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길 교수
민성길 명예교수

20세기에 성해방이 가능하기 위해 그 이전에 “골치아픈” 임신이 막아져야 했다. 즉 임신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임기술이 필요했고, 출산이 “계획”되어야 했다. 계획이 실패하여 임신이 되었다면 “낙태”가 합법화되어야만 했다.

이 모든 생각의 근거는, 당사자가 의도했는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18세기 말서스의 인구론에서 출발하였다. 18세기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말서스는 주장하기를, 인구는 기하학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 생산은 산술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조만간 식량이 모자라게 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그래서 식량을 증산하고 공정하게 분배하던지, 먹는 입을 줄여야 한다고, 즉 인구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후 역사는 이러한 예측이 빗나갔음을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이왕 인간의 수를 줄이자면, 인간의 질은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줄이자는 생각이 나타났다. 여기서 우생학(eugenics)이 나왔다. 우생학은 19세기에 말서스주의와 찰스 다윈과 허버트 스팬서의 진화론이 합쳐진 결과이다. 진화론은 약육강식 논리를 제시함으로 인간의 질은 향상시키자는 우생학 논리를 정당화하였다.

그리하여 1880년대에 우생운동(eugenic movement)이 나타났다. 그것은 원래 건강한 남녀의 결혼과 건강한 자녀의 출산을 지향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이는 “열등한” 인간에 대한 산아제한과 낙태를 정당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역사적인 극단적 사례는 인종청소)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성혁명적 지식인들은, 선진국이나 부유한 상류층 사람들이, 흑인들과 가난한 제3세계 식민 국가들의 출산율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생식력의 차이'를, 장차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인 힘을 잃게 할까하는 위협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들은 우생운동을 흑인들과 가난한 제3세계 피식민 국가들의 인구를 산아제한이라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꽤뚫어 보았다. 그들은 이 방식을 성혁명의 발전에 있어 필연적인 낙태를 정당화하는 것에 사용되었다.

그들 중 선구자의 한 사람으로 마가렛 생어(Margaret Sanger)가 있다. 그녀는 간호사이며 근본주의 공산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이다. 그녀는 1910년대부터 공개적으로 미국의 인종주의적 우생학의 이데올로기를 이끌었다. 그녀는 인종주의 우생학, 피임, 불임술, 낙태 등을 통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인구요인을 제거하는 것(예를 들어 소위 “negro project”)을 자신의 일생의 과제로 삼았다. 그녀는 여성건강을 위한다는 핑계로 미국에 첫 피임과 낙태를 위한 클리닉을 세우고, 피임합법화 및 낙태 정당화를 위한 사회기구를 만들고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새로운 성교육을 주장하고, 전세계를 다니며 이를 옹호하는 강연을 하였다. “계획된 부모되기”(planned parenthood)라는 멋진 용어가 만들어졌다. 독일에서 성학자 Havelock Ellis를 만나고는 자연스럽게 그녀는 프리섹스도 전파하며, 동성애를 옹호하였으며, 기독교의 교훈을 반대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소신을 위해 법을 위반하는 일도, 망명하는 것도, 감옥에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동안 그녀는 미국에서 영웅시되었으나, 현재 반인종주의자들과 낙태반대자들은 그녀의 동상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인구폭발에 대한 공포가 20세기 중반에 전세계적으로 고조되었다. 마침 이즈음 임신의 메카니즘에 대한 의학적 지식과 피임을 위한 기술이 발달하였다. 산아제한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보급되었다. 1960년대에 이르러 젊은이들은 “혁명”을 일으키며 기다리던 성해방을 마음껏 즐기기 시작하였다. 낙태는 죄가 아니라고 여기기 시작하였다. 덩다라 페미니즘 운동가들이 여자들이 임신을 조절하는 권리, 낙태할 권리를 가져야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부터 “적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아래 국가규모의 가족계획이 시행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결혼과 출산이 너무 줄고 있다).

성혁명사의 관점에서 볼 때, 말서스주의는 우생운동을 낳았고, 우생운동은 산아제한을 추구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낙태가 쉽게 되도록 만들어, 생명경시를 조장하였고, 결과적으로 프리섹스 성혁명에 기여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인구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크리스천은 인종주의와 낙태를 모두 반대하며 인구감소를 우려한다. 이는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거역하는 것이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성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