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
김희보 목사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여 전에도 계셨고 이제도 계시고 장차 오실 이시라”(요한계시록 4:8)

‘전에도 계셨고 이제도 계시고 장차 오실 자’는 하나님의 영원한 속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하나님 칭호의 찬양은 하나님께서 피조물처럼 시공의 제한을 초월한 자임을 강조하며 섭리하시고 보호하시며 인도하시는 자이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한 찬양의 내용들은 피조물들이 영원토록 본질적으로 찬양해야 할 것임을 나타냄과 동시에 피조물의 사명을 암시한다(시 148:1-14).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Soli Deo Gloria), 그리고 창조주 하나님의 예정과 섭리를, 청교도 사상으로 노래한 작품이 밀턴(JohnMilton, 1608-78)의 서사시 <실낙원(失樂園)>(Paradise Lost, 1667)이다.

천지창조 이전ㅡ천사장(天使長) 중 하나인 사탄은 하나님에 대하여 쿠데타를 일으키지만, 성자(聖子) 그리스도 토벌군에 의하여 지옥에 떨어진다. 그러나 사탄은 절망하지 않고 졸개 마귀들에게 외친다.

“황천(黃泉)이여 만세! 그리고 가장 깊은 지옥이여/그대의 새 주인을 맞이하여라ㅡ 때로도 장소로도/변경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지신 분이시다…… /천국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지옥의 왕이 되리라!”

복마전(伏魔殿)을 세운 사탄은,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한 것을 알고, 사람에게 접근하여 타락시킴으로써, 하나님에게 일격(一擊)을 가하기로 작정하였다. 사탄은 뱀으로 변신하여 이브(하와)에게 접근하였다. 선악을 알게 하는 금단(禁斷)의 나무 열매를 본 이브는 사탄의 유혹에 넘어갔다.

“오, 온갖 나무들 중 가장 높고 강하고 또 귀한 것이여/지혜를 주고 사람에게 복을 준다는 효력의 나무인 줄 이제까지 숨겨져 몰랐도다/이름도 없이 그대 아름다운 열매를/목적 없이 만든 듯 달려 있었도다.”

금단(禁斷)의 나무 열매를 먹고 범죄한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다. 하나님의 명을 받은 천사장 미카엘은 아담과 하와를 낙원에서 쫓아내기에 앞서, 두 사람을 산 위에 이끌고 올라가, 인간세상의 미래상을 파노라마로 보여주었다. 인류 앞에는 죄에 따른 고통이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예정한 때에 하나님의 사랑은 구세주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낸다는 것, 그리스도는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혀 인간의 죄를 대속(代贖)하고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 주었다.

인류의 시조는 그 예언을 확인하고 뒤늦게나마 하나님의 인애(仁愛)에 감사하여, 하나님을 따르고 사랑할 것을 다짐하며, 행동에 조심할 것을 서약하면서 낙원에서 쫓겨나 에덴의 동쪽으로 쓸쓸히 걸어갔다.

“저들은 절로 눈물을 흘리지만 곧 닦았다. 세계가 모두 저들 앞에 있었다. 여기서 저들의 안식처를 찾기 위하여 섭리(攝理)를 안내자로 삼는다. 저들은 손에 손잡고 천천히 방황하는 걸음걸이로 에덴을 떠나 쓸쓸한 저들의 길을 간다.”

전 12권 구성, 1만 1천여 행인 이 웅장한 서사시는, 단순히 창세기에서 소재를 취재한 원죄(原罪)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실낙원>에는 “자유”라는 낱말이 울려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범죄하여 죄의 노예가 된 인간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참 자유를 얻게 된다는 사실을 <실낙원>은 강조하고 있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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