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차별금지법’ 반대를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 소속의 목회자들은 ‘차별금지법 반대 연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나성) 등 3개 성결교단 총회장들은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폐기를 요구하는 합동 시위에 나서 한국교회의 ‘차별금지법’ 반대 열기를 이어갔다.

‘차별금지법 반대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속한 예장 통합·기감·기장 3개 교단은 모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이다. 신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대사회 문제에 있어 비교적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장은 이들 교단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이다.

기장은 지난 2020년 6월 국회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후 한국교회 모든 교단들이 반대 입장을 발표하자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교회와사회위원회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21대 국회는 평등과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런 기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제107회 총회에서 동성애와 동성혼 문제로 논란을 벌이다 ‘사람은 구체적으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였다… 그러므로 성을 오용하거나 남용하여 불행을 초래하지 말고 그리스도 신앙으로 그 질서를 지켜야 한다’라고 천명했다. 교단의 헌법 신앙고백서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장 군산노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뒤이어 교단 소속 목사 177명, 장로 231명 등 407명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의 행동으로 이어져 지난해 10월 8일에 동성애 동성혼 반대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동안 기장 내에서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거나 동성애에 대해 개인적인 소신을 밝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에서 교단 안에 관련 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다른 교단들과 연대에 나섰다는 건 매우 큰 변화다.

기감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35회 행정총회에서 NCCK 탈퇴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 또한 그동안의 교단 분위기로 볼 때 이례적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고 동성애, 종교다원주의를 옹호하는 NCCK와 같이 갈 수 없다는 주장이 총대들 사이에서 제기되자 총회는 연구위원회를 조직해 조사하기로 하는 선에서 서둘러 논란을 매듭지었다. 그러나 다음 입법회의 때까지 결정을 보류하는 선에서 일단 급한 불을 끈 것이지 문제가 완전히 가라앉은 게 아니다.

예장 통합의 분위기도 기감 내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거의 매 총회 때마다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NCCK를 탈퇴해야 한다는 헌의가 쇄도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교단 소속의 NCCK 총무를 징계하라는 청원도 줄을 잇고 있다. 이는 교단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NCCK와의 관계 설정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예장 통합 총회는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 및 동성애 문제에 대한 NCCK의 입장이 무엇인지 밝히라”는 질의서를 NCCK 측에 보내는 등 기감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이런 때에 3개 교단의 동성애·차별금지법 반대 관련 단체들이 연대 행동에 나서기로 한 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NCCK가 그동안 취해온 자세를 견제하고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동 방향이 주목된다.

그런가 하면 기성, 예성, 나성 등 3개 성결교단 총회장들이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안’ 폐기 촉구 시위에 나섰다. 3개 성결교단은 교단별로 ‘차별금지법’ 반대 성명을 발표한 적은 있어도 총회장이 함께 ‘차별금지법’ 반대 시위에 나선 건 처음이다.

성결교회는 ‘사중복음’(중생·성결·신유·재림)을 공유하는 교단이다. 교단의 정체성과 색깔이 같다는 뜻이다. 이들 교단이 그동안 교단 통합과 선교 분야 협력에 이어 사회적 이슈에 같은 목소리를 낸 만큼 한국교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국회에서 발의된 채로 해를 넘겼다. 그렇다고 아주 폐기된 게 아니다. 169석의 민주당과 6석의 정의당만으로도 맘만 먹으면 언제든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미적대고 있는 건 여론의 저항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기독교계가 일사분란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다 사회적인 여론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차별금지법’에 관한 보도에서 이에 반대하는 기독교계를 ‘일부’, ‘보수’라는 표현을 써가며 깎아내린다. 한국교회 전체의 의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NCCK를 주도해 온 3개 교단의 목회자들이 연대에 나선 건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한국교회가 ‘일부’ ‘소수’가 아닌 전체의 목소리란 걸 시사한다. 성결교 3교단 총회장이 국회 앞에서 시위에 나선 것도 ‘일부’ 또는 ‘보수’가 아닌 교단 전체의 의사이고, 곧 1천만 한국교회 성도들의 목소리라는 걸 항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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