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박진호 목사
박진호 목사

집에서 제사 지낼 때 제가 향 피우고 술 따르고 절해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 때 제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만 하면 우상숭배에 해당이 안 되는지요? (회사에서 고사를 지낼 때도 같은 경우가 생기는데, 기도로 대체하면 우상숭배에 해당이 안 되는 건지 아니면 제사나 고사 자리 자체를 회피해야 하는 건지 현실적인 갈등이 있습니다.)

[답변]

집안의 제사에서 신자가 취해야 할 태도

원칙적으로는 제사를 안 지내고 대신에 추모예배를 드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이 아직 불신자이기에 그들이 전도되어 집안에서 제사가 완전히 폐지될 때까지는 과도기적인 과정을 거치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에 과연 어떻게 해야 되는가 참으로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성경에 드러난 신앙상의 근본 원칙에 비추어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세상에 우상의 실제적인 존재(實在)는 없지만 사단과 그 종 귀신은 있습니다. “우상은 세상에 아무 것도 아니며 또한 하나님은 한 분밖에 없는 줄 아노라”(고전6:4) 그래서 귀신은 죽은 조상의 원귀나 혼이 아닙니다. 간혹 그런 모습을 뛸 때도 있지만 사실은 사람을 미혹시키려는 사단의 졸개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귀신을 믿고 숭배하는 제사 자리에는 죽은 조상이나 우상 대신에 사단의 세력이 와 있습니다. 만약 신자가 제사상을 향하여 절하면 사단에게 절하는 셈이 되므로 절대 그렇게 해선 안 됩니다.

그렇지만 신자라도 제사 자리에 참석할 수는 있습니다. “이 세상의 음행하는 자들이나 탐하는 자들과 토색하는 자들이나 우상 숭배하는 자들을 도무지 사귀지 말라 하는 것이 아니니 만일 그리하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전5:10) 제사는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고 또 남아 있는 가족끼리 화목을 도모한다는 좋은 의미도 있습니다. 따라서 신자가 우상숭배에 대한 확고한 거부와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신앙 인식을 갖고서 단지 조상 추모와 가족의 화합을 위해 참석한다면 우상숭배에 참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신자가 제사 자리에 앉아서 무릎 꿇고 기도한다고 해서 잘못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어디에도 계시며 신자의 진실한 기도에 언제나 귀를 기울이시되 신자의 중심을 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능하면 제사가 끝날 때까지 다른 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마지막에 잠시 가서 기도를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제사의 절차상에도 여러 가지 우상숭배와 이단적 요소와 의미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 절차에 동참하는 것 자체가 그런 것들을 인정해 주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기도가 단지 형편상 할 수 없이 제사 자리에 참석했지만 저의 죄를 용서해달라는 식의 소극적인 내용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말하자면 “제사에 참석하는 저들은 사단의 자식이라 지옥에 가도 나와는 상관이 없고 책임이 없지만 이 자리에 부득이 참석할 수밖에 없었던 저의 형편을 이해하셔서 저에게 벌은 내리지 말아주십시오”라는 기도는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신자는 언제 어디서나 세상 사람을 향해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로 서있어야 합니다. 제사에 동참하여 가족과 친척을 만나는 것도 오직 그 한 가지 목적 때문이어야 합니다. 제사 자리에 있는 흑암의 세력들이 물러가고, 가족들을 향해 복음을 증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성령이 역사하여 그들의 마음 문이 열리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제사나 자신의 속죄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불신자 가족들의 영혼 구원을 위한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신자는 반드시 세상 사람과는 구별된 모습으로 서야 합니다. 제사나 고사 자리에 할 수 없이 참석해서 순서를 맡게 되었다 할지라도 기독교식의 기도를 한다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혹시라도 남들도 모르게 잠시 마음 속으로만 기도하고 모든 의식에 동참해서 따라 해선 안 됩니다.

“너희 자유함이 약한 자들에게 거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지식(註: 우상과 귀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아는) 있는 네가 우상의 집에 앉아 먹는 것을 누구든지 보면 그 약한 자들의 양심의 담력을 얻어 어찌 우상의 제물을 먹게 되지 않겠느냐(註: 기독교에서도 제사를 인정한다고 오해하지 않겠느냐)”(고전(6:9,10)

도저히 제사나 고사 자리에 참석하고픈 마음이 없거나 또 참석하더라도 혼자서 따로 기도드릴 자신이 없으면 아예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과 회사에 신앙 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대로 실천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따라 오는 핍박과 여러 가지 현실적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셔야 합니다. 나아가 그렇게 선언한 원칙을 끝까지 타협하지 말고 고수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맹세를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한 대로 중간에 괜히 변경, 절충, 포기할 양이면 아무 말 없이 참석해 기도하는 것이 낫습니다. 신자가 자기가 선언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모습이 오히려 덕이 되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자가 제사 문제를 처리하는 길은 아예 참석하지 않는 것과 참석은 하되 기도로 대체하는 것 둘 뿐입니다. 그러나 이 둘 모두 가족이 예수님의 사랑을 알게 될 때까지의 과도기적 과정입니다. 모든 식구가 함께 제사를 폐하고 집안의 우상을 불태우며 선조의 기일에 하나님께 예배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해야 합니다. 제사에 일시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오직 그 일을 위해 기도하고 계속해서 십자가를 기꺼이 지며 주님을 증거 하는 삶을 살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신자가 정작 신경 써야 할 일은 제사보다 다른 부분에 더 많다는 뜻입니다. 신자는 무슨 일을 하든 항상 가족과 회사 동료 직원들을 전도의 대상으로 대해야 합니다. 무엇을 먹든 마시든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해야 한다는 뜻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삶에서 얼마나 신자답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평소에는 세상 사람들과 똑 같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향락만 쫓는 삶을 살다가 제사만 기독교식으로 드린다고 그들 앞에 그리스도가 결코 증거 되지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사란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특성을 가집니다. 우선 일 년에 몇 번 있는 행사로 신자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기회가 오히려 다른 일에 비해 적습니다. 반면에 제사는 불신자라도 죽음과 절대자에 대해 자연적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므로 신자가 기독교의 영원한 구원의 진리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됩니다.

요컨대 제사에서 신자가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단순히 신자가 계명을 따르는가 어기는가에 한정지어 생각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미 신자는 어떤 잘못을 범해도 구원이 취소되지 않습니다. 또 그런 대단하고도 소중한 구원을 주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단에 미혹되어 하나님의 크신 구원의 은혜를 모르는 자들을 주님의 십자가로 인도하라는 뜻이지 않습니까?

따라서 신자의 모든 사고와 말과 행동은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일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 항상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세상 사람과는 구별된 모습으로 증거 되어져야 합니다. 도덕적 우월성의 비교가 아니라 전혀 다른 영적 차원의 삶이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제사나 고사에 아주 미묘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가문의 분위기, 전통, 어른들의 성격, 기질, 가치관 사고방식 등(고사도 마찬가지임)을 함께 감안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사에 아예 불참하든, 참석은 하되 기도만 하던 간에 일관된 원칙을 갖고서 성령님의 인도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제사 이외의 삶에서 신자답지 못한 허물과 잘못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는 더더욱 말아야 합니다.

2006/8/16

* 이 글은 미국 남침례교단 소속 박진호 목사(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 담임)가 그의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올린 것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맨 아래 숫자는 글이 박 목사의 웹페이지에 공개된 날짜입니다.

아울러 이번 ‘제사 지낼 때 신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원래 더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글이나, 본지는 ‘제사’에 초점을 맞춘 것만 소개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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