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윤성희가 4년 만에 일곱 번째 소설집 '느리게 가는 마음'을 출간했다. 이번 작품집은 '생일'을 키워드로 하여 시간의 흐름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여덟 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책에는 ▲마법사들 ▲타임캡슐 ▲느리게 가는 마음 ▲자장가 ▲웃는 돌 ▲해피 버스데이 ▲여름엔 참외 ▲보통의 속도 등 총 여덟 편이 수록됐다. '죽음'과 '태어난 날'이라는 대조적인 개념을 통해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표제작인 '느리게 가는 마음'에서는 주인공이 이모와 함께 천천히 배달되는 우체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예기치 않은 여행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편지들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발견한다.
윤성희는 이번 소설집에 대해 "느리게 걷고, 느리게 보고, 느리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인물들에게 작은 파티를 열어주고 싶었고, 그들의 행복한 하루를 담기 위해 천천히 생각하며 글을 썼다"고 전했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레고로 만든 집'으로 등단한 윤성희는 소설집 '거기, 당신?', '감기', 장편소설 '구경꾼들', 중편소설 '첫 문장' 등을 발표하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책에는 윤성희 특유의 감성적이면서도 담백한 문체가 돋보이는 대목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모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작년에 고등학교 동창들이랑 여행을 갔는데 거기에 느리게 가는 우체통이 있었다는 것. 이모는 땀구멍에게 엽서를 썼다는 것. 거기에 결혼하자는 내용을 적었다는 것. 느리게 가는 우체통 속 엽서는 1년 후 배달이 되는데 그게 다음 달이라는 것. 그러니까 그 엽서를 찾으러 가야 하는데 혼자 갈 자신이 없으니 나보고 같이 가달라는 거였다."(83쪽)
'느리게 가는 마음'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시간을 되새길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여유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윤성희의 이번 소설집은 따뜻한 위로와 깊은 사색의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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