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규정한 3.1절 메시지에 이어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선제 조치에 많은 국민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13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한주 사이 4%포인트 하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여론과 인기보다 중요한 게 국가와 국민의 ‘자유’와 ‘미래’다.

‘자유’와 ‘미래’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연설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말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와 ‘미래’ 두 단어 사이를 ‘연대’라는 표현이 연결해 주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선 ‘연대’란 ‘자유’와 ‘미래’를 보장해주는 든든한 보험인 셈이다.

오늘 우리는 ‘자유’를 매일 숨 쉬는 공기처럼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다. 3대 세습 무단 통치 아래 고통당하는 북한 주민과 비교할 때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일상이 아닌 감사요 축복이다. 만약 이 ‘자유’가 단지 오늘뿐이라면 그건 곧 닥칠 불행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이런 절대 가치인 ‘자유’와 ‘미래’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가 바로 북한 김정은 정권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대남 핵 선제 타격 공식화를 아예 법제화했다. 언제든 맘만 먹으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모든 준비를 거의 마쳤다.

오늘의 북한은 재래식 무기로 적화통일을 큰소리치던 과거의 김일성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기로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호전적인 집단이다. 경제적인 타격이 심각한 데도 동해상과 서해상으로 무수히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것도 미사일에 핵을 탑재하는 능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이 엊그제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번 도발은 지난 9일 남포 일대에서 서해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6발을 쏜 지 사흘만으로 한미연합 훈련에 반발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계산이다.

앞서 북한은 김정은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한미 연합연습 등에 대응해 “전쟁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니까 이번 잠수함 미사일 발사는 앞으로 연쇄적으로 일으킬 도발의 신호탄인 셈이다.

북한의 잠수함 미사일 발사 도발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진해기지에 정박 중인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을 전격 시찰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는 것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도산 안창호함은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해 건조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3000톤급 잠수함이다. 북으로서는 우리가 자체 기술로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 것에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전쟁 위협에도 한미 양국 연합군은 13일 대규모 군사훈련인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에 돌입했다. 이번 연합연습은 북한의 전면 도발을 상정한 반격 작전과 북한 안정화 작전 위주로 역대 최장인 11일간 실시된다. 이는 한·미 연합군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쟁을 억제할 능력을 점검하는 동시에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FS’ 연합연습에 또 다른 의미는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연합 훈련이 축소 중단된 지 5년만에 완전히 복원했다는 데 있다. 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으로 지난 2018년부터 전구(戰區)급 실기동훈련 대신 컴퓨터 게임과 비슷한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대치했다. 아무리 코로나19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 우리 군의 전술 기동능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반대로 북한엔 핵미사일을 개발할 시간을 벌어줬다면 이는 이적 행위나 다름없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연대급 기동훈련을 재개하고 훈련의 폭과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북이 대남 핵 선제 타격까지 공식화한 마당에 한반도 방위태세를 강화하기 위에선 자위적 수단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윤 정부는 북한이 핵전력을 활용한 공세적 조치를 공언한 이상 한미동맹에서 더 나아가 한·미·일 안보 공조가 한반도 평화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이 “글로벌 복합 위기에 맞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방점이 있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찰총장 시절 자신을 일컬어 “정무적 감각이 없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아무리 정무 감각이 없더라도 대통령이 된 마당에 한·일 과거사에 얽힌 국민감정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에 먼저 손을 내민 건 여론과 인기에 영합하는 대통령보다 욕을 먹더라도 국익을 우선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야욕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힘은 외치는 ‘평화’ 구호가 아니라 전쟁 억제 능력, 즉 ‘평화’를 지킬 힘에 달려있다. 핵 없이 북핵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로선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 안보 공조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자유’와 ‘미래’를 위한 ‘연대’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누가 ‘자유’와 ‘미래’를 위한 결단에 돌을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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