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은혜의 차이점은 뭘까? 공통점은 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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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한 은혜] 신학자 폴 틸리히 설교집 ‘새로운 존재’

3. 사랑의 힘

그 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하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아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이에 의인들이 대답하여 가로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의 주리신 것을 보고 공궤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어느 때에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였으며 벗으신 것을 보고 옷 입혔나이까
어느 때에 병드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가서 뵈었나이까 하리니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태복음 25장 34-40절)

몇 해 전에 죽은 한 여인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전 러시아 주재 스웨덴 대사의 딸이었던 그녀의 이름은 엘사 브랜드스트룀입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수많은 전쟁 포로들의 입술과 마음에 담겨 있던 그녀의 이름은 ‘시베리아의 천사’였습니다.

-p52

제1차 세계대전 초기의 어느 날, 스물네 살의 엘사는 쌍뜨뻬떼르브르크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의 창밖을 바라보다가 독일군 전쟁포로들이 차에 실려 시베리아로 유배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부터 그녀는 더 이상 외교관 가족의 호화로운 삶-그때까지 그녀는 그런 삶의 아름답고도 활력적인 중심이었습니다-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엘사는 간호사가 되어 포로수용소들을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스물네 살의 처녀였던 그녀는 거의 혼자의 힘으로 그런 잔인함과 맞서서 사랑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그녀는 당국자들의 저항과 의심에 맞서 싸워야 했고, 그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그녀는 교도관들의 야만성 및 무법성과 맞서 싸워야 했고, 그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그녀는 추위와 굶주림과 질병과 맞서서 또 저개발국가의 상황 및 파괴적인 전쟁이라는 상황과 맞서서 싸워야 했고, 그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그녀는 굶주리는 자들을 방문해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목말라하는 자들을 방문해 그들에게 마실 것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낯선 이들을 환영했고 벗은 자들을 입혔고, 병든 자들을 치료해 주었습니다. 그녀 자신이 병에 걸리고 감옥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녀 안에 거하고 계셨습니다. 저항할 수 없는 사랑의 힘이 그녀와 함께 있었습니다.

-p54

나는 10여 년 동안 그녀의 사랑이 뿜어내는 창조적인 능력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이신 하나님이 그녀 안에 거하고 계셨고, 그녀는 그분 안에 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수많은 이들에게서 그녀 자신을 향한, 또한 그녀가 투명하게 드러내 보였던 존재, 즉 사랑이신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중략)...

사랑은 정의 이상이며 믿음과 소망보다도 위대합니다. 사랑은 하나님 자신의 현존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든 참된 사랑의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은 우리 안에 거하십니다.

-p55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

1886년 8월 20일 독일에서 출생해 베를린, 할레, 브레슬라우대학 등에서 수학했다. 1911년 신학전문직학위를 취득해 대학에서 가르칠 자격을 얻었다. 제1차세계대전 기간 중 4년간 군목으로 참전하면서 ‘터전의 흔들림’으로 표현될 만한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 1929년에는 프랑크푸르트대학의 정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나치는 그가 유대인 학생들을 도운 것을 문제 삼아 그의 교수직을 박탈했다. 위기에 처한 틸리히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은 미국의 유니온신학교였다. 이미 40대 중반에 접어든 틸리히는 낯선 땅에서 영어를 익히면서 강의를 했다. 그의 강의에는 그에게 주어진 ‘20세기 최대의 신학자’라는 칭호에 걸맞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유니온신학교에서 퇴임한 후 그는 1955년부터 1962년까지 하버드대학의 특별교수로 초빙되어 신학부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를 인도하여 집필 활동을 했다. 1965년 10월 11일 시카고대학 신학부 주관 초청 강연 도중 심장에 고통을 느껴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10월 22일 투병 중 숨을 거뒀다. 그가 남긴 저서로는 ‘조직신학’, ‘존재에의 용기’ 등 다수가 있다.

출처 : 새로운 존재(폴 틸리히 지음, 김광남 옮김, 뉴라이프 출판사)

1955년에 출판된 본 책은 폴 틸리히가 뉴욕 유니온신학교, 코네티컷 주 뉴런던에 있는 코네티컷 대학 등지에서 했던 설교 모음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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