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43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방글라데시 Somoy TV 뉴스 보도화면 캡처
러시아 정교회 성직자 280여 명이 “최후의 심판이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6일까지 러시아 정교회 대주교와 사제, 보제 284명은 공개서한에 서명하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이 부당한 시련을 당한 것을 애도한다”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유엔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OHCHR)의 발표를 인용, 2월 24일 러시아의 군사 침공이 시작된 후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351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707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국제이주기구(IOM)의 발표에서 지난달 24일 이후, 125만 명 이상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하고, 43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겪은 가장 큰 인도적 위기”라고 전했다.

성직자들은 서한에서 “최후의 심판이 모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지상의 어떠한 권위나, 의사나, 경비대도 이 심판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을 러시아 정교회의 자녀라고 여기는 모든 이들의 구제를 염려하며, 우리는 그들이 어머니의 저주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이 심판 앞에 나타나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찬식에서 세상의 생명을 위해 구주가 흘리신 그리스도의 피가 살인 명령을 내린 사람들에게는, 생명이 아닌 영원한 고통을 받는 것이 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말한다”고 덧붙였다.

또 양국 군인들에 대해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모두 다치지 않고 그들의 집과 가족에게 무사히 귀환하길 바란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우리 자녀들과 자손들이 친구가 되고,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기 위해, 또다시 다리를 놓아야 할 것을 생각하면 슬프다”고 밝혔다.

러시아 복음주의 교회의 목회자 400여 명도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목회자들은 서한을 통해 “타국에서 우리 군대가 전면적인 군사 작전을 펼치면서 이웃한 우크라이나의 도시에 폭탄과 로켓을 투하하고 있다”면서 “신자로서 우리는 작금의 일을 형제 아벨에게 손을 댄 가인의 죄에 해당하는, 동족 살해의 중죄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어떤 정치적 이익이나 목적도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정당화할 수 없다. 유혈사태와 더불어 주권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은 자국민의 자결권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우리 민족 사이에 증오가 뿌려지고 있고, 이는 후대에 소외와 원한의 깊은 구렁을 만든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인과 그들의 경제, 도덕성, 미래까지 파괴하고 있다”고 지탄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도 러시아 정교회의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에게 서한을 보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설득해 침공을 중단하도록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촉구했다.

이오안 사우카 에큐매니칼 WCC 사무총장 대행은 “이 절망의 시기에 많은 사람들은 당신을 평화적인 해결책에 대한 희망의 신호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라며 “고통받는 형제자매들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높여 말해 달라. 그들 대부분은 우리 정교회의 충실한 교인들”이라고 호소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12년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의 통치를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부르며 반대자들을 비난한 바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있기 전, 우크라이나의 한 기독교 라디오 방송은 두 양국의 기독교인들에게 국경을 뛰어넘는 단합을 촉구했다.

러시아 전역에 기독교 라디오 방송을 제공하는 뉴라이프라디오(New Life Radio) 위성 네트워크 설립자인 다니엘 존슨은 CP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교회와 우크라이나 정교회 간의 분열을 갈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존슨은 “러시아에서 탱크가 내려오고 있고, 러시아 정교회 사제들이 그 탱크를 축복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정교회 사제들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에 맞서 싸우도록 축복하고 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정교회라는 두 형제 신앙이 국가적 목표를 완전히 편드는 비극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무엇보다도 천국의 시민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주의를 표상하고 있다. 기독교인인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우리의 궁극적인 충성은 지상의 국적이 아닌 그리스도와 그의 나라에 대한 것이다. 이는 정교회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비극”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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