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고마웠어요" 광주 수해지 보은의 자원 봉사
(경기광주=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2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수해 현장에서 안성시새마을협의회 최승열(오른쪽).장춘자씨가 물에 잠겼던 가재도구를 씻는 등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20여년 전 안성지역 수해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이번 수해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 한걸음에 광주로 달려왔다.

 "19년 전 수해로 방앗간이 통째로 떠내려갔어요. 쌀도 다 떠내려가고 앞이 깜깜했죠. 그때 도우러 왔던 분들이 얼마나 고맙든지…."
경기도 안성시새마을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29일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수해현장으로 봉사활동을 나온 최승열(60·여)씨는 누런 토사를 뒤집어쓴 그릇을 닦으며 19년 전 악몽을 떠올렸다.

최씨가 살던 곳은 안성시 고삼면 쌍지리.

당시 동생이 운영하던 방앗간에는 빗물이 들이닥쳐 순식간에 폐허가 됐다.
마을 주민들이 키우던 돼지와 닭 등 가축도 모두 폭우에 쓸려 갔다.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했지만 많은 이들이 도움을 줬다.

최씨는 "잠잘 곳도 없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으니까 많이 힘들었는데 군인, 경찰관, 봉사자들이 많이 와서 도와주더라"며 따뜻한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수해 소식을 듣고 광주에 오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며 "어제 온종일 고추를 따 허리가 아프지만, 수해를 입은 주민이 얼마나 힘들지 잘 알기 때문에 바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나도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절대로 절망하거나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말고 반드시 재기해야 겠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수재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5년 전인 2006년 7월 태풍 '에위니아'가 강타하면서 안성지역에 350㎜의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수해를 입었던 장춘자(60·여)씨도 이날 송정동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당시 장씨의 안성 보문리 2층 단독 주택 중 1층 전체가 물에 잠겼다.

남편과 아들네 가족 전원이 한 달가량을 안성여중에서 먹고 자며 고생했다.

장씨는 "그때도 저수지 물이 넘치고 하천이 무너지고 했으니까, 여기랑 닮았지. 봉사하러 온 사람들이 도와줘서 그나마 빨리 정리한 것"이라고 말하고 나서 진흙탕이 된 집 안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날 송정동 수해지로 봉사활동을 나온 안성시새마을협의회 회원 중 송성근(69), 채복선(76)씨 등 10여명이 과거 침수피해를 겪었다.

그 당시 받았던 도움에 보답하려고 매년 경기도 일대 침수 피해 현장을 찾고 있다.

안성시새마을협의회 남기철(52) 지회장은 "5년 전에 안성에도 많은 수해가 있었기 때문에 광주 주민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앞으로도 매년 수해현장을 찾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송정동에는 자기 집 피해도 제쳐놓고 달려온 광주시 청소년극단 학생 37명이 복구의 일손을 도왔다.

광주시 청소년극단은 광주고, 곤지암고 등 6개 고등학교 연극반 연합동아리.

구슬땀을 흘리며 집기를 나르던 김지성(19)군은 "우리 극단(광주예술극장)도 침수돼 선생님들과 함께 복구 작업을 하다 왔다"며 "당장 우리 집에도 피해가 있는데, 이곳이 피해가 더 크다고 해 도우러 왔다"며 말했다.

이기복(56) 단장은 "오늘 오후 경기도청소년연극제 시상식에 참석하러 부천으로 떠나야 하는데 내 고장 일이라서 바쁜 일정에도 짬을 내 봉사하러 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단장은 "더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러 올 수도 있었지만, 집에 침수피해가 커서 못 온 학생들이 있다"며 "이곳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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