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
강태광 목사
최근에 기독교 고전인 이그나티우스가 남긴 일곱 개의 서신을 읽었습니다. 이그나티우스 감독은 안디옥 교회 담임 목회자였습니다. 이그나티우스가 복음을 전하다가 로마 황제 모독죄로 체포되어 로마로 압송되어 가면서 기록한 편지들입니다. 주변 지역 교회들과 동역자인 폴리갑 감독에게 남긴 편지에는 이그나티우스의 절절한 가슴이 담겨 있습니다.

생애 마지막 길을 가던 이그나시우스가 전하는 서신들을 읽으며 큰 감동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이 7서신들에 그의 넓은 가슴과 그 가슴에 담긴 주님을 향한 불타는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아울러 순교를 갈망하며 뚜벅 뚜벅 전진하는 그의 기개와 담대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는 체포 당시부터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지만 흔들림 없는 여유와 기개를 자랑합니다. 천국 소망을 가진 자 다운 담대함입니다. 결국 그의 소원(?)대로 사자의 밥이 되어 순교하였지만 마지막까지 담대함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순교는 이어서 순교한 폴리갑과 콘스탄티노플 담임 목회자였던 크리소스톰을 포함한 당대의 성도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교회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그나티우스가 보여주는 삶의 여유가 우리들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신약성경 빌립보서에서 바울이 보여 주는 삶의 여유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로마감옥에서 수감자로 살면서 빌립보 교회에 위문편지를 보냅니다. 통상 위문편지는 감옥 밖의 사람들이 감옥의 수감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서신입니다. 감옥에 수감된 바울이 빌립보 교회 성도들에게 위문편지를 보내서 위로하고 기쁨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빌립보서는 고상한 위문편지입니다.

그런데 바울이 이런 고상한 위문편지를 쓰는 여유의 원동력은 천국의 확신과 소망입니다. 바울은 천국을 확신하였습니다. 자신의 이 땅의 삶 끝에서 만나는 천국의 영광과 기쁨을 확신하고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비록 지금은 감옥에 있고, 사형의 위험에 놓여 있었지만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사형을 당해도 천국행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바울이 가졌던 여유의 이유는 주님을 향한 믿음과 감사가 풍성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고달픈 형편이나 어려운 여건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은 서신 곳곳에서 주님의 섭리와 인도를 굳게 믿는 믿음을 고백합니다. 아울러 바울은 13개 서신에서 자신의 삶에 부어주신 주님이 주신 축복과 은혜에 대한 감사를 고백합니다.

성도가 누리는 삶의 여유를 생각하면 다윗이 생각납니다. 다윗은 험한 삶을 살았습니다. 한동안 장인인 사울 왕에게 쫓겨 목숨을 걸고 도망해야 했습니다. 훗날에 자신의 친아들인 압살롬에게 쫓겨 다시 도망가는 처지가 됩니다. 다윗은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고통의 세월이었을 것입니다. 이 고달픈 도망 길에서 시므이를 만납니다.

다윗이 압살롬을 피해 예루살렘을 떠나 도망하여 바후림이라는 곳에 이르렀는데, 거기서 시므이가 등장합니다. 도망가는 다윗의 일행을 보면서 시므이가 나와 다윗 왕과 그의 신복들을 저주합니다. 아들을 피하여 도망가는 다윗에게 돌과 흙을 던지면서 저주하고 조롱합니다.

그런 시므이에 분노한 아비새는 시므이를 죽이게 허락해 달라고 왕께 말합니다. 그러나 다윗은 시므이를 만류하며 다음과 같은 근사한 말을 남깁니다. "저를 그냥 두고 죽이지 마라. 그가 나를 저주하는 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셨기에 할 수 있는 것이다. 내 몸에서 난 아들도 나를 죽이려 하거늘 하물며 저 사람이랴 오히려 혹시 하나님이 나의 원통함을 알아주시고 오늘 그 저주 때문에 내게 선을 행하실지도 모른다!"

다윗의 대답 내용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시므이의 저주는 하나님께서 시키신 것으로 받아들이고, 둘째, 압살롬의 반역도 자신이 받을 징계로 받아들이고. 셋째, 이런 상황에서 다윗은 자신이 당하는 모든 고통을 하나님께서 보시고 '선(good)'으로 갚아 주실 수도 있다는 신뢰를 보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을 향한 절대 신앙으로 현실을 수용합니다. 다윗은 이 모욕과 수치 그리고 분노를 감싸는 믿음의 여유를 보입니다.

여유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자신의 실력을 믿는 축구선수는 상대편 수비가 있어도 여유롭게 슈팅을 합니다. 자신의 연습과 실력을 믿는 음악가는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여유롭게 연주를 합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사소한 것들에 얽매이지 않는 여유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이런 믿음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능력과 하나님의 섭리를 믿을 때 사형 길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 받은 축복과 은혜를 기억하고 하나님을 믿으니 비록 감옥에 있어도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조롱과 멸시 앞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가 있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구체적인 믿음의 삶을 위해 여유가 필요합니다. 신앙인 여러분! 여유를 가지세요!

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대표)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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