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호 교수
장재호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조교수, 종교철학/과학신학)

장재호 감리교신학대 종교철학 교수는 16일 ‘교회와 과학’이라는 주제로 발행된 ‘과학과 신앙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신뷰 vol.77’에서 ‘신학대학에서 과학신학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이 글에서 “과학과 관련해 신학을 논한다는 것에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다. 언뜻 보면 현대 과학과 신학은 상충 되는 듯 보이기 때문”이라며 “본질적으로 영역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한 후에,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둘 사이의 의미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둘 사이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 근대과학의 발전을 이끈 과학자 대부분이 기독교인들이었으며, 이들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는 질서정연하고 내적 합리성이 존재한다고 믿었기에 과학적 탐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과학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려는 것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성경은 하나님이 창조주이심을 당대의 언어로 기록한 책이다. ‘어떻게’ 창조했는지를 논한 책이 아니라, 당대의 사람들이 신으로 숭배했던 ‘해’와 ‘달’을 포함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피조물에 불과함을 드러내는 책”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세상의 시작과 끝이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음을 강하게 드러내는 책이다. 앞으로 더 엄밀한 과학 이론이 등장하더라도 이것은 결코 뒤집혀 질 수 없다”며 “우리는 현대 과학의 도움으로 어마어마한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현실감 있게 느끼고, 태초에 창조하신 하나님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시며 창조하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학대학에서 과학신학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창조과학은 기독교인들의 신앙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이 절대적 권위를 갖는 시대에 과학이 성경을 지지해 준다니,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잘못되지 않은 것 같은 안도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창조과학이 제공하는 거짓 평안에 갇혀 진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 복음 전파를 위해서는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데, 왜곡된 주장들은 기독교를 세상으로부터 조롱당하게 만들 뿐”이라며 “창조과학의 주장은 과학적으로도 비판을 받지만, 신학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과학 신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고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성경이 과학적 내용을 다루는 과학 교과서가 아니라는 것쯤을 배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경은 과학이 다룰 수 없는 초월적 세계, 영적인 세계, 진리의 세계를 다룬다. 성경이 과학으로 증명되기에 믿을 수 있다면, 성경 말씀이 아니라 최첨단의 과학을 믿으면 된다”며 “실제로 최첨단의 과학을 신봉하는 종교들도 있다.(사이언톨로지, 라엘리안 무브먼트, 크리스천 사이언스 등)”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성경을 현대 과학으로 증명할 수도 없지만, 혹시라도 증명이 된다면, 더 큰 신학적 문제가 발생한다”며 “창세기 1장이 과학으로 증명 가능해서 믿을 수 있다면, 과학으로 증명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훨씬 더 중요한 예수님의 기적과 부활 사건 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즉 창세기 1장에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과학을 초월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복음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의 역사는 과학적 원리를 통해서, 그리고 때로는 그것을 초월해 역사하신다. 인간이 발견한 과학은 하나님께서 세계를 창조하시고 운영하시는 원리들일 뿐”이라며 “중력을 만드신 하나님은 물 위를 걷는 것처럼 중력(표면장력)을 초월하실 수도 있고, 질량보존의 법칙을 만드신 하나님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실 수도 있다. 물론 하나님은 만물을 사랑하셔서 그들에게 자유를 주셨기 때문에, 자유를 침범하는 절대 군주의 모습보다는 설득하시는 방식으로 종종 다가오신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이런 성경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는 신학대학에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신학생들은 성경과 더불어 과학적 상식들도 충분히 함양해 과학시대에 기독교 신앙을 풀어내는 훈련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며 “비과학적이며 반과학적인 내용이 믿음이라는 이유로 교회에 울려 퍼져서는 안 된다. 이는 이미 아우구스티누스가 약 1600년 전에 경고한 내용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신학은 과학과의 대화를 통해야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효율적으로 전할 수 있다”며 “성경을 통해, 그리고 수천 년간의 신학적 논의들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을,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전하자는 말이다. 과학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과학과 신앙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신론의 공격으로 인해 넘어진 사람들에게 과학신학의 담론은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제대로 증언하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바울의 고백처럼, 우리들은 유대인들에게는 유대인처럼, 율법 없는 자들에게는 율법 없는 자들처럼,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는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처럼 되어야 한다”며 “그 이유는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고전 9:22)’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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