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 들더라.”(마가복음 1:13)
성경에 보면 ‘시험’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시험(test)과 마귀가 주는 시험(temptation)이 그것이다. 마귀의 첫 번째 시험은 ‘돌을 떡덩어리로 바꾸게 하라’, 곧 탐욕의 시험이다. 두 번째는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리라, 곧 권위의 시험이다. 마지막은 지극히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나를 경배하면 천하 만국의 영광을 얻게 될 것’, 곧 명예의 시험이다.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1-80)의 작품 <성(聖) 앙트완의 유혹>(La Tentation de Saint-Antoine, 1874)은, 데바이스의 사막에서 그리스도를 본받아 고행하는 한 수도사(修道士)가 하룻밤 사이에 당하는 유혹을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성 앙트완은 밤이 다가오는 어둠 속에서 자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였다. “현재의 이 모양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지 않은가? 이제는 더참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약함에서 헤어나오기 위하여 신약성서 사도행전을 읽기 시작하였다. 거기 등장하는 바울을 비롯한 신앙의 선진(先進)들의 믿음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 때 사탄이 나타나 앙트완에게 여러 가지 환상(幻像)을 보여주며 그를 시험하기 시작하였다. 금식(禁食)으로 굶주리고 목마른 그에게 물과 진수성찬(珍羞盛饌)을 보여준다. 금은보석(金銀寶石)으로 가득한 보물상자를 보여준다. 솔로몬을 유혹하였던 절세미인(絶世美人) 시바의 여왕이 등장하여 앙트완을 유혹하였다.
“손가락으로내 몸을 만져 보아요. 당신의 혈관(血管)에서는 불꽃이 튈 것입니다. 내 신체의 하찮은 작은 부분이라도 당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왕국을 차지하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자, 뜨거운 입술을!......”
앙트완은 가까스로 그 여자를 쫓아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교도(邪敎徒)의 무리가 나타나 신(神)과 성서(聖書)의 모순을 말하며 앙트완을 설득(說得)하려 하였다.
이어 마술사(魔術師) 시몬이 그리스도와 힘을 겨누어 보여준다. 잇달아 악마가 나타나 앙트완을 붙들고 대지(大地)를 떠나 하늘을 날아간다.
가까스로 악마의 유혹을 피하여, 먼 동이 터오는 하늘 아래에서 피곤함에 지칠 대로 지쳐 쓰러져 있는 앙트완에게, 자살의 요구와 걷잡을 수 없는 음욕(淫慾)이 동시에 분수처럼 힘차게 솟아 올랐다.
마지막으로 스핑크스가 나타나고, 잇따라 신체가 성장을 멈추어 키가 1미터 미만인 장애인, 그리고 원숭이가 등장하는가 하면, 동식물과 광물이 혼합하는 혼돈한 세계가 된다. 그 무질서를 보며 앙트완은 외쳤다. “아, 행복하여라! 나는 생명의 탄생을 보았다. 우주 운동의 시작을 본 것이다. 나는 차라리 물질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소설은 상징적으로 끝난다. “그 때 태양이 솟아올랐다. 성전의 두꺼운 휘장을 걷듯이 금빛 주름살이 큰 소용돌이가 되어 뭉게뭉게 피어 오르면서 푸른 하늘이 눈앞에 보였다. 둥근 태양의 한가운데 그리스도의 얼굴이 빛나고 있었다. 성 앙트완은 성호(聖號)를 긋고 다시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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