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요 9:3)

김갈렙 목사
김갈렙 목사

예수님과 제자들이 길을 가시다가 날 때부터 맹인된 사람을 보셨다. 이에 제자들은 대체 누구의 죄로 이 사람은 맹인이 되었는가 예수님께 질문했다. 이 질문의 배후를 보면 그들은 맹인이란 인간조건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런 나쁜 인간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것에는 필시 누구의 잘못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마인드가 깔려 있다.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지로 구약성경은 조상들의 죄로 인해서 후손들이 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들이 있다. 그 말씀을 해석하는 것도 나뉘긴 하지만, 조상들의 죄로 인해서 후손들이 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시 유대인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자기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데 조상들 때문에 안 좋은 인간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은 매우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때문에 성경을 보면, 아비의 죄를 자녀가 담당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도 있다(겔 18:20). 그런 차원에서 십계명의 아비의 죄를 묻되 삼사 대까지 갚으시겠다는 말씀(출 20:5)의 경우, 죄의 결과와 영향력을 경계하신 것 정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요한복음 9장에서 예수님은 맹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누구의 죄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맹인이란 인간조건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니 대단한 반전이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그 사람은 맹인이라는 장애인 중 최악의 인간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단 말인가? 예수님의 대답은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그가 그렇게 태어났다고 말씀하셨다. 때로 좋은 인간조건은 인간 자신의 영광을 나타내고 그가 교만한 사람이 되게 한다. 그 좋은 인간조건 때문에 심령이 부요하여 하나님을 찾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반면 안 좋아 보이는 인간조건을 가진 이들은 그것 때문에 심령이 가난하여 하나님을 찾게 된다. 또한, 그 안 좋은 조건이 결국 하나님의 영광이 그의 삶에 나타나게 한다. 그의 낮은 마음만큼 하나님의 임재와 은혜가 채워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맹인이라는 최악의 인간조건은 주님으로부터 최고의 은혜를 불러왔다. 우리에게 있는 안 좋은 인간조건이 고통이 되고 아픔이 된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의 심방과 하나님이 하고자 하시는 일이 나타나는 은총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왜 하나님이 안 좋은 인간조건과 고난을 허락하시는 가를 판화 인생과 수채화 인생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싶다. 수채화는 옅은 물감을 써서 쓰윽 쓰윽 쉽게 그림을 그리는 편이다. 대개 색채도 밝다. 그런데 판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밑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에 따라서 날카로운 조각칼로 판을 파내는 일을 한다. 판화의 판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해보면, 얼마나 마음이 고통스럽고 아프겠는가?

나는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이들에게 역경과 고난을 주시는 것은 판화 만들기와 같다고 본다. 하나님은 그 사랑하시는 인생을 그렇게 가볍게 다루시지 않는다. 아픔과 고통을 주신다. 그냥 주시는 고통과 아픔이 아니다. 밑그림이 있다. 그 밑그림에 따라서 조각칼을 대시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왜 하나님은 수채화처럼 사랑하는 자의 인생을 다루시지 않을까? 아마도 우리 인생에 깊이를 주시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생의 깊이는 결코 아픔과 고통 없이는 생기지 않는다. 우리가 인생을 쉽게 살면 좋겠지만 어디 쉬운 인생이 있으랴마는 쉬운 인생이 있다 한들 어찌 그것을 좋은 인생이라고 말하고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판화 인생은 같은 그림을 많이 찍어낼 수 있다는 점이 수채화와 다르다. 판화 인생은 영향력이 있다. 또한, 같은 류의 아픔과 고통을 가지고 사는 이들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나는 하늘나라를 판화 전시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하늘나라에서 주님이 어떻게 그 사랑하시는 자들의 삶에 밑그림을 그리시고 조각하셨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대부분 보면 이해가 되겠지만 혹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주님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판화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소망이 넘치기를 기도한다.

김갈렙 목사(UBF 세계선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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