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도서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故 조너선 색스 랍비(영국 정통파 랍비)의 저서인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출판사: 한국기독교연구소)가 최근 번역되어 출간됐다. 이 책은 2015년 저자가 발표한 도서이며 9·11 사태와 수많은 테러 사건들처럼 종교적 대의를 위해 자행하는 폭력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창세기가 뜻밖의 메시지를 지녔으며, 종교적 폭력과 대결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확신시켜주고자 집필했다.

본 도서에서 저자는 창세기에 대한 랍비들의 해석전통과 성서문학비평, 종교와 폭력에 관한 르네 지라르의 이론을 토대로 창세기를 재해석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종교가 인간을 살인자들로 둔갑시킬 때, 하나님은 통곡하신다. 종교의 역사에서 사람들은 너무나 자주 생명의 하나님 이름으로 사람들을 죽였으며, 평화의 하나님 이름으로 전쟁을 벌였으며, 사랑의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했으며, 자비의 하나님 이름으로 잔학행위를 저질렀다”라고 했다.

그는 “다신론 형태의 종교는 권력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생겨났다. 그때는 교회와 국가의 분리도 없었고, 종교는 국가에 대한 초월적 정당화였다. 도대체 왜 세상에 위계질서가 있는가? 하늘에 위계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태양이 하늘을 다스리듯이, 파라오, 왕, 또는 황제가 땅을 다스렸다. 종교는 권력에 대한 적나라한 추구를 은폐하기 위해 입힌 거룩한 옷이었다. 바로 이런 배경에서, 아브라함의 유일신론이 하나의 계속적인 항의로서 등장했다”라고 했다.

이어 “종교와 폭력의 관계에 대해 최근에 많은 논의가 있었고 많은 책들이 출판되었다. 그 대답은 세 가지 주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종교는 폭력의 주요 원천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보다 평화적인 세계를 위해서 종교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로, 종교는 폭력의 원천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종교는 폭력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로, 그들의 종교는 폭력적이지만, 우리의 종교는 폭력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우리의 종교는 평화를 위한 종교인 반면에, 그들의 종교는 전쟁을 위한 종교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들은 모두 진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0세기가 잔인하게 또한 결정적으로 보여준 사실은 종교에 대한 현대의 위대한 대체물들, 즉 민족, 인종, 정치이데올로기와 같은 대체물들은 그 자체의 대리신들에게 인간을 희생제물로 바치는 데서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시 돌아온 종교는 사람들이 점차 기대하게 되었던 부드럽고 조용하며 평화를 추구하며, 종교간 일치를 추구하는 종교 형태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공격적이며 적대적인 종교 형태로서, 주님의 원수들과 전쟁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으며, 타락한 시대를 끝장내고 하나님, 진리, 신의 뜻에 대한 순종이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묵시종말 시대를 가져올 준비가 된 종교 형태다”라고 했다.

저자는 이어 “십자군전쟁 시대든 아니면 오늘날이든, 종교적 폭력의 희생자들은 유대인들보다 기독교인들과 무슬림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이처럼 반유대주의를 자세하게 검토함으로써 우리는 두려움이 혐오로 바뀌고 다시 살인적인 폭력으로 둔갑함으로써 합리성을 죽일 뿐 아니라 파괴적이며 동시에 자기파멸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사회적이며 심리적인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 시대에 급진주의적인 정치화된 종교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그런 종교가 나타난 것은 반세기 전에 내린 몇 가지 결정들이 전체 학교들과 신학교들로 하여금 헌신하도록 만든 명제, 즉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하나님의 원수들을 미워하는 것이라는 명제 때문이다. 그 최종적 결과는 혼돈, 폭력, 파괴의 홍수로서 무고한 자들과 죄인들을 함께 익사시키고 있다. 우리는 지금 그들과 똑같이 진지하게 평화, 용서, 사랑을 위한 교육을 해야만 한다. 오늘날의 모든 전 지구적 기관들이 혐오 교육과 혐오 설교에 맞서기 전까지는, 모든 외교적 노력과 군사적 개입이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더 많은 테러, 더 많은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이며, 중동지방과 아프리카에서는 더 많은 내전이 벌어질 것이다. 요르단과 레바논과 같은 다른 국가들은 깊은 구렁에 빠질 수 있다. 더욱 야만적인 새로운 ‘인도에 반하는 범죄들’이 벌어질 것이며, 인터넷을 통해 확산될 것이다. 알카에다와 같은 운동이 패배할 때마다, 또 다른 운동이 일어나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젊은이들은 의미, 정체성, 공동체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그런 운동에 말려들 것이다. 실제로 세계는 이와 비슷한 도전에 한 번도 직면했던 적이 없었다”라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전쟁은 무기로 승리할 수 있지만,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사상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사상 가운데 하나로서, 역사 전체를 통해서 형제살해와 종교적 폭력의 원천이었던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에 대한 (성서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랍비 조너선 색스(1948-2020)는 영국 정통파 랍비로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종교지도자이자 철학자, 성서주석가였으며 영국연방에서 가장 큰 회당 조직인 연합히브리회중의 영적 지도자인 최고 랍비와 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런던에서 폴란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케임브리지 곤빌앤카이우스 대학에서 실존 철학을 공부한 후 옥스퍼드 뉴칼리지와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공부하여 1981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유대인 대학과 예쉬바 에츠 카임에서 랍비 안수를 받았다. 1978년에 런던 골더스 그린 회당의 랍비로 임명된 후, 1983년에는 센트럴 런던의 웨스턴 마블 아취 회당의 랍비가 되었다. 저서로는 <매주 오경 읽기 영성 강론>, <사회의 재창조>, <차이의 존중: 문명의 충돌을 넘어서>, <사회의 재창조: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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