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을 계기로 바티칸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전 약 15분간 단독으로 만났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 경내에서 두 정상이 배석자 없이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4자 대면도 이뤄졌다.
두 정상 간 만남은 지난 2월 28일 백악관 회담 결렬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번 회동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직접 협상 문제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회동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비공개로 만나 매우 생산적인 논의를 나눴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양측은 매우 가까운 단계에 와 있으며, 이제 최고위급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는 25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외교정책보좌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 간 직접 협상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동 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좋은 만남이었다. 단 둘이 많은 것을 논의했다"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과 새로운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지속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다면 역사적인 만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참여 국가 모임인 '의지의 연합'에 미국의 후방 지원을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미국이 영국과 유럽군에 육상·해상·공중 정보 및 물류 지원을 제공할 의향을 내비쳤다"며 "영국 총리실은 이를 '중대한 돌파구'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국·우크라이나·영국·프랑스·독일 5개국 회의에서는 당초 이견만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물밑 협상이 일부 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 회의에서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을 사실상 인정하고, 우크라이나 영토 내 전선을 동결하는 대신 하르키우 일부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회복하는 종전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안보 보장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을 시작한 후 영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휴전 감시는 미국이 주도하고, 전후 우크라이나 내 우호국 병력 전개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안보 보장 방안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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