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북한 기독교인
김병로 교수가 집필한 책 '그루터기'의 표지.

최근 출간된 북한 내 기독교인들의 역사를 다룬 책 ‘그루터기’의 저자인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북한에 7만여 명의 기독교인이 있는 것으로 추산하며 박해 속에서 신앙을 지켜가고 있는 북한 기독교인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2일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책의 제목인 ‘그루터기’에 대해 “북한 내에서 과거 37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공산 정권의 탄압으로 교회를 다 떠나고 개별적으로 많이 흩어져 있는데, 박해를 받아 소멸된 이후에 남은 신앙인들을 의미한다”면서 “북한의 기독교인들이 엄청난 박해를 받고, 순교하고, 추방당하는 등 고통과 아픔을 많이 겪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이 소식을 듣고 그 아픔에 같이 동참하고 회개하고 변화돼 다시 부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열망으로 이 책을 썼다”고 집필동기에 대해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는 1만 5천여 명의 기독교인이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같은 북한 신자 수 급감에 대해 “북한 정권의 혹독한 압박과 탄압 때문”이라며 “북한의 기독교인들은 즉결처형 당하거나 투옥됐고 다수는 추방됐다. 함경북도 지방으로 대대적인 추방을 했다. 또 추방이나 투옥되지 않은 채 감춰진 사람들, 즉 잠적한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에 아직 남아있는 신앙인들에 대해 “증언을 들으면, 3대에 걸쳐 자녀들에게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절대 신앙에 대해 교육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자녀들에게 신앙 얘기를 했을 때 자녀들이 잘못될 수 있고, 가족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만 신앙을 유지하고 가족에게 한 마디도 전할 수 없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 신앙인들이 많이 사라져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북한에 기독교인이 7만 여명 정도 있지 않을까 추산한다. 여러 자료를 근거로 대략적인 추정 자료”라고 했다.

김 교수는 탈북한 기독교인 가족 10명을 심층 면담했는데 과거 목사 가족 3명, 장로 가족 4명, 평신도 가정 3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가족 중 즉결처형되거나 1958년까지 생존하다 체포돼 1968년에 감옥에서 사망한 가족도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VOA에 “대체적으로 1958년 중앙당의 집중지도 이후 전체 종교인들을 분류한 결과 45만 명이 됐는데 그중에 남은 기독교인들도 20~30만 명이 됐을 것이고 58~60년도 사이에 대대적인 추방(강제이주)이 이뤄졌다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북한 조선그리스도연맹과 칠골교회, 봉수교회가 대외선전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들을 그루터기의 일부로 본다”면서 “인터뷰한 분들 중 과거 북한 정권에 협력했던 가정이 있는데 손녀의 증언을 들으니 목사님이셨던 할아버지가 78-79년도까지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시는 모습, 할머니가 피아노를 치는데 나중에 보니까 찬송가 곡조였다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지상교회가 북한 당국의 정치적 통제 목적 달성을 위한 부분도 있지만 100% 그것만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북한에서 신앙을 이어오는 일반 가정의 신앙은 주로 ‘하늘 신앙’”이라며 “북한에서 하나님이란 말을 절대 못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하늘을 보고 빌어라, 하늘은 다 듣고 있다, 이런 하늘신앙을 계속 강조하면서 기독교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3대째 다 소멸해 완전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북한의 가족들, 그 가족은 그 속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아파했을지, 이런 데 대해서 마음을 쏟고, 같이 아파하며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이데올로기에 많이 가려져 있는 것 같다”면서 “독재체제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그루터기를 어떻게 물을 주어 살리고 싹이 나게 할 수 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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