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욱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임성욱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이 19일 낮 연세대 신학관 예배실에서 '제46회 공개학술강좌'를 개최한 가운데, 다소 민감한 주제인 '위안부'와 '기독교의 정치 참여'를 다뤄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먼저 "예수, 위안부, 그리고 벌거벗은 삶"을 주제로 발표한 임성욱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는 요한복음의 예수와 조선의 위안부의 삶을 조르지오 아감벤(Giorgio Agamben)의 ‘벌거벗은 삶’(bare life)이라는 관점에서 생명정치학적으로 재조명했다. 저서 '호모 사케르'에서 아감벤은 법 질서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예외 상태’ (state of exception)에서 발생하는 죽음에 직면한 삶을 ‘벌거벗은 삶’이라고 규정한다. 다시 말하자면, 법과 아노미 사이에서 발생하는 ‘예외 상태’에서의 ‘벌거벗은 삶’은 주권(sovereignty)에서 배제되는 동시에 주권에 종속됨으로써 생과 사의 불확실한 경계선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임성욱 교수는 "요한복음의 예수, 특히 재판 과정 (요18:28~19:16)에서 나오는 예수는 하나의 ‘벌거벗은 삶’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예수의 생명은 역설적이게도 유대법과 로마법의 구속을 받는 동시에 두 법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예수는 유대와 로마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두 사회의 내부자임에 틀림없다"면서 "하지만 예수의 왕권이 유대와 로마 사회의 현 권력체제로부터 자유롭다는 관점 (요 18:36; cf. 8:23, 17:14, 16)에서 두 사회의 외부자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관점에서 예수는 역설적이게도 유대와 로마의 주권에 소속되어 있는 동시에 배제되어 있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예수의 삶은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에 있는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불확실한 영역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이와 유사하게, 임 교수는 조선의 위안부 역시 일제 식민지 치하에 살던 ‘벌거벗은 삶’으로 이해했다. 그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중, 특히 태평양 전쟁을 수행하던 과정에서, 식민지에 속한 조선의 젊은 여성들을 강압에 의해 성적 노예로 전락시키고 말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유의할 점은 조선의 여성들은 피식민지인으로서 일본의 주권에 지배를 받는 동시에, 일제의 법으로부터 그들의 권익을 전혀 보호 받지도 못했다는 사실"이라며 "조선의 위안부는 일제의 피식민지인으로서 그 내부자인 동시에, 일제의 법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일제의 외부자라는 점에서 볼 때 ‘벌거벗은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명심해야 할 사실은, 이 연구가 요한복음의 예수와 조선의 위안부의 ‘벌거벗은 삶’을 조망함에 있어서 수동적인 차원보다는 능동적인 차원을 강조한다는 점이라 밝히고, "예수는 불확실한 영역인 ‘벌거벗은 삶’을 살아 냄으로써, 오히려 유대와 로마 사회의 권력과 그 위계질서에 도전했으며 조선의 위안부는 ‘벌거벗은 삶’의 질곡을 지고 살아왔지만, 일제 치하의 삶의 잔혹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개별 주권의 영역에서 벗어나 인류보편적인 가치인 인간 존엄을 설파했다"고 해석했다.

한편 김종철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헌법의 관점에서 본 종교와 정치"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다원주의를 부정하고 획일적 종교를 정치과정을 통해 강요하는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범주에 포함되지 아니하며 국가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교분리에 대한 한국 헌법의 명확한 태도는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을 확인한 것임과 동시에 다원사회에서 종교의 자유가 개방적 환경에서 충실히 보장되도록 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라 말하고, "종교는 시민생활의 기초이므로 그 실현을 위한 자유가 원칙적으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종교인과 종교단체의 정치활동 또한 시민의 자유의 연장선에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최대한 보장이 절대적 보장을 의미할 수는 없으며 헌법이 설정한 기본가치와 충돌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합리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라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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