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경기도의 한 피아노 학원에서 교회 개척을 위한 새벽기도를 드리던 게 시작이었다. 24년이 지난 지금, 화성 '섬기는 교회'는 대예배당과 소예배당, 교육실 등을 갖춘 아름다운 건물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교회로 발전했다. 길이 쭉 뻗은 신도시에, 누가 봐도 번듯한 건물. 누군가는 그저 쉽게 '목 좋은 곳에 잘도 올렸네'라고 할 만한 교회. 그러나 지난 24년의 세월이 그저 평탄하게만 흘러온 것은 아니었다.

화성 '섬기는 교회' 김종수 담임목사(사진 가운데) ⓒ섬기는 교회화성 '섬기는 교회' 김종수 담임목사(사진 가운데) ⓒ섬기는 교회

이 교회 김종수 담임목사는 한때 스님이었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신학대(총신대)에 입학, 지하실 개척교회에서부터 목회를 시작했다. 성도는 아내 한 명 뿐인 지극히 작고 초라한 교회였다.

이후 교회가 성장한 과정 역시,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순종, 희생, 연단의 의미를 알려주신 시간들이었다고 최근 펴낸 간증집 『피어오름』에서 밝혔다.

#순종

열흘 작정 기도를 하다가 개척에 대한 분명한 응답을 받았다. 그러나 고생이 훤한 개척의 길을 가려니 앞서는 것은 원망과 두려움. 결국 하나님께 조건을 내걸었다. 재정, 가정을 책임져 달라는 것과 지하실 교회는 피하게 해달라는 것. 재정과 가정은 '협상'이 됐지만 지하실 행은 면치 못했다. 97년 겨울, 안산시 사동 한 지하실에서 개척설립예배를 드린 것.

하나님이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들어온 교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순종' 밖에. 그런데 순종하니 새로운 세계가 열리기 시작했다. "'너무한 이'는 하나님이 아니라 나였다. 물에서 건져준 분에게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처럼 배은망덕한 모습으로 나온 사람이 바로 나였다. 뒤늦게야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아가면서 다시 하나님께 엎드렸다. 그러자 지하실조차도 얼마나 큰 감사의 제목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당장의 편리함을 누리는 것보다도 지하실에서 제대로 된 훈련을 받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지하다보니 암전, 습기, 곰팡이와 늘 싸워야 했다. 성도도 한 명 뿐이니 미래가 막막했다. 그러나 어려움이 클수록 하나님께 더 의지했고 그만큼 하나님의 은혜를 더 많이 경험했다.

도서 『피어오름』도서 『피어오름』

#희생

개척은 했지만 사람이 없었다. 사람이 없으니 양육과 훈련이 불가능했다. 딱 하나 할 수 있는 것은 기도였다. 저녁마다 지하실 예배당 강단에 올라가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은혜가 이 성전에 충만하게 하옵소서." 어느 날은 눈물이 쏟아졌다. 감사의 눈물이 아닌, 원망과 한탄의 눈물이었다. "하나님, 제 꼴 좀 보세요. 제가 언제 목사 한다고 했습니까?" 너무 막막해서 두려움의 눈물도 터져 나왔다. 그때, 그의 마음을 하나님께서 바꿔주셨다. '이제 그 울음을 바꾸는 게 어떻겠니? 주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영혼을 향한 눈물로 바꾸면 어떻겠니?'

마음에 변화가 일자, 영혼에 대한 열망이 불같이 일어났다.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까지 전도에만 매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도도 쉽지 않았다. 영혼구원을 향한 갈망보다 사람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덜덜 떨면서 가정집 벨을 누르기 전, 코미디처럼 이런 기도가 나왔다. "주여! 아무도 없게 해주시옵소서."

그러나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낳듯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귀한 한 영혼이 하나님 안에서 다시 태어날 수도 없기에, 두려움을 무릅쓰고 영혼을 향해 다가가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성장

교회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개척 후 75주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새신자가 왔다. 예배당에 70여 명이 다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자연스레 교회 이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성도들과 마음을 합해 처음으로 이전한 곳은, 생각지도 못한 지상 4층 규모의 단독 건물. 그런데 막상 이전하고 보니 층당 평수가 작아 인원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고, 다시 지하실 교회로 이전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성도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목사님! 교회를 운영하면서 신중하게 하셔야지 이게 뭡니까? 성도들이 드린 헌금, 6천만 원이나 손해를 보고!" 첫 성전 이전과 지하실로의 복귀는 그렇게 우여곡절 속에서 진행됐다.

이후로 '섬기는 교회'는 안산의 고잔 신도시에 교회를 건축하고, 작년에는 화성의 송산 신도시에 세 번째 교회 건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전을 완료했다.

돌아보니, 개척부터 성장까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김영주 목사는 고백한다. 특별한 능력도, 뛰어난 실력이나 영성도, 탁월한 인격도 없는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 하에 이루어진 하나님의 작품"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개척교회에서 시작한 만큼, 개척교회의 힘듦을 잘 아는 그다. 그래서인지 최근 점점 사라져가는 개척교회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대개 지하실 또는 상가에서 시작하는 개척교회들은 한 영혼 한 영혼 구원하기 위해 온 정성을 쏟아 전도하고, 또 그들을 양육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그렇게 귀한 개척교회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교회 문을 닫곤 하는 것을 왕왕 보면서, 주님의 눈물이 떠오른다고.

개척교회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그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더 힘을 내기를 그는 바라본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더 크게 임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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