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종말
도서 「기억의 종말」

미로슬라브 볼프 소장(미국 예일대학교 신앙과문학연구소)의 신간 <기억의 종말>(출판사: IVP)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진실하고 올바른 기억과 선한 망각이라는 논쟁적인 주제를 사려 깊게 고려하며 과거를 ‘기억하라’는 촉구와 ‘그만 잊으라’는 억압을 넘어 저자는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의 문제를 제가하며 기억의 악순환을 멈추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종종 피해자들은 바로 그들의 기억 때문에 가해자가 된다. 그들은 과거에 피해자로 겪었던 일을 기억하기 때문에 현재 자신이 휘두르는 폭력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관찰자들이 보기에는 분명 편협함이나 증오에서 생겨난 폭력 행사인데도, 그들은 그것이 합법적인 자기방어라고 정당화한다. 이처럼 기억이라는 보호의 방패는 폭력의 칼로 쉽사리 탈바꿈한다”라고 했다.

그는 “잊어버리는 일이 사랑의 행위일 수 있다면, 그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잊으려고 노력해!’라는 조언은 ‘공허한 조롱에 불과’하다고 키르케고르는 썼다. 누군가 불쾌한 기억을 떨쳐 내려고 시도하면, ‘그런 시도의 효과를 곧 알게 된다. 방심한 순간, 그 기억이 전력을 다해 그를 기습한다’ 대신 그는 『그리스도교의 훈련』에서 다른 접근법을 추천한다”라고 했다.

이어 “‘망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른 생각할 거리를 찾아내라. 그러면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악행을 당한 일을 잊어버리려면 매일 모든 일에서 그리스도를 기억하면 된다. 그리스도에게 집중하면 ‘망각해야 할 모든 것’을 ‘건망증이 심한 사람’처럼 잊어버리게 된다. 이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서 끌려 나와 그리스도 안에 다시 자리를 잡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하나님의 신세계는 그런 것이다. 우리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얼싸안고 사랑의 춤을 추며, 그 안에서 결코 다함이 없는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받을 것이다. 이 신세계가 이루어지려면,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나야 할 뿐 아니라 최후의 심판이 죄를 폭로하고 사람들을 구속해야 하며, 구속받은 사람들은 최종적 상호 포용 가운데 사랑으로 서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바라건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사랑의 세계에서는 악행을 당한 기억이 생각 속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이어 “우리가 의도적으로 밟아 나가야 할 각 단계는 기억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기억을 놓아 보내는 순이다. 그런데 ‘기억을 놓아 보냄’은 피해자들이 혼자서 하는 일방적 행위가 아니다. 용서조차 일방적 행위가 아니다. 용서는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지만, 주는 쪽에서 건네고 받는 쪽에서 받아들여야만 하는 선물이다. 용서를 받아들여야만 용서받을 수 있다. 그리고 기억을 놓아 보냄과 악행에 대한 무기억은 용서보다 상호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라고 했다.

그는 “기억을 놓아 보냄은 피해자가 구속받고 가해자가 변화된 후에, 그들의 관계가 화해를 통해 재정의된 후에야 설 자리가 생긴다.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한, 악행을 기억해야 할 의무는 유효하다. 기억은 정의에 봉사하고, 기억과 정의는 화해에 봉사하기 때문”이라며 “의미심장하고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는 놀라운 사실이지만,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유대인들과 그리스도인들의 수 세기에 걸친 종교 전통과 완전히 반대된다. 그 전통에서는 올바르게 기억하는 일이 무기억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을 뜻했다. 무기억은 처벌적인 것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억의 종말』의 주제는 잘 기억하기지만, 주된 관심사는 화해다. 독립적인 책으로 쓰였지만, 일부 서평자들이 올바르게 지적한 대로 이 책은 나의 여러 저작이 모인 커다란 세트의 일부이며 그 저작들 모두가 화해의 여러 측면을 탐구하는 한 묶음의 주제들을 다룬다. 그중에서 으뜸은 『배제와 포용』, 『베풂과 용서』다”라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이 책들을 뒷받침하는 텍스트들은 삼위일체, 교회, 종말론을 다루고 있다. 이 책들이 보여 주듯 나는 상황에 반응하여 신학을 펼치는 신학자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체계적이지 않다. 그러나 내가 볼 때 나는, 데이비드 켈시의 권위 있는 책 『기이한 존재』에 나오는 문구를 뒤집어 표현하면, ‘체계적이지 않은 체계적’ 신학자다. 나의 모든 저작은 한 가지 중요한 신학적 비전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볼프 소장은 크로아티아 출신으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대학교에서 고전 그리스어와 철학을, 개신교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이후 미국 풀러 신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위르겐 몰트만의 지도로 박사 학위와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풀러 신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쳤고, 현재 예일 신학대학원에서 윤리학을 가르치면서 예일 신양과문학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배제와 포용>, <세상에 생명을 주는 신학>, <삼위일체와 교회>, <일과 성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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