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자리해 있는 헌법재판관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교회 등 종교단체 내에서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25일 평의 참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종교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제85조 제3항)고 규정하면서,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도록(제255조 제1항 제9호) 하고 있다.

청구인인 교회 담임목사는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20년 3월 교회 내에서 예배에 참석한 10여 명의 교인들을 상대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이 목사가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이 개정돼 특정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사유가 있다고 판단,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이후 목사는 교회 등에서의 직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다른 한 목사도 같은 조항에 대해 같은 청구를 했다.

그러나 헌재는 “직무이용 제한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위와 같은 금지를 위반한 사람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것으로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했다.

헌재는 “성직자는 종교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사회 지도자로 대우를 받으며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신도 조직의 대표자나 간부는 나머지 신도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처럼 종교단체 내에서 일정한 직무상 행위를 하는 사람이 종교적 신념을 공유하는 신도에게 자신의 지도력, 영향력 등을 기초로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 하는 경우, 대상이 되는 구성원은 그 영향력에 이끌려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헌재는 “선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의기관의 구성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에 있는 바,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그 형성 단계에서부터 왜곡된다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된다”고 했다.

또한 “공통된 신앙에 기초해 구성원 상호 간에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종교단체의 특성과 성직자 등 종교단체 내에서 일정한 직무를 가지는 사람이 가지는 상당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러한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종교단체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했다.

헌재는 “따라서 직무이용 제한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헌재 측은 이번 결정의 의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널리 보장되고 미디어가 발달해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현재에 이르러서는 공직선거와 관련한 성직자 등의 정치적 표현이 신도의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직무이용 제한조항은 성직자 등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해 이들의 종교단체 내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사회 일각의 반론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종교단체의 구성원들이 공통된 종교적 신념을 기초로 빈번하게 종교 집회나 교육 등의 활동을 공동 수행하면서 상호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 성직자 등의 종교단체 내 지위와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선거의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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