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내게 말씀하시되 이루었도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라 내가 생명수 샘물을 목마른 자에게 값없이 주리니”(요한계시록 21:6)
‘이루었도다’에 해당하는 헬라어 ‘게고난’은 ‘이런 것들이 다 이루었다’라는 의미이다. 이는 이제까지 요한에게 말씀하신 것들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또한 “나는 알파요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라.” 이는 그리스도에게 적용되었던 하나님의 칭호이다(1:8, 22:13, 사 44:6, 48:12).
이 稱號(칭호) 중에서 ‘알파와 처음’은 하나님께서 창조자로서 모든 만물의 근원이 되심을 나타내며 ‘오메가와 나중’은 하나님께서 모든 창조의 목적을 성취하셔서 온전히 새롭게 하실 분이심을 가리킨다.
그리스도인은 예수의 부활을 믿으며 재림(再臨) 또한 믿는다.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에 있는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하나님)만 아시느니라”(막 13:32). 오늘도 그리스도인은 주의 재림을 기다린다. 이 기다림을 주제로 한 것이 베케트(Samuel Beckett,1908-1989)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AttendantGodott, 1952)이다.
막이 오르면 마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황량(荒凉)한 무대. 허름한 점퍼를 걸친 에스트라공이 길가에 앉아 구두를 벗으려고 애쓴다. 거기에 낡은 연미복(燕尾服)을 입고 더러운 넥타이를 맨 블라디미르가 나타나 기묘한 대화가 시작된다.
이 두 사람은 ‘고도’ 씨를 기다리기 위하여 여기 온 것이다. 블라디미르는 어제도 여기에 왔었느냐 하고, 에스트라공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블라디미르는 오늘이 토요일이라 하고, 에스트라공은 금요일이라고 하며, 어쩌면 목요일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이 며칠인지 모르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단지 고도가 오면 그들은 구원 받는다는 것, 밤이 되면 더 이상 고도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내일 또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 뿐이다.
제1막 끝 무렵에서는 목에 밧줄을 매고, 두 손에 무거운 짐을 든 기계인형 같은 하인(下人) 러키를 조종(操縱)하며, 거만한 부자(富者) 포조가 등장한다. 그러나 제2막에서는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로커는 언어 장애자가 되고, 포조는 맹인이 되어 등장한다.
언제부터 눈이 멀었느냐 하는 물음에 포조는 “시간 관념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언젠가 그 시각에 맹인이 되었을뿐이다” 하고 대답한다. 그러고 보니 마른 나무에도 잎이 돋아났다. 과연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것일까?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 소년이 등장하여 “오늘은 고도 씨가 오지 못하니 내일 다시 와서 기다려주시오” 하고 말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등장 인물들은 고도 씨가 언젠가는 반드시온다는 것을 믿고 있다. 고도 씨가 오지 않을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고도 씨가 반드시 온다고 하는 것을 확신하며,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아무튼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간 사실에 안도(安堵)의 숨을 내쉬며 퇴장한다.
작자는 “이 작품은 그것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뜻한다”라며 해석을 돕는 것을 거부하였다.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수수께끼의 인물인 주인공 ‘고도’에 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고도를 영어 God(하나님)을, 또는 죽음을, 혹은 ‘포조’가 바로 ‘고도’라고 해석한다. 이 문제극은 1953년 파리 바빌롱 극장에서 막이 오르고, 300회 연속 공연의 기록을 세웠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희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