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난 올해 성탄절은 서울광장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심 곳곳에 불을 밝힌 성탄트리로 인해 사회 분위기를 한층 밝게 하고 있다.

성탄트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 땅에 나심을 축하하는 의미로 대림절이 시작될 무렵 전나무 등 상록수에 별과 종, 깜빡이는 전구 등 다양한 장식을 하는 게 기독교의 오랜 전통이다. 이런 기독교 문화가 어느새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집안에 트리를 장식하는 보편적인 문화로 뿌리내렸다.

성탄트리의 유래는 기독교(개신교)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종교개혁자인 마르틴 루터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숲길을 걷다가 눈 쌓인 전나무가 달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에서 예수님의 은혜를 깨달아 집에 전나무를 가져와 장식했다는 설이 있다. 가톨릭이 전통적으로 아기 예수가 태어난 구유와 성모 마리아로 성탄절 장식을 꾸미는 것과 대조적이다.

해마다 서울시청 광장에 세워지는 성탄트리는 대림절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도심을 환하게 밝혀주며 오가는 이들에게 성탄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그런데 CTS기독교TV가 예장 백석총회의 후원으로 불을 밝힌 올해 서울광장 성탄트리를 살펴보면 예년과는 색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높이 16m, 폭 6m로 세워진 트리에 달린 보라색 나비와 제비꽃 장식은 예년에 없던 것들이다. 이런 색다른 장식물이 달린 건 ‘조선 최초의 성탄트리’를 테마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게 성탄트리 꼭대기에 있는 십자가에 적힌 ‘광조동방(光照東邦)’이라는 글귀다. ‘빛이 동쪽 나라(조선)에 비친다’는 뜻으로 1897년 성탄절 저녁 배재학당 학생들이 십자가 모양의 등에 적었던 글귀에서 따왔다고 한다.

서울광장 성탄트리는 1960년대 처음 설치된 이후 60여 년간 성탄절와 연말연시에 시민과 관광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명소가 됐다. 그런 서울광장 성탄트리가 올해 특별히 한국적인 전통과 기독교 문화가 어우러진 장식으로 새롭게 꾸며진 건 한국교회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한층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시도다.

사실 서울광장 성탄트리는 한동안 잡음과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성탄트리 위에 ‘별’이 아닌 ‘십자가’를 단 것을 놓고 일부 종교계가 정부에 시정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성탄트리에 십자가를 단 것을 불편해 하는 측이 주장하는 논리는 이곳이 공공장소라는 데 있다. 공공장소에서 종교색이 짙는 ‘십자가’를 세우는 것이 종교 편향이란 거다. 기독교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미국에서도 ‘별’을 다는 데 왜 유독 한국 기독교만 ‘십자가’를 고집 하냐는 식이다.

이웃 종교에서 제기하는 이런 문제에 한국교회는 늘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선 주장에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성탄트리가 유럽 교회에서 유래되고 미국의 기독교 문화에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나 그건 어느 하나로 정형화될 수 없는 문제다. 트리에 ‘십자가’를 달든 ‘별’을 달든 트리를 세우는 주최가 정할 일이지 이게 정답이니 이대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없다는 말이다. 그게 문제가 된다면 올해 서울광장 성탄트리에 등장한 한국 전통 문양도 문젯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성탄트리는 1년 365일 상시 설치되는 종교시설물이 아니다. 성탄절을 한 달여 앞두고 설치됐다가 새해가 되면 철거한다. 그런 측면에서 기독교의 최대 명절인 성탄 절기에만 한시적으로 세워지는 시설에 ‘십자가’가 달려있어 공공 목적을 해친다는 주장은 과도한 억측이다.

수년 전부터 성탄트리 ‘십자가’를 문제삼아온 해당 종교는 축일에 갖가지 종교성 짙는 시설물을 서울광장 뿐 아니라 광화문 광장에까지 설치한다. 도심 곳곳, 심지어 교회 인근에까지 몇 달 동안이나 줄지어 등을 걸어놓으면서 ‘문화재’ 핑계를 댄다. 기독교가 이를 문제 삼지 않는 건 문젯거리가 안 돼서가 아니라 타종교에 대한 예의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한동안 미국 국회의사당에 세워지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기독교 상징물을 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규제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장식품 제출 지침에 성탄절 전시물, 아기 예수 또는 성가족을 포함한 장식품 등을 포함해선 안 된다는 조항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이 조항이 사라졌다. 크리스마스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연례 축제라는 점에서 정부 기관의 명령에 따라 미국 국회의사당 크리스마스 트리에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장식품을 금지하고 검열하는 게 매우 잘못된 지침임을 정부가 인정하고 시정 조치에 나선 것이다.

성탄 트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기독교 절기의 상징물이지만 기독교를 넘어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트리 꼭대기에 ‘별’을 다는 건 그 별을 연구하는 동방박사가 처음으로 베들렘헴 말구유에 나선 예수님을 경배한 데서 유래한 것이고, ‘십자가’는 그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죄를 지시고 달려 돌아가신 위대한 인류 구속사를 상징한다.

트리에 어느 것을 선택하든 그건 전적으로 세우고 장식하는 이의 생각과 의지에 달린 문제지 내가 보기 싫으니 바꾸라던가 다른 나라에선 이러니 그걸 따르라고 강요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나라다. 이런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편향이고 예의에 어긋난 간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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