 교회 밖의 이단적인 분파주의자들에게 퇴행적으로 전이돼, 파괴적 묵시 사상과 결탁한 그들의 사악한 교리 속에서 그 생명력을 연명한 점"이라고 했다.

또 현대 종말론의 문제점는 "바이스와 슈바이처로 대변되는 '미래 종말론'과 바르트·알트하우스·불트만·부룬너' 등으로 대변되는 '실현된 종말론' 사이의 대립을 통해 촉발됐다"면서 양 '종말론' 사이의 대립은 보스·쿨만·예레미아스·퀌멜·E. 슈타우퍼 등에 의해서 "지금 이미 시작됐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음의 종말론'의 방식으로 중재됐다.

이동영 교수는 몰트만의 삼위일체론적 종말론의 구성 조건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첫째, 종말론을 구성하기 위해 자연과학의 시간 개념인 직선적 양적 시간 개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양적 시간은 과거로 전락해버리는 시간이기 때문에, 시작이 없는 시간의 순환 운동으로서의 '에온'의 시간만이 끝이 없는 시작으로 종말의 시간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둘째, 종말의 시간은 흘러가는 시간인 '프투룸'의 시간이 아니라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간, 즉 '아드벤투스'라고 했다. 셋째, 삼위일체론적 관점에서 종말론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고, 그것들과 더불어 종말론적인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개념을 결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종말론을 다시 고찰했다. 그는 "교회의 역사 속에서 종말은 묵시적 표상과 더불어 너무나 빈번하게 세상의 심판과 파괴의 파멸과 멸절로써 이해됐다. 이러한 세상의 파국을 가르치는 묵시적 종말론은 필수적으로 내세를 지향하는 개인주의적 종말론을 수반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세상의 파멸과 더불어 자기 자신의 파멸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몰트만의 '삼위일체론적 영광의 종말론'은 반 세계적이고 반역사적이며 영지주의적인 전제 군주적 일신론의 묵시 종말론을 비판하며 교정하는 일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종말론은 오늘날 만연해 있으며 사회적 물의까지 빚고 있다"고 했다.

또 "몰트만에 따르면 종말은 종국적으로 하나님 은총의 선물"이라며 "하나님 나라의 완성에 대한 몰트만의 종말론적 유보의 태도는 세계의 질서를 하나님의 질서와 동일시하고 그것을 절대화시키려는 모든 정치신학적인 이데올로기의 공세에 대항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동영 교수는 몰트만의 종말론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우선 몰트만의 종말론은 논리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몰트만은 이단 종파들이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에 입각해 개진한 종말론의 폐해, 즉 피안적이고 반역사적이며 반사회적인 파괴적 폐해를 지적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도 전천년설의 입장에 기대어 자신의 종말론을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성경을 떠난 신학적 사색은 공허하고 무의미한 사변이 십상이며, 종말론에 대한 신학적 논의도 예외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몰트만의 종말론은 죄인인 인간이 자신이 속한 시대의 부조리와 구조적인 모순 속에서 어떻게 삼위일체이신 하나님 영광의 종말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이것이 중대한 약점"이라며 "'구원의 서정 교리'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이 교리와의 관계 속에서 보완되고 보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원의 서정'이라는 용어는 17세기 개신교 정통주의 신학자들인 요한 프란츠 부데우스와 야콥 카르포비우스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됐다. 그리고 그 이후 이 교리는 개신교 정통주의 신학 안에서 정교하게 정립됐다. 개신교 정통주의 신학은 '구원의 서정'과 더불어 성령께서 예수 그리스도 구원의 은총을 각 신자에게 어떻게 적용하시는가를 해명했다. 구원의 서정은 다음과 같다. '선택-소명-회심-믿음-칭의-확정적 성화-입양-점진적 성화-영화'이다.

황덕형 교수는 논평에서 몰트만은 종말론에 대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약속이고 그것은 역사를 만든다. 약속은 종말을 통고하며 종말은 약속 안에서 자신을 통고한다. 약속은 역사의 동력과 동기요 역사의 충동과 고통이다"고 말했다.

즉 몰트만은 그의 종말론 신학의 기술이 사실은 비신학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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