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누구시기에 바람과 바다라도 순종하는가?’ 제자들은 예수께 대하여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에 대한 놀라움 곧 일종의 종교적 경외감을 느꼈다. 즉 하나님을 대하듯이 예수를 대하는 제자들의 심적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의 구체적 표현이 다음에 나오는 반문, 곧 “그가 누구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가”라는 구절에 나타나 있다.
‘저가 누구시기에 바람과 바다라도 순종하는가?’(마가복음 4장 41절)
人生苦海(인생고해)에서 곤경에 놓인 사람(노인)이 격랑과 싸워 승리하는 것을 주제로 한 소설이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의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1952)이다.
노인의 이름은 산티아고로 쿠바의 작은 어촌에서 멕시코만을 상대로 고기낚시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몸은 야위고 얼굴은 태양빛에 그을었으며, 양 손은 상처의 흔적이 나 있다. 그리고 노인의 작은 배의 돛은 포대 천으로 여기저기 기운 것으로 그것을 마스트에 둘둘 감아놓은 모습은 흡사 패배한 낙오자의 깃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노인이 젊었을 때는 힘이 장사였으며, 가장 솜씨 좋은 여부였다. 그러나 세월과 더불어 힘과 운세가 다했는지 84일 동안 한 마리의 고기도 낚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다. 그는 기운이 쇠진했으나, 지난날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하는지 눈만은 바다와 같은 색깔이었고, 늘 즐거움과 지칠 줄 모르는 기상이 감돌고 있었다.
노인의 화려한 경험 때문인지 그의 놀라운 고기잡이 솜씨를 배우고자 한 소년이 붙어 다녔다. 그러나 노인의 시대가 지났음을 안 소년의 부모는 소년을 다른 배에 옮기게 한다. 그래도 소년은 처음으로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준 노인에게 지극한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노인을 보살펴 준다. 소년은 노인에게 있어서 유일한 말동무이며, 친구이고, 생의 반려자였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노니는 사자 꿈을 꾼 다음날 노인은 다시 바다로 나가기로 결심하고 모든 장비를 꾸려 해가 뜨기 전에 바다로 나갔다. 정오가 훨씬 지난 후에야 낚시를 드리우고 있던 노인은 낚시에 큰 고기가 걸렸음을 알았지만, 고기는 돛단배를 끌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노인과 고기의 사투(死鬪)가 시작되었다.
사흘간의 사투 끝에 고기는 물 위로 떠오르고, 배 옆구리에 고기를 매고는 육지를 향해 귀로에 나선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상어의 공격을 받고, 작살과 칼, 그리고 삿대까지 모두 잃어버리고, 고기는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 그러나 상어들의 절대적인 힘에 원망을 하기보다는 그들의 힘과 당당히 겨룬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고기를 가지고 귀항한 노인은 자신의 오두막에서 깊은 잠에 빠지고, 상처뿐인 노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소년은 눈물을 흘린다. 노인은 고기와 벌인 사투를 소년에게 얘기해 주지만, 노인의 고독을 소년이 이해할 수 없었고, 늙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 행위의 헛된 수고만 생각하게 된다.
소년이 돌아간 뒤에 또 다시 잠이 들고 아프리카 사자의 꿈을 꾼다. 영원한 젊음, 영원한 체력의 표상, 그러나 고독한 존재인 사자의 꿈을.
‘저가 누구시기에 바람과 바다라도 순종하는가?’ 이 물음은 예수의 神性(신성)을 논한 것으로 예수께 대한 본질적이고도 존재론적인 물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시련과 박해의 풍랑 속에서도 하나님의 아들이 그들과 함께하신다는 믿음과 평안을 갖게 해주었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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