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가 막혔을 때 ‘대체 경로’는 어디인가. 답은 단순하지 않다. 알자지라(Al Jazeera), CNBC, 블룸버그(Bloomberg)가 일제히 분석한 우회 송유관·항만은 네 갈래다. UAE의 ‘후자이라(Habshan-Fujairah, ADCOP)’ 송유관(약 1.5M b/d), 사우디 ‘페트롤라인(East-West)’(설계 7M b/d), 이집트 ‘수메드(SUMED)’ 송유관(2.5M b/d), 이라크-튀르키예 ‘키르쿠크-제이한(Kirkuk–Ceyhan)’ 송유관(약 1.6M b/d). 그러나 모두 합쳐도 가용 우회 능력은 약 9M b/d, 호르무즈를 통과하던 일평균 약 20M b/d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체’란 말은 부분적이며, 동시에 정치·외교·기술의 복합 변수에 묶여 있다는 것이 외신의 일관된 진단이다.
▲ 호르무즈 해협 도식. 우회 송유관은 이 좁은 길목을 ‘건너뛰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대부분 용량 한계가 명확하다. (Wikimedia Commons, CC BY-SA)
[1] UAE ‘후자이라’ ADCOP — 호르무즈를 ‘건너뛰는’ 248마일
위키피디아·Pipeline Technology Journal에 따르면, 아부다비 크루드 오일 파이프라인(ADCOP·Habshan-Fujairah)은 아부다비 내륙 합산(Habshan) 유전에서 출발해 오만만의 후자이라까지 약 248마일을 잇는다. CNBC는 “이 송유관의 일평균 처리 능력은 약 1.5M b/d, 보고된 총 용량은 1.8M b/d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2012년 6월 가동을 시작한 이후 UAE 원유 수출이 호르무즈에 ‘인질’이 되지 않도록 만든 가장 결정적 인프라다. 후자이라는 동시에 글로벌 벙커링 허브로, 5월 4일 이란 드론 공격에 의한 화재가 발생한 곳도 후자이라 인근 석유 시설이라는 점에서 ‘대체 경로 자체가 표적이 되는’ 위험이 가시화됐다.
[2] 사우디 ‘페트롤라인(East-West)’ — 설계 7M, 가용 5.5M
CNBC는 “페트롤라인은 사우디 내륙을 가로지르는 약 750마일 송유관 시스템으로, 동부 걸프 연안 압카이크(Abqaiq)와 홍해의 얀부(Yanbu)항을 잇는다”고 설명했다. 설계 용량은 7M b/d. 알자지라는 “ADCOP과 합쳐도 가용 용량은 3.5M~5.5M b/d로, 호르무즈를 통과하던 약 20M b/d를 부분적으로만 상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얀부 우회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이 페트롤라인 덕분이다. 다만 페트롤라인은 사우디 정부의 정책·외교 카드 안에 있어, 한국·일본·인도·중국 등 아시아 수입국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는 매번 협상이 필요하다.
[3] 이집트 ‘SUMED’ — 얀부 다음의 ‘유럽행 길목’
The Conversation은 “얀부에서 출발한 원유가 유럽으로 향하려면 결국 이집트의 SUMED 송유관을 거쳐야 하며, 이 송유관의 용량은 일평균 2.5M b/d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같은 매체는 “2026년 봄 호르무즈 위기 이후 SUMED를 통한 흐름이 약 150% 급증했지만, 비교적 작은 용량이 유럽 공급의 ‘구속 조건(binding constraint)’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입장에서 SUMED는 ‘유럽 수출용’ 사우디·UAE 원유의 우회 통로지만, 한국행 원유가 SUMED를 거쳐 다시 동아시아로 들어오려면 수에즈 운하 통과 비용과 시간이 추가된다.
[4] 이라크-튀르키예 ‘키르쿠크-제이한’ — 1973 조약과 7월 27일 시한
위키피디아·로이터 인용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키르쿠크에서 튀르키예 제이한항(Ceyhan)을 잇는 송유관은 약 600마일 길이로 총 용량은 약 1.6M b/d다. The National은 “이라크가 남부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 키르쿠크-제이한 송유관 재가동을 추진했지만, 3월 시점 실질 송출량은 약 25만 b/d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장이 호르무즈 우회 카드로 이라크-튀르키예 송유관을 강하게 지지했다”는 휴리예트(Hürriyet) 인터뷰를 4월 19일자로 인용했다. 단, 1973년 체결된 이라크-튀르키예 송유관 조약은 2026년 7월 27일에 만료될 예정이라 양국이 새 협정을 체결해야 ‘우회 카드’가 안정적으로 가동된다.
| 우회로 | 용량(설계) | 실 가용 | 한계·리스크 |
|---|---|---|---|
| ADCOP (UAE 후자이라) | 1.5~1.8M b/d | 1.5M b/d 내외 | 5월 4일 후자이라 시설 드론 공격 |
| 페트롤라인 (사우디) | 설계 7M b/d | 3.5~5.5M b/d (ADCOP 합산) | 사우디 정부 정책 카드 |
| SUMED (이집트) | 2.5M b/d | +150% 급증 중 | 유럽 수출 ‘구속 조건’ |
| 키르쿠크-제이한 (이라크-튀르키예) | 1.6M b/d | 3월 약 25만 b/d | 2026.7.27 조약 만료 |
| 합산 우회 용량 | 약 12M b/d | ~9M b/d | 호르무즈 20M b/d의 절반 미만 |
▲ 사우디 동서 송유관(Petroline). 호르무즈를 우회해 홍해 얀부 항으로 일평균 약 7백만 배럴을 송출할 수 있는 핵심 대체 항로다. (Wikimedia Commons)
‘우회 인프라는 단기 차질용으로 설계됐다’ — ENR의 직격탄
엔지니어링 뉴스 레코드(Engineering News-Record, ENR)는 “호르무즈 우회 인프라는 ‘단기 차질’을 가정해 설계됐다 —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같은 매체는 “기존 ADCOP·페트롤라인은 길어야 ‘몇 주’의 차질에 대응하도록 설계됐을 뿐, 수개월 단위의 봉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파이프라인 테크놀로지 저널(Pipeline Technology Journal)은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송유관·터미널 프로젝트에 ‘패스트트랙’을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신규 인프라는 수년 단위 사업이라는 점에서 단기 해결책이 아니다.
한국에 의미 있는 ‘우회 항로’는 무엇인가
한국 정부는 사우디 ‘얀부’ 경로를 우선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얀부에서 선적된 원유는 홍해→바브엘만데브→인도양→남중국해를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롱 루트’를 탄다. 이 경로는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지만, 후티(Houthi)가 활동하는 홍해 남부의 안전성과 청해부대 호송 작전 영역에 묶여 있다. 또한 한국이 받는 일부 LNG 화물은 호주·미국발 ‘비호르무즈’ 화물로 일찍부터 분산돼 있어, 카타르 LNG 차질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카타르발 LNG 비중이 한국 도입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단기 대체는 어렵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우회 인프라가 ‘완전 대체’가 안 되는 이유는?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일평균 약 20M b/d의 원유·콘덴세이트와 LNG 약 20% 점유에 대해, 4대 우회 인프라의 합산 가용 용량은 9M b/d에 불과하다. 게다가 LNG는 송유관으로 운송할 수 없어, 사실상 ‘카타르 LNG’의 우회 카드는 매우 제한적이다.
Q2. 한국이 ‘얀부 우회’로 충분한가?
외교부는 사우디·오만·카자흐스탄 등 다중 공급선 카드를 동시에 가동 중이다. 단일 우회로 의존이 아닌 ‘다층 분산’ 전략으로 위험을 낮추고 있으며, 미국·서아프리카 원유 도입도 늘리고 있다.
Q3. 이라크-튀르키예 송유관이 갑자기 ‘부각’된 이유는?
이라크 남부 수출(약 3.5M b/d)이 호르무즈 봉쇄로 막히자, 북부의 ‘유일한 출구’가 키르쿠크-제이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3 조약 만료(2026.7.27)와 정치적 갈등이 가동률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
Q4. 후자이라가 ‘이란 표적’이 됐다는 의미는?
호르무즈 우회 인프라가 ‘대안’이 아니라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5월 4일 후자이라 인근 석유 시설에서 이란 드론 공격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고, 이는 ‘우회 카드’ 자체의 안전 보장이 작전 우선순위가 됐다는 신호다.
Q5. ‘희망봉 우회’는 현실적인가?
일부 화물에 한해 부분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운송 거리·비용·일정이 모두 늘어나 LNG 단기 화물의 ‘긴급 분산’ 외에는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해운 전문지의 평가다.
면책: 본 기사는 외신 보도와 공식 발표를 인용해 작성했으며, 작성 시점 이후 상황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인용 출처: CNBC, Al Jazeera, Bloomberg, The Conversation, Reuters, The National, Pipeline Technology Journal, Engineering News-Record, IEA, U.S. EIA, Wikipedia (Habshan–Fujairah, East–West Crude Oil Pipeline, Kirkuk–Ceyhan), Hürriyet (2026년 3~5월 보도 기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호르무즈 #후자이라 #페트롤라인 #SUMED #KirkukCeyhan #ADCOP #송유관 #우회 #사우디 #UA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