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채 총장
서병채 총장
나는 해외 신학교들을 방문한 적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영국의 신학교들은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미국 신학교들은 교회의 현실적인 필요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면서 그 필요를 채워주려고 애쓰고 있었던 반면, 영국의 신학교들은 교회의 현실보다는 성경 연구, 특히 구약 연구에 관심이 더 많아 보였다. 그러니 미국 신학교들은 교회 부흥에 관심을 갖고서 학생들을 가르친 반면 영국 신학교들은 실천적인 것보다는 연구 자체에 치중한 듯 했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두 학교를 중심으로 얘기해 보려 한다. 우선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 신학부이다(Cambridge University Divinity School: CDS). 케임브리지 대학 신학부의 도서관을 간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책이 적었고, 더구나 실천적인 분야의 책은 거의 관심 밖인 듯한 인상을 받았다. 아무래도 University의 중앙도서관에, 또 교수들 개개인이 필요한 책은 각자가 소장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어쨌든 성공회 중심의 학교이다 보니 더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케임브리지 대학 킹스칼리지의 제레미 모리스 학장을 만나서 더 깊은 얘기를 해봤는데, 제레미 학장은 가기 전부터 좀 알고 있던 차라 얘기를 쉽게 나눌 수가 있었다. 그도 말하기를, 본인도 성공회 소속이라 보수적인 교단의 분위기와 방향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도 복음주의 신학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과대에서 가까운 곳에 Ridley Hall College가 있었다. 이것은 케임브리지 대학에 소속된 학교는 아니지만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전문기관이었다. Ridley Hall은 존 스토트(John Stott) 목사님께서 졸업한 학교로도 유명하다. 여기서 공부하시고 안수 받고 목회하셨다. All Souls 교회에서 목회하실 때에 여기 학장으로 초빙 받았는데 목회에 전념하시겠다며 사양하셨다는 얘기도 잘 알려져 있다.

옥스퍼드 대학도 신학 분야에선 케임브리지 대학과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교회들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대학에서 교육받고, 그런 분위기의 채플에서 설교 등을 본 학생들이 졸업 후에 목회와 교회 성장으로 마인드를 전환하기는 정말 힘들 것이다. 내가 실제로 그런 명문을 졸업한 목회자들이 담임하는 교회들 예배에 참석해 봤는데 학교에서 배운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교회 성장과는 거리가 먼 설교였고, 그런 목회 마인드였다. 한 마디로 설교라기보다는 "가르침"이었다.

그렇다 보니 배운 것을 버리고 새로 자체적으로 연구하여 목회에 임하는 교회는 부흥하고 성장했는데, 그런 교회들은 지역에서도 소문이 나서 잘되고 있었는데 예배당에도 수백 명씩 참석했고 설교도 복음적이면서 동기부여적이었다.

옥스퍼드 대학에도 복음주의 신학교는 또 있었는데 그것은 Wycliff Hall College였다. 이것은 옥스퍼드 대학에 소속된 학교로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전문기관이었다. 즉 케임브리지 쪽에서는 Ridley Hall College가, 옥스퍼드 쪽에서는 Wycliff Hall College가 영국 교회의 목회자들을 배출했다. 나는 두 학교를 중심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 예일대학교 신학부(Yale University Divinity School: YDS)는 영국과는 사뭇 달랐다. 교회 중심, 성장 중심의 미국 분위기에 맞게 목회에 관심이 많았다.

어쨌든 두 학교를 보면서 두 나라의 교회 현실과 목회 현실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 어떤 교육을 받느냐가 실제 적응에 매우 영향을 끼치고, 더 나아가 목회는 학문이 아니고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것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하게 되었다.

서병채 목사(케냐 멜빈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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