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숙 연세심리상담부모코칭연구소 소장
계정숙 연세심리상담부모코칭연구소 소장 ©이지희 기자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15년간 부모, 부부 상담을 비롯해 선교사, 목회자들을 위한 상담을 해 온 계정숙 연세심리상담부모코칭연구소 소장은 "마음에 관한 것을 연구하다 보니 사람들이 사랑이 없어서 병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특히 가정에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나 불행한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상담학 박사로 세종대, 아세아연합신학대, 루터대 등에서 외래 교수로도 활동해 온 그는 상담학 공부를 하게 된 동기에 대해 "크리스천으로서 신념이나 율법에 억눌린 삶을 살다 내가 먼저 자유를 얻기 위해서였다"고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신념이나 율법으로 굳어진 마음 밭을 새롭게 갈아 엎고 '내 안에 계시는 하나님'을 알고 싶었다는 그는 '마음'을 연구하면서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10년 전부터 부모교육에도 뛰어들었다.

계정숙 소장은 "누구나 다 사랑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데, 사회로 나가기 전 사랑을 주는 가장 중요한 존재가 바로 어머니, 아버지"라며 "하지만 부모가 사랑을 주는 방법을 너무 모르거나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자녀를 사랑하는 면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자녀들에게 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거나, 자녀들이 '돈이 많으면 다 된다'는 식의 기형적인 마음을 갖기도 하고 자라다 멈추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불행해진 사람들이 다른 즐거움을 찾고 싶어 하면서 결국 이 사회가 중독 사회가 되었다"며 "요즘 아이들의 경우 엄마가 주는 사랑의 즐거움의 대체물로서 핸드폰과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손에 쥐는 핸드폰은 자녀들에게 엄마 대신 '함께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핸드폰을 통해 받는 영향이 크고, 핸드폰을 들고 있지 않으면 더 불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어머니가 사랑을 채워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다른 것으로 채운다"며 "아이들의 마음의 성장이 멈추는 불행한 현상이 중독 사회로 가는 것을 보면서, 10년 전 부모교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연세심리상담부모코칭연구소는 훌륭한 부모교육 강사를 양성하고, 자녀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과 일반 상담 활동 등도 하고 있다.

계정숙 소장은 "강의, 상담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또 다른 문제는 일반 학교나 교회 등 모든 기관이 부모교육을 일회성 강의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사람이 변화되고, 드러내지 못하는 문제까지 깊이 있게 다루려면 강의 후 후속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모 문제에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 서로 해결책도 배우고 힘도 얻을 수 있는 '다상담 모형'이 유용한 것 같다"며 "이는 집단상담과는 또 다른 상담 모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학원 공유 같은 지식이 아닌, 선배 부모들이 자녀들을 잘 키운 지혜 등을 공유하는 공공성을 띤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한국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상담한 경험이 풍부한 그는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너무 고립돼 있고, 가정 문제가 있는데도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며 "내 문제와 가정문제는 당연히 극복해야 할 문제이고 사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사역에 다른 문제들이 가려지면서 탈진하고 우울한 선교사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계 소장은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우선 케어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고, 두 번째로 선교사 정체성이 너무 커서 부모 역할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가 희생할 수 있어야 희생이 되는데, 희생할 힘이 없는 가운데 희생은 박탈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선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부모 정체성보다 선교사 정체성이 너무 커서 자녀들이 희생되는 것을 본다"며 "선교사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희생을 배우며 일찍 '애어른'이 되는데, 그 경우 성숙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계정숙 소장은 이처럼 선교사 탈진, 선교사 자녀문제, 부부문제 해결을 비롯해 선교사가 자아를 발견하고 소질과 적성 등을 개발해 사역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심리검사, 진로, 소질 검사 등을 하고 있다. 그는 "내가 누군지 아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에너지를 얻는다"며 "선교부마다 상담사를 배치해 선교사들이 심리검사를 받은 데서 끝나지 않고, 이를 해석하고 팔로업하는 사역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지난달 말 예장통합 세계선교부 산하에 힐링사역위원회가 발족한 일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훌륭한 강의는 인터넷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선교사들이 마음에 맺힌 것을 솔직하게 나누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며 "그것만으로도 '참만남'이 되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계정숙 소장은 선교사들이 자녀 문제가 가장 어렵다고 호소하는 것에 대해 "하나님의 자녀로 키우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기보다, 부모에게서 하나님의 모습을 언뜻 보게 해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양육, 훈육, 교육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양육은 먹이고 입히고 '그'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훈육은 올바른 원칙을 따라 훈련하고, 교육은 자녀의 안에서 소질을 끌어내도록 돕는 것"이라며 "오늘날 주입식 교육은 하나님이 모두에게 소질을 주어 이 세상에 보내고, 그것을 터뜨려서 나오게 도와주는 것과는 반대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그루 토마토도 키우는 법이 있는데, 아이도 키우는 법이 있다"며 "적절한 햇빛과 바람, 온도를 조절해 주어야 싹이 틀 수 있는데, 어느 한 가지를 과잉으로 주거나 엄마 마음대로 자녀를 키우려는 것을 '훈육'의 이름으로 하는 모습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로부터 하나님의 사랑을 언뜻 보면 '하나님의 사랑이 저거구나!'라고 자녀들이 느낀다"며 "부모가 신앙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가르치려고만 하면, 자녀들에게는 억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녀들이 부모님이 나를 정말 잘 이해해주고 함께해주고, 내 모든 소원을 알고 있어 나의 부모님이 된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 바로 부모로부터 언뜻 하나님의 사랑을 보는 것"이라며 "하나님과 예수님을 모델링하는 것이 부모 됨인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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