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취현 변호사(행동하는프로라이프 사무총장)
연취현 변호사(바른인권여성연합 전문위원장)

현재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입법예고 되어있는데 그 내용은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선언하는 조항을 민법에 신설하는 것이다. 조금 세부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민법 제1편 제4장 「제98조 (물건의 정의)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는.조항 다음에 「제98조의2(동물의 법적 지위) 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② 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내용을 넣겠다는 것이다.

7.27. 현재 21개의 입법의견이 올라와 있는데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법개정을 환영하는 의견이 대부분이고, 동물보호단체들은 일제히 법률개정을 촉구하며, 적극 환영하고 있다.

이번 민법개정은 법무부에서 직접 추진하고 있는데, 이 개정안의 경우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의 입법례를 참고 했으며,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동물학대 관련 처벌이나 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이 충분치 않았던 문제점 들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법 개정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이 민법 개정에도 역시 현재 우리나라의 법률개정과정에서 반복되고 있는 ‘원칙과 예외의 혼동’이라는 문제점과 동일한 문제점이 있음을 보며, 이러한 흐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법은 제1편 제3장(법률은 다루는 주제별로 내용을 편과 장으로 분류를 하고 있다.)에서 “권리의 주체”, 즉 민법상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주체를 정하고 있고(바로 사람과 법인이다.), 바로 그 다음 장인 제1편 제4장에서 “권리의 객체”로서 “물건”을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물건의 정의 다음에 (약간 뜬금없이)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규정이 더하여져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법률의 형식을 논하자니 머리가 아프실 독자분들을 위해서 먼저 전제하자면 동물 학대는 막아야 하고, 가족“처럼” 정을 나누던 동물이 죽거나 다쳤을 때 이른 바 ‘개값’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본법에 해당하는 민법 개정안에도 “원칙과 예외의 혼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하는 취지를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동물을 한자로 쓰면 動物, 즉 움직이는 물건이다. 또한 동물은 生物, 살아있는 물건 아닌가? 그런데 물건이 아니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민법의 이 조항을 개정하려는 목적은 첫째, 반려동물이 단순한 “물건”과는 다르다는 것을 선언하고자 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죽는 등의 사고에 있어서 소위 ‘개값’만 주고 가벼운 처벌을 받는 동물 학대범죄에 대해서 제대로 좀 살펴보자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칙을 바꿀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물건의 정의” 규정을 그대로 둔 채 “동물의 경우 특별법에 정함이 있는 경우 그 법에 따른다.” 등의 예외규정을 더함으로서 해결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법률개정안에서는 이러한 예외의 추가 방식을 택하지 않고, 원칙을 바꾸어 버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즉, 일단 모든 동물은 민법상 권리의 객체인 물건이 아닌 것으로 선언해버리는 것이다. 만일 이대로 법이 개정되는 경우, 동물은 물건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권리의 객체가 아닌데, 동물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민법의 기본원칙으로 건드려버리면 형법과의 괴리 즉, 형법상으로는 여전히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수 밖에 없는데, 민법상으로는 물건이 아니므로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는 사람과 동일한 상해죄를 적용하도록 하여야 하는가? 등등의 문제가 생긴다. 법무부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할 방안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2019.4.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형법 제269조 낙태죄에서도 같은 문제가 드러난다. 현재 입법공백으로 인해 효력을 가지지 못하고 형식만 남아버린 형법상 낙태죄는 원칙적으로 “태아를 낙태하면 안된다.”라는 원칙을 두고 예외적으로 처벌이 면제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었고, (필자가 이해하기로는) 헌법재판소도 원칙에 대해서는 인정하되 처벌이 면제되는 예외를 확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낙태죄를 불편해하는 ‘일부’여성들을 앞세운 세력은 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제 맘대로 해석하여 “살아있는 태아를 낙태하면 안된다.”라는 원칙명제를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것이 현재 7개월이 넘어가는 낙태죄 입법공백의 현실인 것이다.

건강가정기본법은 또 어떠한가? 1인가구, 비혼가구가 늘어난다는 것을 이유로 ‘혼인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는 민법상 법률혼주의의 원칙을 깨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고,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이후에는 민법의 원칙까지 바꿔버리겠다는 것이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내용이 아닌가? 예외를 포섭하기 위해 원칙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이로인해 생길 수 있는 혼란에 대해서는 아무 대안이 없다.)

이 두 법만이 아니다. 지금 이루어지는 입법의 많은 분야에서 이러한 원칙과 예외가 뒤섞인 혼란이 야기되고 있고, 이 혼란을 틈타고 하나님이 손수 디자인하여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것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 때에 우리는 매와 같은 눈으로 시대를 분별하며, 더욱 믿음 위에 굳게 서서 복음의 진리를 붙들어야 할 것이다. 세상이 혼란할수록 우리가 지킬 가장 중요한 원칙, 말씀의 본질로 돌아가 하나님의 질서를 우리 삶의 원칙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믿는다.

연취현 변호사(바른인권여성연합 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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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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