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
김희보 목사

“우리는 진리를 거슬러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오직 진리를 위할 뿐이니, 우리가 약할 때에 너희가 강한 것을 기뻐하고 또 이것을 위하여 구하니”(고린도후서 13:8-9a)

여기서 ‘진리’(알레데이아)는 일반적인 용법으로 사용되었으나 구체적으로는 ‘복음’을 뜻한다. 바울은 사실 고린도 교인들로부터 끝내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진리’가 자신의 명예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진리’를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甘受)할 수 있으며 심지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격 없는 사도라는 혹평을 받고 버림받은 그리스도인이 되더라도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가 바울이었다.

영혼의 완성을 내부에서 추구하는 여주인공 알리사가 등장하는 작품이 앙드레 지드(Andre Gide, 1869-1961)의 <좁은 문>(La Porte Etroite, 1909)이다. 제롬과 그의 외사촌누이 알리사는 개신교신앙을 가진 부유한 부르주아 계층 출신으로, 청교도적이며 이상주의적인 교육을 받고 자라왔다. 의사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는 제롬의 학업을 위해 파리로 이사한다.

제롬은 매년 여름 르아브르에 있는 외삼촌 뷔콜랭 댁에서 두 살 연상인 외사촌 누이 알리사와 함께 방학을 보낸다. 외숙모 뤼실은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키다 가출한다. 제롬은 알리사가 그러한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며 신비로운 알리사의 모습을 사랑하게 된다.

제롬은 알리사가 함께 보티에 목사의 좁은 문에 대한 설교를 들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狹窄)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알리사의 여동생 줄리에트도 제롬을 남모르게 사랑하지만 언니에게 제롬을 양보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 알리사도 제롬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육체적 욕망이 올바른 것인지, 또한 제롬의 사랑 속에도 자신과 같은 육체적 욕망이 존재하는지 확신을 얻지 못한다.

알리사는 육체적 사랑과 인간적 행복을 포기하고 고행과 죽음을 통한 하나님 아래서의 영혼이 합일(合一)되는 경지로 승화하고자 결심한다. 그러나 수녀원으로 도피할 궁리를 한다. 3년의 세월이 흐른 후ㅡ,

맑은 공기가 미소 짓는 듯하고, 두 사람의 마음이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난 어느 아침. “알리사, 줄리에트도 결혼하여 이제 행복스러우니 우리도 서둘러야……” 알리사가 시선을 제롬에게서 돌린 채 말하였다. “너와 함께 있을 때면 이런 행복도 있구나 싶게 행복스러워…… 하지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하여 태어난 게 아니지 않니?”

“그럼 영혼은 행복 이외에 무엇을 추구하지?” 제롬의 물음에 알리사는 소근거리듯 말하였다. “거룩함이지……” 제롬의 모든 행복은 날개를 벌려 하늘을 향하여 제롬에게서 떠나버리고 말았다. “네가 없으면 나는 영혼의 거룩함을 얻지 못할 게 아니니?”

그날 만찬 때 알리사는 紫水晶(자수정) 목거리를 걸지 않았다. 제롬은 쓸쓸한 마음으로 알리사의 곁을 떠났다. 알리사는 “내가 수정목걸이를 걸지 않고 만찬에 나오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게서 떠나 줘” 하고 미리 선언했던 것이다.

수녀원에서 죽은 알리사의 노트에는 다음 구절이 적혀 있었다. “하나님, 당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내게는 제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실 것으로 믿습니다. 하나님, 내 마음을 온전히 당신에게 바치기 위하여 제롬을 내게 허락해 주소서.”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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