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교수
박찬호 교수가 온라인 줌으로 진행되는 창조론 오픈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창조론 오픈포럼 줌 영상 캡처

박찬호 교수(백석대 신학과)가 17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창조론 오픈포럼에서 ‘신학자들의 창조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신학자들의 창조론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은 ‘창조의 일식’(eclipse of cre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유대교 학자 마틴 부버(Martin Buber, 1878~1965)의 「신의 일식」이라고 하는 책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라며 “일식이라고 하는 것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일렬로 배치되며 태양을 가려버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신의 일식은 하나님과 우리 인간 사이에 무언가가 개입이 되어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창조의 일식을 운운하는 이유는 창조를 구속의 배경 정도로 생각하는 최근까지의 복음주의 내지는 기독교 신학의 흐름을 비판하는 말”이라고 했다.

이어 “유명한 구약신학자 폰 라드(Gerhard von Rad, 1901~71)는 히브리 성경을 신명기 26장 5절부터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절에서 우리는 구약성경의 첫 여섯 권의 주요한 주제인 애굽에서의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감사를 발견한다. 그러므로 폰 라드는 창조에 대한 기사를 그러한 주제에 대한 사소한 후대의 첨가, 즉 후대의 신학적 생각이라고 간주한다”며 “폰 라드의 해석에서 창조는 구원 역사라고 하는 ‘중요한 요소’에 대해 일종의 배경으로 그 빛을 잃게 된다. 하지만 폰 라드는 자신의 마지막 책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다고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창조에 대한 관심은 단지 기원에 대한 관심으로 국한될 수는 없다. 우리가 창조의 일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창조라고 하는 것이 단지 구원에 대한 배경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 구원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함에 있어서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그런 면에서 보면 기원의 문제와 관련하여 창조론과 진화론의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은 또 다른 창조의 일식을 가져올 수도 있다. 창조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체적인 우리의 세계관의 모습을 상당 부분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창조론은 초대교회의 영지주의(gnosticism)라는 이단에 대한 응전 가운데 이루어졌다. 영지주의는 헬라철학의 영향을 받은 영육이원론을 그 기초로 한다. 의외로 이런 영육이원론은 여전히 기독교인들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영은 거룩하고 깨끗한 것이지만 육은 더럽고 죄악된 것이다. 이런 생각을 조금만 확대하면 영적인 세계만이 중요하고 물질세계는 무가치하다는 생각으로 흘러갈 수 있다. 심지어 창조주 하나님은 구속주 하나님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약의 야훼 하나님은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과 다른 하나님이 되고 만다. 이런 영지주의의 극단적인 경우는 구약성경의 정경성을 부정하는 마르시온주의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초대교회는 이런 위협 앞에 성경적인 창조론의 정립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착수하게 된다”며 “이런 기독교 창조론의 모습을 가장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사도신경의 맨 앞 머리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회사 속의 격언 가운데 ‘이단은 정통의 어머니다’라는 말이 있다. 매우 이상한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단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단들의 출현은 정통 교리의 정립의 한 중요한 추진력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성경은 사실은 그 그물눈이 조금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물눈이 큰 그물로는 큰 물고기는 모를까 작은 물고기들은 잡을 수 없다. 큰 맥락에서의 그림을 그려주고는 세밀한 부분에 있어서 성경은 침묵하기 일쑤다. 창조론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초대교회에 영지주의 이단이 출현한 것은 기독교 창조론의 정립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초대교회 기독교 창조론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한 첫 번째 사람으로 우리는 프랑스 남부의 리용(Lyon)의 주교였던 ‘이레니우스’(Irenaeus, c. 130~c.202)를 들 수 있다”며 “창조론의 발전에 있어서 이레니우스의 공헌은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물질을 포함하여 하나님에 의하여 창조된 모든 것이 선하다는 그의 강한 확신이다. 피조된 세계 전체에 대한 이레니우스의 긍정적인 태도의 기초에는 기독론이 있다. 두 번째 이레니우스의 창조 신학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점은 이레니우스가 하나님께서 무로부터 온 세상을 창조하셨음을 확신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초대교회 교부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람은 북 아프리카의 히포의 주교였던 ‘어거스틴’(Augustine, 354-430)이었다. 어거스틴의 전 생애에 걸친 관심은 악의 문제였다”며 “창조론과 관련해서는 어거스틴이 다소 뒷걸음질한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레니우스와 달리 성육신을 통해 피조세계의 선함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했고 마니교 이단을 벗어났음에도 여전히 물질세계에 대한 불신이 그 가운데 남아있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무시간적 행동으로 보았다”며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동시적인 것으로 이해했고, 창세기의 날들을 비신화화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신 것이 동시적이라면 하나님의 선한 창조로서의 시간과 공간의 질서를 진지하게 취급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어 “중세에서 우리가 보아야할 신학자의 창조론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의 것이다. 그 이유는 17세기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자연과학의 출현과 관련이 있다”며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대한 아퀴나스의 수용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후스토 곤잘레스(Justo Gonzalez, 1937~, 미국 감리교 신학자)는 ‘서양의 과학 기술은 토마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가져온 이러한 혁명 없이는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며, 따라서 서양 문명의 기초 중 하나가 적절히 이해되고 적용된 창조론에서 유래한 세계관이라고 제안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루터나 칼빈의 권위를 빌어 자신들의 입장이 바로 교회의 정통적인 견해였음을 주장하곤 하는데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루터나 칼빈이 천동설을 받아들였던 사실에 대해서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루터나 칼빈의 견해는 근대과학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매우 상식적인 견해였지 지금 우리가 따라야할 표준이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프톨레미의 천동설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의 이행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마지막 청교도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 1703~1758)의 「천지 창조의 목적」(A Dissertation concerning the End for Which God Created the World)은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1문을 인디언 아이들에게 교육하기 위해서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조나단 에드워즈는 무로부터 창조와 하나님의 자유로운 행동으로서의 창조를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9세기 신학자들의 창조론에서 일반적으로 구프린스턴 신학자들로 알려져 있는 핫지 부자와 벤자민 워필드(B. B. Warfield. 1851-1921)의 창조론을 살펴보면 찰스 핫지(Charles Hodge, 1797~1878)는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지 10년 정도 지닌 1871년에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단행본을 출간했다”며 “진화론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핫지였지만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 1749~1827)가 제안하였던 ‘성운가설’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성운가설은 지금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폐기된 이론이지만 빅뱅이론과 같이 세계의 기원과 관련 있는 가설이었다. 그런가하면 워필드는 진화론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른바 성경의 무오를 믿으면서 진화론적인 사고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워필드가 현대적인 의미에서 유신진화론을 수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그의 저작 가운데 진화라는 말이 꽤 여러 번 등장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서양 양안의 카이퍼와 바빙크 그리고 핫지와 워필드 모두 새롭게 등장한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다소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음을 확인하게 된다”며 “일면 진화론에 대해 비판 내지는 유보하는 입장을 보임과 동시에 어느 정도 수용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현대신학에서의 창조론에서 ‘신학’과 ‘자연과학’의 관계에 대하여 다루기 위해서는 두 분야에서 모두 탁월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며 “신학을 공부하고 과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과학 분야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신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신학적인 기초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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