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노
▲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이 두 사람은 독일의 현직 총리와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둘 다 과거 분단시대의 동독 출신입니다. 동독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된 사람들입니다. 훗날 우리도 통일이 되어 북한 출신의 대통령 후보가 나온다면 과연 그를 지지하고 뽑아 줄 용의가 있을까요?

메르켈 총리는 옛 동독인 우커마르크의 한 작은 교회 목사의 딸이었습니다. 동독 시골 교회의 소박한 목사관에서 자라난 소녀가 지금은 통일 독일의 최고 지도자가 되어 독일뿐 아니라 유럽의 경제 위기 극복과 세계 자본주의 개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다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선정했습니다. 벌써 6년 연속 1위자 10번째 1위입니다. 포브스는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스페인 등 고통 받는 유럽연합 회원국들 뿐 아니라 독일 국민들, 중동의 난민들까지도 잘 설득하고 있다>며 1위 선정 이유를 밝혔고, <유럽연합의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을 이겨 낼 지도자 한 명을 꼽는다면 단연 메르켈 총리>라며 그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역대 최악의 사무총장으로 평가한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메르켈 총리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나선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를 공개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일체 타협을 모르는 강경 보수주의자였다면 메르켈 총리는 <따뜻한 보수주의자>로 타협과 소통을 중시하는 엄마 같은 <모성적 총리>로 독일 국민들의 한결 같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독일의 현 대통령인 가우크 역시 구 동독 로스토크에서 루터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2차 대전 당시 아버지가 러시아군에 체포되어 시베리아의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사건을 계기로 반공주의와 인권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1965년는 그 역시도 목사가 되어 동독의 교회를 중심으로 민주화 운동을 벌였습니다. 1989년에는 인권단체인 뉴 포럼(New Forum)을 창설, 동독이 붕괴되고 서독과 통합하는 과정에까지 깊이 관여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대신 그는 언제나 동독의 비밀경찰로부터 철저한 감시와 사찰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의원내각제인 독일에서 임기 5년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직은 거의 상징적이지만 현 가우크 대통령은 널리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결코 그 정치적인 무게감이 작지 않습니다. 더구나 지금 독일 국민들은 70% 이상이 그의 연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설득력 있는 언변, 인자한 마스크로 <친근한 대통령>, <마음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가히 독일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일 돌연 가우크 대통령이 내년 2월 선거에 더는 입후보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독일 국민들의 지지와 많은 사랑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더 이상 연임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며 단지 <내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 진중하면서도 행복하게 대통령의 임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도 내년이 대선인데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데도 더 이상 대통령을 않겠다는 사람, 전 현직 대통령 가운데서 단 한 사람도 국민들이 진심으로 지지하고 존경하는 대통령을 가져 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정말 부럽기 짝이 없는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작년 10월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가우크 대통령이 우리 국회에서 행한 연설문 한 대목이 아직도 제 가슴에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독일은 올해 통일 25주년을 경축하는 반면, 한국민들은 70년 전에 시작된 분단을 아직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부디 한국의 친구들도 통일로 가는 길을 애써 찾기 바랍니다. 공통의 언어가 가지는 힘, 전통과 역사가 만들어 내는 하나라는 느낌, 소속감, 이런 소중한 것들을 결코 과소평가하면 안 됩니다. 저 한반도 북쪽에 살고 있는 또 다른 한국 사람들 역시 평화와 자유 속에서 살 권리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지난 70년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게 될 것입니다.

절대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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