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7월 1일부터 개정한 ‘반간첩법’(방첩법)을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의 본격 시행으로 중국에서 여행 중에 지도를 검색하거나 주요 시설을 사진 촬영할 경우, 체포·구금될 수 있어 현지 교민은 물론 관광객이나 특히 단기선교팀 등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중국의 새 ‘반간첩법’은 지난 4월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기밀 정보 및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제공 등을 간첩 행위로 규정해 처벌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국가 주요 시설 등에 대한 검색과 촬영도 여기에 포함된다.

간첩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도 강화됐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건 어떤 행위에 대해 간첩죄가 성립되지 않아도 행정구류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는 점이다. 일단 적발되면 혐의가 없어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 법이 특히 외국인들에게 위협이 되는 건 기밀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국가 안전과 이익에 관한 경우, 해당 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한데 있다. ‘기밀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국가 안전과 이익에 관한 경우’라는 게 어떤 경우를 말하는 건지 중국 당국 외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처럼 법 규정 자체가 모호하다는 건 자의적으로 해석·집행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국가 안보를 내세워 마음대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장 주중한국대사관에 비상이 걸렸다. 대사관은 지난달 말부터 홈페이지에 유의사항을 올리고 “중국 국가 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 지도, 사진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저장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보안통제구역 인접 지역에서의 촬영 행위, 시위현장 방문과 시위대 직접 촬영 행위도 위험하다고 했다.

그런데 대사관이 주의사항을 공지한 것 중에 한국교회가 특별히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중국인에 대한 포교, 야외 선교와 관련된 내용이다. 대사관은 이것이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종교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각별히 조심해 달라고 했다.

한국교회는 7~8월 휴가철에 집중적으로 단기선교팀을 해외에 파송하는 게 일종의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해외로 나가는 발이 묶였던지라 올해 해외로 나가는 단기선교팀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교회나 선교단체가 파송하는 단기선교팀은 주로 상호 비자 면제가 체결된 동남아 지역의 여러 나라가 대상이겠으나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홍콩은 중국의 행정통지를 받는 지역이기에 방심해선 안 된다.

중국은 단순 관광엔 별 제약이 없지만 어디까지나 사회주의 국가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관광비자로 입국해 선교 등 다른 목적의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가혹한 처벌이 뒤따른다. 간혹 기독교인끼리 단체 여행을 가 주일에 호텔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이웃의 신고로 공안의 단속에 적발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는 소위 ‘삼자교회’라 부르는 정부가 인정하는 기독교가 있다. ‘삼자’란 자주-정치, 자주-협조(외국인으로부터의 재정적 독립), 자주-확산(고유의 선교 방법)을 뜻한다. 이 교회의 모든 활동은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있어 순수한 의미에서의 기독교 교회라고 할 수 있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의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을 맞아 ‘삼자교회’에 공산당과 공산군의 업적을 칭송하는 행사를 열라고 명령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중국에 ‘삼자교회’만 있는 건 아니다. 공산당의 통제를 받지 않는 이른바 지하교회 또는 가정교회의 형태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교회 선교단체 등이 이들과 은밀히 접촉하며 선교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오고 있는데 강화된 ‘반간첩법’ 시행으로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중국 선교는 북한 선교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국을 북한 선교의 대안, 또는 경유지로 삼는 한국교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교회들은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국의 ‘반간첩법’을 좀 더 꼼꼼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개정 ‘반간첩법’은 제3국을 겨냥한 행위라도 이로 인해 중국의 국가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도 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 관련 활동을 중국의 안전에 위협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즉, 북한 선교를 목적으로 현지인과 접촉하거나 특히 탈북민을 돕는 활동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최근 한·중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중국은 윤석열 정부가 미국 일본과 가까워지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한한령’을 내리는 등 노골적인 ‘한국 길들이기’를 시도해 온 중국이 이런 한국과 한국민에 대해 또 어떤 보복에 나설지 뻔하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반간첩법’의 표적이 한국민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교회의 대중국 선교활동도 그 범위 안에 포함된다. 그렇다고 콕 집어 단기선교팀이 그 대상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이미 다수의 선교사가 현지에서 체포되거나 강제 추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올여름은 열방 선교를 위해 기도하며 준비해 온 교회들이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마10:16)고 하신 성경 말씀을 더욱 깊이 명심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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