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신 중지 약물을 정식으로 도입하기로 발표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성평등가족부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동으로 방안을 내놓은 이후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내린 자의적 판단에 대한 우려와 함께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거다.

임신중지 약물을 공식 도입하기로 정부가 결정한 배경은 이 사안이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돼 온 데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약물 허용 가능성 검토를 지시한 것과 연결된다.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의료체계를 통해 도입·관리하겠다는 취지라지만 사회적 합의 없이 서둘러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의 성격으로 보인다.

하지만 발표 이후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에 관한 중대한 사안을 국회 입법 없이 행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가 하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입법 공백 속에서 대통령의 검토 지시만으로 결정하기엔 이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행정 추진으로 인한 이익에 비해 피해가 훨씬 클 수 있다는 게 문제인 거다.

정부가 발표한 약물 도입 관련 경과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신 63일, 즉 9주 이내에 사용하는 약물의 수입품목 허가심사를 진행 중이며, 보건복지부가 도입 초기 2년 동안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관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재 품목허가가 완료된 것은 아니고 허가심사가 진행 중인 단계인 것이라고 한다.

교계는 당장 정부와 식약처에 약물 도입 추진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교총은 성명에서 “태아 생명의 문제를 단순한 행정 절차나 의료 편의, 개인의 선택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낙태 관련 법적 규율체계 조속 마련: 태아 생명보호를 원칙으로 허용 주수·사유·절차, 상담·숙려제, 의료 안전관리 및 응급대응 체계 등을 포함한 법 제정을 요구했다.

전국민 낙태 반대운동을 주도해온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도 국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의 정식 도입을 추진할 경우 품목허가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낙태약물은 현재 품목허가조차 완료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서둘러 공식 도입을 발표한 데는 몇 가지 복선이 깔려있다. 우선 진행 중인 허가심사가 곧 완료될 것이란 전제 하에 약물 도입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걸 국민에게 보여주려는 거다. 허가심사를 채 마치기 전에 공식 발표부터 했다는 건 반대 의견이 아무리 많아도 이대로 밀고 나가겠는 생각 아니겠나.

그런데 이 시점에서 정부가 알아야 할 게 있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폐지와 함께 주문한 핵심은 태아의 생명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률의 개정이다. 그러므로 오늘 정부의 발표는 국회의 입법권 침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한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가치인 생명 문제를 국민적 합의도, 명확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밀어붙였다가 우리 사회에 몰아닥칠 생명윤리 파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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