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신학연구소와 한국기독교한림원이 28일 서울신학대학교 존토마스홀에서 ‘한국교회와 이단,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한국선교 140주년 기념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은선 박사(안양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학술대회에는 목창균 박사(서울신대 전 총장), 이승구 박사(합신대 남송 석좌교수),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가 발표자로 나섰으며, 박명수 박사(서울신대 명예교수)가 종합논평을 맡았다. 발표와 논평 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기독교 교리사를 살피며 이단의 특징과 성격을 분석했고, 한국교회가 이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제안했다.
◆ “체계·실제적 이단 퇴치운동 적극 전개해야”
본격 발표에 앞서 정상운 박사(한국기독교한림원 원장, 성결대 명예총장)가 개회사를 전했다. 정 박사는 “그 동안 많이 성장한 한국교회 못지 않게 이단·사이비도 공존하고 있다”며 “그들은 지금도 고고한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적극적 포교를 통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 박사는 “한국교회에 이단에 대한 위기의식과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우선 형성돼야 한다”며 “교파와 교단을 넘어 서로 힘을 합쳐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이단 퇴치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그는 이단에 대처할 한국교회 연합 전문기관의 설립과 신학자 및 신학교의 적극 대처를 주문했다. 아울러 평신도를 대상으로 이단강좌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그는 “복음을 훼손하는 거짓을 전하는 이단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이단, 육체 아닌 영원한 생명 훼손”
이후 발표에서 목창균 박사는 “정통 교회가 성장 둔화와 정체를 겪는 동안, 몰몬교·여호와의 증인·신천지 등 이단 종파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몰몬교가 1830년 6명에서 출발해 현재 1,70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한 사례와, 국내에서도 하나님의교회와 신천지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현상을 언급하며 “이단 팽창은 단순한 사회현상이 아니라 정통 신앙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목 박사는 또 이단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늘날 일부에서는 이단을 ‘신학적 희생양’으로 보고, 정통 교회를 권력의 산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통에 대한 권위주의적 거부감이 이단을 오히려 해방적 대안으로 미화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단에 대처한다는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여겨지는 흐름까지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목 박사는 “이단은 트로이의 목마처럼 내부에서 신앙을 침식한다”며, 기독교가 이단에 단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육체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단 신앙의 특징으로 △단지 특정한 때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보편적 현상 △기독교의 본질적 정체성과 상충하는 가르침, 이로 인한 기독교 신앙에 파괴적 영향 △새로운 교리 주장 △극단적 신앙을 꼽았다.
목 박사는 또한 변화의 시대 속에서 교회가 지나치게 보수적일 경우 오히려 이단이 발생하는 토양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통의 화석화가 이단을 자극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켈리의 연구를 인용해 “전통을 유지하려면 단순 반복이 아니라 ‘다시 진술하는 번역’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단은 “메시지 자체를 바꾸는 변혁의 길”을 걷기 때문에 성경과 충돌하는 새로운 교리를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다만 목 박사는 이단 판정의 신중함도 강조했다. 그는 교리사적 관점에서 이단을 규정하는 일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에반스, 곤잘레스, 페리칸 같은 교회사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하며 “정통과 이단의 경계는 역사적으로 일관적이지 않았고, 선험적으로 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경 해석이 다르다고 모두 이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거스틴이 말했듯 ‘모든 오류가 곧 이단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역사 속에서 이단 판결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교권 방어에서 비롯된 사례도 적지 않음을 지적하며, “사도적 신앙을 보존하기 위해 이단에 단호해야 하지만, 판단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교리사 연구를 통해 과거의 논쟁을 살피는 것이 이단의 실체를 이해하고 오늘의 교회를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결론지었다.
◆ “성경에 근거한 사도적 바른 가르침을”
이어 ‘이단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책’을 고찰한 이승구 박사는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성경과 바른 성경적 교리를 정확히 가르치는 일에 힘써야 한다”며 “성도들이 성경과 바른 성경적 교리에 익숙하게 되면 주변에 이단적 가르침이 나타났을 때 최소한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그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과거의 전형적 이단들과 현대에 새롭게 나타나는 이단들 자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그것이 어떻게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를 붙잡고 나아가지 않는 것인지를 잘 드러내야 한다”며 “목회자는 이단들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성도에게 잘 가르쳐서 사람들이 이단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이단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정통교회라고 하는 교회들이 참으로 순결하고 순전한 교회요 성령님께 순종하는 살아 있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그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은 이단으로 갈 수 없을 것이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그 교회 공동체에 속하게 될 것이다. 교회가 성경에 근거한 사도적인 바른 가르침을 전하면 복음이 온 세상에 전해지고 개인과 세상이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단 대처의 딜레마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탁지일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한국교회의 이단 대처 역사와 최근 이단 동향 및 대처 등에 대해 설명했다. 탁 박사는 특히 이단 대처에 있어 느끼게 되는 ‘딜레마’를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양의 옷을 입고 합법적으로 포교 활동을 펼치는 이단들의 광폭 행보를 저지할 만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며 “신천지와 하나님의 교회가 비성경적 이단인 것은 분명하나, 헌혈과 거리 청소 등의 이타적인 모습으로 포장된 이들에 대처하려니, 이기적인 개교회주의로 인해 사회적 비난에 노출된 교회의 모습이 떠올라 왠지 꺼림칙하다”고 했다.
또한 “돈과 성에 집착하는 탐욕스러운 이단 교주를 비판하려니, 정통이라는 우산 아래 서식하는 비윤리적인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역시 개운치 않다”며 “설상가상으로 다종교 한국 사회에서, 이단 문제가 발생하면 법과 공권력의 도움을 받기 쉽지 않다. 공권력의 주된 역할은, 위법한 사항이 발견되어야 개입하는 ‘사후 처리’ 기능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심각한 수준의 문제라도 터져야 공론화하는 ‘사후 보도’ 역할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사전 예방’ 기능을 가진 교회의 무기력한 이단 대처 현실이 아쉽다”고 했다.
◆ “이단 규정 못지않게 건전한 복음주의 신학 교육에 집중해야”
끝으로 종합논평에 나선 박명수 박사는 한국교회가 어떻게 해야 이단문제를 공정하게 다루며, 건전한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지, 다음과 같이 그 방안을 4가지로 정리해 제안했다.
①이단논쟁은 교리에 관한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
②현재 세계기독교를 근본부터 흔드는 것은 바로 기독교 내부에서 나오는 자유주의신학
③한국적인 상황에서 이단문제 연구
④무엇이 기독교의 본질인가를 분명히 하고 기독교가 용인할 수 있는 범주 마련
박 박사는 “수많은 이단의 등장은 교회가 건전한 신학교육을 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교회는 이단을 규정하는 일 못지않게 건전한 복음주의 신학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이단으로 빠지는 교회가 사라지고, 비록 잘못된 길을 갔다고 할지라도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술대회에 앞서 박응규 박사(총무, 아신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드린 개회예배에선 이용호 박사(서울신대 부총장)가 기도했고, 서정숙 박사(강릉영동대 명예교수)의 성경봉독 후 황덕형 박사(서울신대 총장)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고전 1:18~25)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후 합심기도 순서에선 안명준 박사(평택대 명예교수)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임성택 박사(전 강서대 총장)가 ‘한국교회와 동성애 확산 저지를 위해’, 이광희 박사(평택대 명예교수)가 ‘서울신학대를 위해’, 이억주 박사(전 칼빈대 교수)가 ‘한국기독교한림원을 위해’ 각각 기도를 인도했다. 예배는 오덕교 박사(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총장)의 축도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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