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웨슬리는 흔히 위대한 설교자이자 전도자요 부흥사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를 단지 “열정적인 영적 지도자”로만 이해한다면 웨슬리 운동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웨슬리 부흥이 단기간의 열풍으로 끝나지 않고 세대를 넘어 지속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조직과 행정에 있었다.
웨슬리는 성령의 불을 일으킨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한 사람이었다. 그의 조직행정은 관료주의가 아니었고, 사람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도 아니었다. 그것은 한 영혼도 놓치지 않기 위한 목회적 행정이었다.
1. 웨슬리는 왜 조직을 만들었는가?
18세기 영국은 산업혁명과 도시화로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고 있었다. 교회는 민중의 삶을 따라가지 못했고, 신앙은 형식화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웨슬리는 거리와 광산, 들판에서 복음을 전하며 수많은 회심자를 얻었다. 그러나 웨슬리는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회심은 시작일 뿐이며, 돌봄 없는 신앙은 쉽게 식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질문했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끝까지 책임질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조직행정이었다.
2. 클래스(Class) 모임/ 행정으로 구현된 목회
웨슬리 조직의 핵심은 ‘클래스 모임’이었다. 클래스는 약 10~12명으로 구성된 소그룹으로, 단순한 친교 모임이 아니었다. 이 모임에는 명확한 목적과 구조가 있었다.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1) 신앙 상태를 점검하고 질문 하였으며 2) 책임 있는 인도자 배치를 하게 된다. 3) 실질적인 생활 신앙 점검으로 이것은 곧 행정이었고 웨슬리의 목회였다.
그러나 웨슬리에게 이 행정은 차가운 관리가 아니라, 성화를 돕는 목회적 장치였다. 그는 클래스 리더들을 훈련시키고, 보고 체계를 만들었으며, 문제를 공동체 안에서 다루도록 했다. 오늘날의 언어로 말하면, 웨슬리는 이미 목회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던 셈이다.
3. 밴드(Band)와 속회는 보다 깊이 있는 영적 행정이었다.
클래스 모임보다 더 깊은 영적 나눔을 위해 웨슬리는 ‘밴드 모임’을 운영했다. 밴드는 소수의 동성 구성원으로, 매우 솔직한 고백과 영적 점검이 이루어지는 모임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웨슬리가 이런 모임을 자발성에만 맡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명확한 기준과 규칙을 제시했다. 언제 모이고, 무엇을 나누며,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가 정해져 있었다. 이는 성령을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라, 성령의 깊은 역사로 들어가기 위한 안전한 틀이었다.
4. 연회(Conference) 분권적이면서도 연결된 구조
웨슬리 조직행정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연회 제도였다. 웨슬리는 혼자 결정하지 않았다. 사역자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말씀과 사역, 훈련과 배치를 논의했다. 연회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했다.
1) 사역자 검증과 배치
2) 교리적 일치 유지
3) 사역 경험 공유
4) 부흥의 방향성 점검
이는 개인 카리스마에 의존하지 않는 집단적 리더십 구조였다. 웨슬리 부흥이 특정 인물의 사망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웨슬리 조직행정의 핵심 원리
웨슬리의 조직행정은 오늘날 교회에도 여전히 강력한 통찰을 준다. 그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영성은 구조 속에서 보호된다
2) 사람은 체계적인 돌봄을 받을 때 성장한다
3) 조직은 성령의 적이 아니라 동역자다
4) 행정은 성화를 위한 도구다.
웨슬리는 구조를 절대화하지 않았다. 필요하면 수정했고, 현장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했다. 그러나 그는 구조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구조 없는 열정은 결국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6. 오늘 교회가 웨슬리에게 배워야 할 것
오늘 한국교회의 위기는 영성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많은 경우, 영성을 담아낼 구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교회, 제도 없는 돌봄, 책임 없는 직분은 결국 공동체를 소모시킨다.
웨슬리의 조직행정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한다. “교회를 살리려면, 사람을 살리는 구조부터 세워야 한다.”
1) 조직은 목적이 아니다.
2) 행정은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이 둘은 교회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웨슬리의 조직행정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부흥을 가둔 틀이 아니라, 부흥을 살려낸 지혜였기 때문이다. “웨슬리의 조직행정은 질서로 사람을 살리고, 사랑으로 공동체를 세운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히브리서 10:24~25)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교회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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