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미국 남성 프로라이프 운동의 현재

김동진 목사
김동진 목사

미국 내에서 남성들의 프로라이프 운동 참여도는 현재 우리나라보다 훨씬 활발하다. 다양한 프로라이프 단체 내 활동 비중이 여성과 거의 비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적극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활동 폭은 양적인 자원일 뿐만 아니라 정보의 축적과 활동 노하우에 대한 질적인 우수함을 겸비한 것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하다. 이는 아직 남성 프로라이프 운동의 초기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남성 프로라이프 운동에 대한 좋은 본보기로 적절해 보인다.

물론 이러한 남성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대해 프로초이스측은 제3자(여자들의 문제라는 식)는 빠지라는 식의 비방을 늘어놓으며 남성의 활동을 것을 방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남성 프로라이프 멤버들은 이러한 그들의 공략에 흔들리지 않고 잘 대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컨대 그동안 프로초이스 측은 ‘남자는 태아를 낳을 자궁이 없으니 태아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no womb/no say”(자궁 없음 / 말하지 않음)의 관점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많은 남성들이 여성과 동등한 파트너로서 프로라이프 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서 남성 프로라이프 측은 이미 논리적 모순임을 밝혀 놓았다. 단적인 예로 Care Net(케어 넷)의 책임자인 Roland C Warren(롤렌드 워렌)은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 매우 논리적인 답을 제시하여 논박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는 1920년 수정헌법 제19조에서 ‘여성 참정권’을 부여한 이유를 거론하며 당시 여성은 “no property/no say.”(재산없음 / 발언 금지)라는 관점에서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았던 구습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설명하며 재산권이 없다고 여성이 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기에 동등한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여성들의 요구가 수용된 것이라고 말하며, 결국 “no womb/no say”의 관점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바로 남성이 자궁이 없다고 발언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궁이 없더라도 태아가 죽었을 때 동일한 깊은 영향을 남성도 받을 수 있음을 적절히 설명함으로 “no womb/no say”가 얼마나 시대착오적 발상인지를 밝히며 프로초이스 측의 공격을 차단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남성은 프로라이프 운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설득력있게 주장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경우의 논리적 진술의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 미국 남성 프로라이프 운동의 견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남성들만으로 구성된 프로라이프 단체의 활동도 눈길을 끈다. 프로라이프 운동에서 남성들로 이루어진 단체를 꼽자면 Pro Life Man이라는 단체를 들 수 있다. Pro Life Man은 그 출발이 매우 특이한데, 앤디라는 남성이 2016년 대선이 진행될 당시 낙태에 대한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남성 중심의 프로라이프 그룹에 참여하고자 사이트 탐색을 하다가 온라인 상에 Pro Life Man라는 도메인이 비워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도메인을 구입하면서 활동이 시작되었다. 매우 단순하고 순박한 도입이지만 많은 남성들이 이 단체와 함께 블로그와 SNS, 유튜브를 통해 적극적으로 프로라이프 운동을 전개해 나아가고 있음을 볼 때, 프로라이프 운동에 섬세함이 요구되는 영역이 많지만 다소 투박하고 직선적이더라도 남성들의 이러한 활동력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이러한 남성들의 움직임은 프로라이프 운동이 여성들만의 싸움이 아닌 남성과 여성 모두의 책무라는 것을 잘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Ⅲ. 한국 프로라이프 운동의 남성의 역할

1. 프로라이프 운동에서 남성의 위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프로라이프 운동은 50년이라는 시간동안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금의 활발한 양상을 띄게 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한국 프로라이프 운동의 남성의 역할과 어떠한 연관성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는 앞서 미국의 역사에서 전통적 가정이 무너지는 가운데 남성과 여성이 가정의 사적공간에서 사회 구조 속 공적 영역으로 진출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이 표면상 드러나게 되고 여성의 권리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요구가 결국 낙태가 요구되는 구조로 나아가게 되었음을 보았다. 이것은 1973년 낙태의 합법화가 단순히 여성들의 편의적 요구사항이 아니라 그동안 남성이 가지고 있던 권리의 선점과 양육에 대한 책임회피 등 본분에 대한 열외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것은 낙태의 간접적인 원인 제공자가 남성이라는 것을 말해주며 반대로 말하면 프로라이프 운동에 있어서 남성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나서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남성의 프로라이프 운동은 그 역할상 본연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남성이 가정에서 자녀양육에 동등한 책임을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이 프로라이프 운동에 대한 동등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나아가야 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프로라이프 운동에 있어서 남성의 위치는 보조적인 역할이 아닌 여성과 동등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여성과 같은 선상에서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 현재 다양한 프로라이프 단체들의 활동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비중이 그리 차이가 없을 정도라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프로라이프 운동이 조직의 이권을 쟁취하려는 목적이 아닌 생명의 가치를 지키려는 목적 위에 서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 한국 프로라이프 운동이 앞으로 해나아가야 할 역할은 여성 문제의 보조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운동은 이권에 대한 싸움이 아닌 생명 가치를 지키는 공동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계속)

김동진 목사(카도쉬아카데미 교육위원장, 일산하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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