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정욱 선교사를 비롯해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송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의 통일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발표한 지난 8일은 김 선교사가 북한에 강제 억류된 지 10년째 되는 날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통일부는 성명에서 “북한은 북한 내 억류 우리 국민에 대한 생사 확인 등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런 북한 당국의 불법적·반인륜적 조치를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인권문제에 대해 일말의 인식이라도 있다면 더 이상 기본적 인권에 관련된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째 북한에 강제 억류중인 김정욱 선교사는 한국기독교침례회 소속 목사로 지난 2013년 10월 8일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밀입북했다가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2007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북한 주민 쉼터와 국수공장을 운영하며 선교와 인도적 지원사업을 병행해 온 그는 북한 당국에 붙잡힌 뒤 국가전복음모죄와 반국가선전선동죄 등의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는 김정욱 선교사 외에 김국기·최춘길 선교사 등 우리 국민 6명이 북한에 장기간 억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김국기 선교사는 예장 합동중앙 총회 소속 목사로 2003년부터 북한 동포, 꽃제비, 조선족들을 돌보며 각종 의약품과 의류, 농기계 대북지원사역을 펼치다가 2014년 10월 체포돼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최춘길 선교사 역시 비슷한 시기에 체포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3명이 2016년에 각각 북한 당국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뿐만 아니라 6.25 이후 납북된 3,835명 중 516명이 북한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내 생존 국군포로만 5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북한 당국에 억류될 당시 재판과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일절 소식이 끊긴 상태로 북측은 여지껏 이들에 대한 소재나 생사 여부 확인조차 거부하고 있다. 통일부가 “가족들의 더할 수 없는 고통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북한 당국이 최소한 이들에 대한 생사만이라도 알려 줌으로써 가족들의 고통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억류자석방촉구시민단체협의회와 6·25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 등 단체 회원들은 그동안 정부에 북한 억류자 송환과 납북자 생사 확인 및 유해 송환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 문재인 정부는 억류자 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이 문제를 거론하는 자체를 꺼렸다.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침묵하던 정부의 태도로 봐 우리 국민의 송환보다는 북한과의 관계 경색, 즉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신경 썼다는 지적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당시 정부가 국내 대북인권단체들의 목소리에 아예 귀를 닫자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 단체들이 나서 문 전 대통령에게 “북한 억류자의 생사·소재 확인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임기 중 두 번씩이나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유명 연예인들을 데리고 평양에서 성대한 공연을 하면서도 억류된 국민의 생사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는 정부를 국민이 어찌 신뢰하겠나.

북한 당국에 의해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2년 7개월간 억류됐다가 캐나다 정부의 노력으로 2017년 8월에 풀려난 임현수 목사는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과 캐나다 사람들은 모두 북한을 빠져나왔는데, 한국에서 잡혀간 분들은 아직 생사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를 향해 “어떻게 자국민이 잡혀도 말 한마디도 못 하냐”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21년 미국 LA 한인교계 목회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카터와 클린턴,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국가 원수가 직접 나선다. 저의 경우도 캐나다 수상이 저를 내보내지 않으면 북한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고 모든 무역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에 석방이 가능했다”라며 문 정부의 무관심을 개탄했다.

이런 정부의 기조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8월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납북자·억류자 및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게 그 첫걸음이다. 이어 통일부는 억류자와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납북자대책팀’을 장관 직속기구로 설치했다. 이번에 북한을 상대로 억류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한 것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억류·납북자의 조속한 송환이다. 비록 지금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더라도 정부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실질적 성과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앞으로도 종교계 등 민간단체와 협력해 억류자 생사 확인 및 송환에 적극 노력하는 등 국내외 관심을 지속 환기시키며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공조해갈 것”이라고 밝힌 건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 차원에서 안 된다면 연대와 공조의 폭을 종교계 등 민간 차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인데 유연하고 전향적인 정부의 의지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정부와 종교계 등 민간단체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쏟고 함께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북한도 마냥 모른 체할 순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교회는 기독교 국제기구들과 공조할 뿐 아니라 이들의 송환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18:18) 하신 말씀에 전적으로 의지해 기도할 때 하나님이 응답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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