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의 SNS 화법이 연일 말썽이다. 얼마 전 자신의 SNS에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뿌리가 같다”라고 해 온통 기독교계를 들끓게 하더니 이번엔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측을 겨냥해 “특정 사이비 기독교 세력들은 대구에서 추방되어야 한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홍 시장이 일부 기독교계를 향해 독설에 가까운 표현을 한 건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불편하고 못마땅하다는 뜻이다. 이들이 “이슬람 포비야를 터무니없이 만들고 있다”며 모든 책임의 화살을 돌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홍 시장 말대로 일부 기독교단체가 ‘이슬람 포비야’를 만들고 있는지는 따져봐야겠으나 그렇다고 이들 모두를 싸잡아 ‘사이비 기독교 세력’이라고 한 건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홍 시장은 SNS에 “북구 일부 주민들을 선동하는 사람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특정 사이비 기독교 세력들로 보고를 받았다”라고 전제했다. 지난 9일 자유통일당 측 일부 당원들이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이슬람 사원 건립을 옹호한 홍 시장을 비판하는 집회를 연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논란이 된 건 “굳이 이슬람만 안 된다는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일 뿐만 아니라 기독교 정신에도 반하는 사이비 기독교인들이나 할 짓”이라고 한데 있다. 시장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종교의 자유에 대해 원론적인 견해를 밝힐 수는 있다. 문제는 자기 생각과 다른 이들을 ‘사이비 기독교인’이라고 규정하고 다 나아가 “대구에서 추방해야 한다”라고까지 한 점이다.

지난달 20일 대구대현동국민주권침해범국민대책위원회(대국위) 등 79개 시민단체들이 대구 반월당 네거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1부 기도회, 2부 국민대회로 나눠 진행된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주택가 한복판에 모스크가 건축됨으로써 죄 없는 국민이 피해를 보고,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난 문화 침략이라며 이슬람을 옹호하는 측을 규탄했다.

홍 시장의 SNS 논리대로라면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모든 기독교단체는 다 사이비 기독교 세력인 셈이 된다. 아무리 자유통일당 당원들이 개최한 집회를 염두에 둔 표현이더라도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어찌 싸잡아 ‘사이비 기독교 세력’이라는 식으로 공격할 수 있는지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다.

대국위 공동대표인 박한수 목사는 예장 통합측 소속의 목회자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집회에 직접 참여했거나 이름을 올린 목사 중에 홍 시장으로부터 ‘사이비’란 소릴 들을만한 인사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정작 홍 시장만 모르는 게 문제다.

홍 시장은 왜 이들을 ‘서울에서 온 사이비 기독교 세력’이라는 식의 험한 표현을 써가며 공격했을까. 우선 그가 SNS에 “사이비 목사가 활개치는 세상”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갈등 관계에 있는 특정 인사에 대해 작정하고 쓴 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홍 시장이 SNS로 특정인을 비난한 데서 더 나아가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모든 목회자까지 이 범주에 포함시킨 건 분명 잘못이다. 홍 시장이 자유통일당 당원뿐 아니라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모두를 ‘사이비 기독교 세력’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이들을 비난하는 근거를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기총)가 이슬람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걸 기준으로 삼은 듯하다. 대기총에서 이슬람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자기에게 연락을 해 왔다고 굳이 밝힌 건 그런 뉘앙스다.

자신의 SNS에 대기총을 언급한 건 아마도 자신의 논리의 정당성 입증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문제가 있다. 대현동 주택가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은 대기총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더구나 본지 취재팀이 확인해본 결과 대기총은 이슬람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홍 시장에게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

솔직히 시장이 지역의 기독교단체는 반대하지 않는데 서울에서 온 기독교단체가 무슨 자격으로 반대하느냐고 따지고 떠나라고 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본인은 ‘종교의 자유’ 탄압을 말하면서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는 왜 소홀히 여기는지 스스로 생각해 볼 일이다. 더구나 시장이 타지에서 온 집회 참가자 모두를 사이비 취급하는 건 매우 위험한 사고다.

홍 시장이 SNS에 남긴 글을 보면 ‘글로벌 대구’를 만들기 위해 10억 이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라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주택가에 들어서는 모스크를 반대하는 걸 10억 이슬람에 연결시키는 자체가 심한 비약이다. 주민의 자위권을 10억 이슬람에 대한 배척과 공격으로 여기는 인식이야말로 지자체장으로서 균형감을 상실한 게 아니겠는가.

이슬람에 대해 국민이 경각심을 갖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인명 살상의 상당수가 이슬람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택가에 모스크가 들어서는 걸 왜 그토록 반대하는지 시장이라면 주민과 이들을 돕는 단체를 나무랄 게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게 우선 할 일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고 남 탓만 하다간 문제 해결은커녕 갈등과 불신의 골만 더 깊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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