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백악관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트랜스젠더)이 여성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 20일 미 대통령 취임사에서 “성별은 남성과 여성 2개뿐”이라고 한 선언의 후속조치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날 ‘남성의 여성 스포츠 참여 배제’(Keeping Men Out of Women’s Sport)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으로 여성 스포츠에 대한 전쟁이 끝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제부터 여성 스포츠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고 선언하자 이 자리에 함께한 다양한 연령의 여성 선수들이 환호를 보냈다.
이번 행정명령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여성 스포츠 참가 기준을 생물학적 성별로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파리 올림픽에서 남성 선수가 여성 선수에게 폭행을 가해 46초 만에 기권하게 만들고 성 전환한 두 명이 금메달을 땄다”라며 66㎏급 복싱 금메달리스트 칼리프 이마네와 57㎏급 금메달리스트 린위팅의 사례를 직접 언급했다.
당시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물론 CNN 등 미국 내 주류 언론들까지 두 선수의 여성 복싱경기 출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2023년 국제복싱연맹(IBA)이 주최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선수가 ‘XY 염색체’ 보유 문제로 실격당한 전력이 있어 이런 주장에 의구심이 든다.
미국 내에선 2022년 전미 대학 수영대회에서 트랜스젠더 선수인 리아 토머스가 여성부 자유형 500야드 경기에서 우승하면서,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과거 남자 대회에서 400위권에 머물렀던 선수가 여성으로 성 전환 후 우승을 차지하면서 트렌스젠더의 여성부 경기 출전에 대한 논쟁을 격화시켰다.
그런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두 가지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첫 째는 말 그대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트렌스젠더는 여성 스포츠팀과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는 연방 정부 차원의 행정 조치다. 그동안 학교 스포츠 현장에서 이런 문제가 방기돼 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키는 각급 학교엔 연방자금 지원을 끊겠다는 게 골자다.
두 번째 의미는 미국 사회에서 급증하는 동성애를 포함한 성소수자(LGBTQ) 이슈에 대한 트럼프식 전쟁 선포의 성격으로 규정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적 입장을 지지하는가 하면 성전환자의 군 복무, 동성결혼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표했다. 취임사에서 남성과 여성 외에 제3의 성은 없다고 선언한 것과 결이 같다.
미국은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보편적 인권의 역차별로 인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법으로 동성애자와 트렌스젠더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강제한 것이 결과적으로 인권의 해이와 성 도덕의 문란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런 역 차별 문제에 매스를 대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인권의 회복이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성이 여성 팀에서 경쟁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며 “연방 기금을 받는 모든 학교는 여성 팀에 남성을 포함시키면 ‘타이틀 9’ 위반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 바로 증거다.
‘타이틀 9’는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서명한 연방법으로, 연방 기금을 받는 학교 및 교육 기관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 핵심 법규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는 이 법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성소수자 학생 보호를 위한 이른바 ‘타이틀 9 개정안’으로 대체된 게 문제의 출발이다.
바이든 정부는 ‘타이틀 9’ 개정안에 대해 트럼프 시절 크게 후퇴한 성차별을 개선해 학생들의 인권 보호를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도리어 동성애와 트렌스젠더의 길로 빠지게 만든 주범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타이틀 9’을 본연의 학생 보호를 위한 인권법으로 회복시키는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클린턴 민주당 정부 때부터 성소수자 권익 보호 정책을 펼쳐왔다.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미국 내에 동성애자가 급증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오바마·바이든 정부로 이어지면서 ‘차별금지법’ 상의 성소수자 옹호 정책이 확대됐고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의 법적 강화에 이어 스포츠 분야에까지 트랜스젠더가 이슈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 민주당 정부의 성 소수자 옹호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게 공화당이고 그 중심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이번 행정명령 서명식 또한 트럼프 2기가 출발하기 전 국민 앞에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1기 행정부에서 시행된 기독교 친화 정책이 강력한 지지층인 백인 주류 사회에 보응하는 차원인지, 보수 개신교인으로서 신앙 양심의 발로인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따라서 이번 행정명령과 각종 조치에 대해서도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정확한 평가가 나오게 될 것이다. 다만 자신이 “프로테스탄트이며 장로교인인 게 자랑스럽다”고 고백한 것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오늘의 미국이 있게 한 복음 정신을 회복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