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011년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 특강에서 일제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론 검증이 시끄러운 가운데, 개신교 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NCCK)는 12일 "박근혜 정권이 문창국 국무총리 후보 지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 정권의 인사 시스템의 수준은 기대 이하"라며 "국정을 책임지고 일할 총리를 지명한 것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자격도 되지 않는 사람을 후보로 지명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NCCK는 "문 후보의 발언은 식민사관에 근거한 비뚤어진 역사인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총리 후보자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람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 박근혜 정권 역시 이러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NCCK는 "교회에서 강연하는 중 역사에 대한 자신의 자의적인 해석을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시켜 마치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게 하고, 남북을 분단시키신 분이 하나님이라고 왜곡하고 있는 것은 기독교 신앙으로 포장만 한 것이지 잘못된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부적절한 주장이며, 하나님의 뜻을 마음대로 왜곡시키는 불경스러운 일"이라 주장했다.

또 "이렇게 잘못된 신앙의 이름으로 무장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일컫는 행위를 바라보며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총리 후보 지명자의 이러한 발언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이며, 심각하게 왜곡하고 폄하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이러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총리가 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큰 국가적 큰 재앙이 될 것"이라 했다.

NCCK는 "문창국 후보자 개인의 발언이 아니라 그런 무자격자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박근혜 정권의 인사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정권의 눈높이에 맞추어 인적쇄신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인적쇄신을 해야하며, 이념과 사상을 뛰어 넘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참신한 인재를 등용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언어는 의미를 왜곡할 때, 비이성적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문창극 후보를 옹호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12일 논평을 통해 "최근 문창극 서울대 교수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그의 역사관, 시국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중에는 기독교 장로인 그가 교회 안에서 교인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에 대한 것마저도 시비 거리로 삼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내용을 살펴보면, 비극적 역사를 미화하거나 또는 민족을 비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런 고난과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향하신 깊은 뜻이 있어, 역사의 고비마다 기회를 주셨고, 길을 열어 주시며, 우리 민족을 인도하셨다는 신앙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회언론회는 "교회 안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에 의한 강연인데, 기독교적 언어를 사용한 것을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지나치게 정치적 용어로 바꾸려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반박하고, "여기에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할 언론들까지 가세하는 것은 사실의 본질을 호도(糊塗)하는 것"이라며 "어떤 사람이 제 민족을 폄하하고 비하하여 스스로 미개인이 되려는 바보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더불어 "교회 안에서의 이런 발언은 미래의 주인공인 청년들을 일깨우기 위한 애국적 발언"이라고 주장하고, "기독교의 활동으로 극동의 작은 나라 조선이 세계에 알려졌으며, 조선의 독립에 대한 열망도 기독교의 노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교회에서 청년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의 발전을 제시함으로, 국가를 위해 기도하도록 사용한 용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회언론회는 "언어란 의미까지 생각해야지, 토막 낸 '악마의 편집'으로는 비이성적으로 잘못 흐르기 쉽다"고 지적하고, "이성을 뛰어넘는 감정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며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기독교인이라고 하여 신앙적 언어까지 끄집어내어 몰아붙이는 '마녀사냥'은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이하 한교연) 역시 13일 논평을 통해 "문창극 총리 지명자가 교회에서 특별 강의한 내용 중 한국 근대사의 불행했던 역사적 사건들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이 '망언'으로 규정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신앙인으로써 성경적 역사관에 입각하여 강의한 내용이므로 성경적,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될 수 없다"며 "강연 내용의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고 일부만 발췌하여 문제삼는 마녀사냥식 몰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성경적,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400년 고난을 당한 것과 바벨론에 포로로 70년간 고난을 당한 것은 비록 하나님을 떠난 백성의 죄악으로 인함이었지만 하나님의 주권과 역사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문 지명자의 강연 내용을 볼 때 일부 표현의 미숙이 있었으며, 개인적인 역사관을 다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우리 민족이 불행했던 한국 근대사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 섭리 안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신앙인의 관점에서 밝힌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한교연은 "신앙인인 문 지명자가 교회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성도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세상적인 관점으로 비방, 폄하하는 것에 대해 종교의 자유에 대한 탄압으로 간주하여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후보 논란은 공중파 방송 9시 뉴스로 촉발됐다. 9시 뉴스는 "교회 장로인 문창극 후보자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의 식민 지배와 이어진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문 후보자의 역사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강연인데 파문이 예상된다"며 지난 2011년 온누리교회에서 강연했던 동영상을 공개했고, 정치권과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

9시 뉴스는 문 후보 동영강 가운데 일제 강점기와 남북 분단의 역사, 제주4.3 사건, 이웃에 일본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평가 등을 언급하는 부분을 내보내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사태가 확산되자 총리실은 해명자료를 내 "관련 강의는 우리 민족사에 점철된 '시련'과 이를 '극복'한 우리 민족의 저력을 주제로 한 것으로, 그 과정을 통해 오늘날 한국이 성공할 수 있었음을 강조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문 후보자 본인은 12일 오전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이미 공보팀에서 다 해명을 했고, 사과할 뜻이 없다"고 했다. 또 "비판받고 안 받고는 문제가 안 되고, 기회가 되면 다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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