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버틀러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지난 21일부터 5일 간의 일정으로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을 방영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프로그램의 예고편 영상 속 주디스 버틀러. ©EBS 영상 캡쳐

EBS가 논란이 되고 있는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을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1일 밤부터 5일 간의 일정으로 방영하고 있다. EBS는 ‘젠더 트러플’ ‘욕망의 주체들’을 저술한 주디스 버틀러를 “세계적인 젠더 이론가”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영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급진 젠더 이론가인 그가 남녀 성별의 구분과 가족 질서를 해체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고, 동성애 등을 포함하는 소위 ‘퀴어 이론’을 창시한 자인데 ‘교육방송’인 EBS가 그의 강연을 ‘위대한 수업’으로 대중에 소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가 소아성애와 근친상간까지 정당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영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제작진은 이와 관련, 첫 방영일인 지난 21일 해당 프로그램의 웹페이지 시정차 게시판에 ‘주디스 버틀러와 관련한 주장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제작진은 “EBS는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주디스 버틀러와 관련한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과 타당성 검토를 진행한 결과 사실과 다름을 확인했다”며 “또한 객관적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한 해당 언론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디스 버틀러 강연의 방영 후 시청자들의 논쟁도 뜨겁다. 첫 방영일인 21일 이후 23일 오전 현재까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약 100개의 글이 올라와 있다. 그 중에 ‘주디스 버틀러 방송 1강 비판’이라는 제목의 글이 상대적으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작성자는 “1강에서 생물학적으로 극소수에 해당하는 간성(0.05%~1.7%)이 존재하기에 남녀라는 생물학적 이분법은 허물어져야 한다고 버틀러는 주장했다”며 “우선 남녀라는 생물학적 성을 급진 사회구성주의의 관점에서 해체하고자 하는 버틀러의 반생물학적 젠더이론의 근거가 ‘생물학’이라는 모순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 생물학적 극소수에 해당하는 간성의 존재가 99% 이상의 남녀라는 생물학적 이분법을 해체할 수 있다는 버틀러의 주장은 극좌적이고 무정부주의적인 과잉주장”이라며 “간성은 극소수의 생물학적 예외이지, 99% 이상의 절대 다수의 남녀라는 이분법을 해체하고 폐지할 만큼 보편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물학적 성을 해체하고 젠더라는 급진 사회구성주의적-기호학적-언어구조주의적 새로운 그노시스(Gnosis)를 주장하는 버틀러가 간성이라는 생물학적 사실관계를 자신의 젠더이론의 근거로 삼는 것은 내적 모순”이라며 “생물학에 전쟁을 선포하는 젠더이론(독일 사회철학자 노베르트 볼츠)이 간성이라는 예외적 극소수에 대한 생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버틀러의 주장은 일관성이 결여된 주장”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ebs를 아끼는 국민으로서 현 사태를 바라보며…’라는 글에서 EBS의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ebs가 공영교육방송사로서, 본 프로그램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는 국민들 특히 학부모들에 대한 대응이 너무 미개할 정도로 심각해 보인다”고 했다.

특히 “단 한 명의 고객이 기업에 대해 게시판을 통해 보편상식 측면에서 항의를 했다면, 기업은 벌벌 떨며 이것을 지혜롭게 처리할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이 프로그램 게시판을 보면, 수 많은 학부모들이 격분하며 ‘보편상식’에 부합하지 않은 강연자 취소요구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숫자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게시글을 올릴 정도의 학부모 뒤에 수백, 수천배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ebs는 민주주의 자유국가에서 대응하는 방식이 아닌 도저히 납득 불가한 방식으로 뒷짐지고 그저 이 상황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것. 그는 “해명글인지 뭔지 짧게 올렸는데, 이것은 전혀 사태파악을 못하는 형식적인 글로 읽혀진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정도이면, 제작진만이 아니라 총 책임자들의 업무 태만이 심각해 보인다. 과연 이 사태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의아할 정도로 한심한 대처이다. 마치 주도권이 방송사에 있다며 무언으로 학부모들을 탄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흐름을 볼 때,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강행한다해도 학부모들은 반대를 멈출 것 같지 않다. ebs에게 있어서 가장 큰 타격과 손실은 학부모들의 신뢰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라며 “ebs는 회복불능 상태에 이르기 전에 지혜롭게 몸을 낮추고 학부모들의 보편상식적인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젠더에 대해서 더 명확히 알게 되었어요.” “허위사실로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굴하지 않고 방송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좋은 방송들이 더 많이 제작된다면, 앞으로도 많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주디스 버틀러가) 오늘 하신 말씀 중에서도 특히 ‘자유는 투쟁의 결과’라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남자답게, 또는 여성답게가 아니라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자유이지 않아(나) 싶습니다.”라는 긍정적 반응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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